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관광지에 ‘이중 가격제’ 확산···“‘외국인 차별’ 아닌 ‘주민 우대’”

일본을 찾는 관광객이 빠르게 늘고 있는 가운데 일본의 유명 관광지가 주민과 관광객에 서로 다른 요금을 적용하는 ‘이중 가격제’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오버투어리즘(과잉 관광)으로 인한 소음·환경 등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한 것으로, 정부는 올해 안에 관련 가이드라인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18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일본의 대표 관광지인 교토시는 대중교통 분야에서 이중 가격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시내버스 운임을 주민과 비 주민으로 나눠 차등 적용하는 방안으로 2027년 적용이 목표다.
차등 적용이 현실화하면 교토 주민은 200엔(약 1900원)을, 비 주민은 최대 2배인 350~400엔을 내고 버스를 타야 한다. 현재 운임은 230엔이다. 교토에서는 몰려든 관광객으로 인해 주민들이 출퇴근에 불편을 겪는다는 지적이 계속돼왔다. 버스 이중가격제가 도입되면 일본 최초 사례가 된다고 닛케이는 덧붙였다.
앞서 지난 3월에는 효고현 히메지시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히메지성 입장권에 이중 가격제를 도입했다. 관광객은 주민보다 2.5배 많은 2500엔(약 2만3700원)을 내야 한다. 비슷한 시기 가나가와현의 오다와라 성 천수각도 비 주민에게 2배 비싼 1000엔을 입장료로 받기 시작했다.
정부도 이중 가격제 정착을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일본 관광청은 최근 전문가들로 구성된 회의체를 꾸려 관련 가이드라인을 만들기 시작했다. 올해 안으로 가이드라인을 완성해 현재 지자체별로 제각각인 운영 방침을 하나로 통일한다는 계획이다. 이중 가격제를 통해 혼잡과 소음, 환경 오염 등 문제를 줄이는 한편 관광 시설 유지·보수 비용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닛케이는 최근 지자체의 이중 가격제가 ‘국적’이 아닌 ‘거주지’를 기준으로 해 외국인 차별로 비치지 않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히메지시는 2024년 외국인 관광객에게 6배가량 높은 히메지성 입장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차별 논란과 시의회 반발로 결국 무산된 바 있다. 도쿄, 오사카 등 유명 관광지의 일부 식당이 가격이 더 높은 외국인 전용 메뉴판을 만들어 차별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지난해 일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4268만명으로 기존 최다였던 2024년보다 15.8% 늘어났다.
이중 가격제는 오버투어리즘으로 몸살을 앓는 유럽 등지에서도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은 올해부터 유럽연합(EU) 비회원국 관광객에게 45% 비싼 입장 요금(32유로)을 받기 시작했다. 이탈리아 로마도 지난 2월부터 기존 무료였던 트레비 분수 입장료 2유로를 부과하고 있다. 영국 런던의 대영박물관·내셔널 갤러리 등도 무료입장 정책을 외국인 관광객에 한해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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