[기고] K방산 육성은 정보전이다
공급망 봉쇄 불안도 상존
정보기관 총출동 美日처럼
통합 경제안보팀 꾸려야

최근 국제질서는 군사안보와 경제안보의 경계가 급속히 허물어지고 있다. 과거에는 병력 규모와 무기 성능이 전쟁의 승패를 좌우했다면, 오늘날에는 누가 더 안정적인 공급망과 생산 역량을 확보하느냐가 국가 경쟁력을 결정한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중동 지역 군사 충돌은 세계 각국에 경제안보의 중요성을 다시 일깨워주고 있다.
현대전은 단기간에 끝나지 않는다. 장기전으로 갈수록 미사일·드론·레이더·전차·함정·전투기뿐 아니라 이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반도체·희토류·특수강·배터리와 같은 핵심 소재와 부품의 안정적 확보가 전쟁 지속 능력을 좌우한다. 이제 공급망은 단순한 산업 문제가 아니라 국가안보 그 자체가 된 것이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방산은 더 이상 단순한 무기 제조 산업이 아니다. 방산은 국가의 기술력과 외교력, 경제력, 정보 역량이 총체적으로 결합된 전략 산업이다. 특히 방산 수출은 외화 획득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경제적 효과를 넘어 첨단 기술 발전, 국가 위상 강화, 전략적 동맹 확대라는 효과까지 동시에 가져온다.
그러나 K방산의 성장 이면에는 여전히 불안 요소도 존재한다. 첨단 무기체계는 수천 개 협력업체와 글로벌 공급망으로 연결되어 있다. 특히 희토류, 코발트, 니켈, 텅스텐 등 일부 핵심 소재는 특정 국가 의존도가 매우 높다. 만약 국제 분쟁이나 수출 통제, 해상 봉쇄 등이 발생할 경우 한국 방산 생산 체계 역시 심각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결국 미래 방산 경쟁력은 단순한 생산 능력이 아니라 공급망 안정성과 정보 대응 능력에서 결정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 때문에 주요 국가들은 이미 정보기관을 경제안보 전쟁의 핵심 축으로 활용하고 있다. 미국은 국가정보전략(NIS)에서 경제안보와 핵심 기술 보호를 주요 과제로 제시하고 있으며, CIA 역시 기술 및 공급망 위협 대응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일본도 2022년 경제안전보장추진법 제정 이후 국가안전보장국(NSC) 중심으로 경제안보 기능을 확대하고 있다.
이런 국제적 흐름 속에서 최근 우리 국회 정보위원회가 정보기관의 직무 범위에 경제안보를 명시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매우 시의적절한 조치라고 평가할 수 있다. 이제 정보기관의 역할은 북한 동향 감시와 전통적 방첩 활동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글로벌 공급망 위기 분석, 전략 광물 확보 경쟁, 첨단 기술 유출 방지, 해외 방산 로비 동향, 경쟁국의 수출 전략까지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경제안보 중심 조직으로 진화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조선·반도체·자동차 산업 기반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방산 경쟁력과 경제안보 체계를 결합한다면 한국은 단순한 무기 수출국을 넘어 글로벌 전략 산업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산업통상부·국방부·외교부·국가정보원·국회·방산기업이 개별적으로 움직이는 방식에서 벗어나 범정부 차원의 통합 경제안보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경제안보 시대의 승자는 가장 안정적인 공급망과 가장 뛰어난 정보 역량을 갖춘 국가가 될 것이다.
[문근식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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