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HBM 잡아라’…삼성전자 발표 3주 만에 SK하이닉스도 “HBM4E 샘플 공급”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간 차세대 인공지능(AI) 메모리 시장 공급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올해 초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 선점 경쟁을 벌인 두 회사가 불과 3주 차이로 HBM4E(7세대) 샘플 공급을 본격화하는 등 차세대 메모리 주도권 다툼이 고조되는 양상이다.
SK하이닉스는 18일 차세대 AI용 초고성능 D램 신제품인 ‘HBM4E’ 12단 샘플을 주요 고객사들에 공급했다고 밝혔다. 이번 제품은 핀당 최대 16Gbs의 데이터 처리 속도를 구현하고 에너지 효율을 20% 이상 개선하는 등 이전 세대인 HBM4대비 성능과 전력 효율이 개선됐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용량 면에선 어드밴스드 MR-MUF 공정을 적용해 12단 적층 기준 48GB을 구현했고, 열 저항도 HBM4 대비 17% 낮췄다.
SK하이닉스의 HBM4E 샘플 공급 일정은 당초 올 하반기로 예정됐던(4월23일 실적 컨퍼런스콜) 것에서 다소 앞당겨졌다. SK하이닉스 안현 개발총괄 사장(CDO)은 “그동안 쌓아온 업계 최고의 기술 경쟁력과 양산 역량을 HBM4E 제품에서도 이어가, AI 혁신을 지속적으로 리드해 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앞서 삼성전자도 지난달 29일 HBM4E 12단 샘플 공급을 시작했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의 HBM4E는 핀당 최대 16Gbps 데이터 처리 속도와 단일 스택 기준 초당 3.6TB(테라바이트) 대역폭을 제공한다. 용량은 48GB이며, 고객사의 환경에 맞춰 32·64GB(8단·16단)까지 가능하다. 삼성전자는 이달초 대만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6’에서는 HBM5(8세대) 실물 모형도 공개한 바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약 3주 간격으로 앞다퉈 HBM4E 샘플 공급에 나서면서 차세대 메모리 주도권 경쟁도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HBM의 ‘두뇌’인 베이스 다이(로직 다이) 경쟁이 핵심 승부처로 부상했다. 베이스 다이는 HBM 맨 아래에 위치한 칩으로 전력·신호를 제어하는 역할을 한다. ‘추론 AI’의 본격 확산으로 데이터 처리 속도는 물론 발열 관리와 전력 효율 등 베이스 다이 성능이 메모리 전체 성능을 결정할 수도 있는 변수로 떠올랐다.
삼성전자는 HBM4부터 베이스 다이에 파운드리 사업부의 4나노 공정을 적용하며 업계 표준보다 높은 11.7Gbps 동작 속도를 구현했다. 그동안 메모리 반도체 자체 공정을 베이스 다이에 적용한 SK하이닉스도 HBM4·HBM4E부터는 TSMC의 최선단 공정을 적용하고 있다.
고객사들의 특성과 요구에 맞춰 전력 효율이나 연산 역량을 강화하는 ‘커스텀 HBM’ 흐름이 가속화하며서 두 기업은 차별화된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파운드리, 로직을 모두 갖춘‘종합반도체’ 역량을 부각하고, SK하이닉스는 시장 점유율과 엔비디아·TSMC와의 ‘삼각동맹’에 기반한 안정적 양산 능력을 강조하는 식이다.
업계 관계자는 “AI발 메모리 품귀 현상에 더해 빅테크들의 자체 AI칩 개발 경쟁에도 속도가 붙으면서 HBM 공급 경쟁도 더욱 달아오를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김유진 기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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