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라 여겼는데 폐 절반 망가졌다네요”…만성폐쇄성폐질환 구분법은
계단 오를때 숨차도 “나이 때문” 방치
폐기능검사 통해서만 COPD 진단가능
만56·66세 대상 국가검진때 검사진행
![17일 서울 광진구 건국대병원 폐기능검사실에서 시연자가 폐기능 검사를 받고 있다. 6초 이상 숨을 쥐어짜내는 폐기능을 검사한다. [질병관리청]](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6/18/mk/20260618153302446pbop.jpg)
지난 17일 서울 광진구 건국대병원 폐기능검사실. 한 50대 남성이 검사원의 안내에 따라 호스에 숨을 불어넣었다. 얼굴이 붉어질 정도로 6초 이상 숨을 끝까지 쥐어짜내는 과정이 반복됐다.
질병관리청은 이날 병원에서 ‘한국인 COPD 맞춤형 치료를 위한 첫걸음’을 주제로 출입기자단 아카데미를 개최하고,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진단 현장을 공개했다.
초기 환자들은 대부분 계단을 오를 때 숨이 차는 증상이 나타나도 단순한 노화나 운동 부족 탓으로 돌리기 일쑤다. 만성 기침이나 가래 역시 감기나 흡연으로 인한 일시적 증상으로 오인해 방치하곤 한다.
방치가 지속돼 중증으로 진행되면 산소통 없이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해지고 결국 사망에까지 이르게 된다. 기도가 좁아지고 폐포가 영구적으로 파괴되기 때문이다. 유광하 건국대병원장은 “‘숨이 차는’ 일상적 신호를 가볍게 넘기지 않아야 한다. COPD는 반드시 조기에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의학적으로 COPD를 진단하고 확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폐기능 검사뿐이다. 흔히 병원에서 찍는 엑스레이(X-ray)나 컴퓨터단층촬영(CT) 등 영상 의학 검사는 폐의 형태적 변화나 폐암, 결핵 등 다른 질환 유무를 확인하는 보조적 수단이다. COPD는 실제로 숨을 내쉬는 능력을 측정해야만 진단을 내릴 수 있다.
문지용 건국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기관지 확장제를 투여한 후 폐기능 검사를 실시해, 1초간 강하게 내쉬는 공기량이 전체 폐활량의 70% 미만으로 떨어지는 ‘기류 제한’이 확인될 때 최종 확진한다”며 “초기 단계에는 자각 증상이 거의 없어 이 같은 수치 측정만이 질환을 찾아낼 수 있는 유일한 열쇠”라고 설명했다.
국가건강검진때 폐기능 검사
![17일 서울 광진구 건국대병원 폐기능검사실에서 시연자가 폐기능 검사를 받고 있다. 정부는 올해부터 만 56세와 66세를 대상으로 하는 국가건강검진 항목에 이 폐기능 검사를 신규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질병관리청]](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6/18/mk/20260618153303735uoma.jpg)
국립보건연구원에 따르면 이번 검진 도입을 통해 매년 약 15만 명의 잠재적 조기 환자를 발굴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초기 단계에서 중증화를 선제 차단할 경우, 환자 1인당 연간 약 360만 원의 의료비 절감 효과가 기대된다.
질병청은 검진 도입에 따른 의료 현장의 혼란을 막고 사후 치료 연계를 강화하기 위해 올해 7.5억 원의 신규 연구개발(R&D) 예산을 편성했으며, 오는 2030년까지 총 172.5억 원을 투입해 한국형 진단·치료 기술 가이드라인을 확립할 계획이다.
의료계에서는 폐기능 검사 사업에 대한 기대가 크다. 특히 주목하는 대목은 한국인 환자만이 가진 특수성이다. 글로벌 가이드라인(GOLD)은 서구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짜여 있어 주로 흡연을 주된 원인으로 꼽는다. 반면 국내 데이터에 따르면 한국인 환자는 흡연 외에도 결핵 후유증, 소아기 호흡기 감염 등 복합적 원인을 가진 경우가 많다.
학계에서는 COPD를 발병 원인에 따라 5대 아형으로 분류한다. 이 중 국내에서 유독 비중이 높은 유형이 바로 ‘감염 기인 아형(COPD-I)’이다. 과거 폐결핵을 앓았거나 호흡기 감염 후유증으로 발생하는 유형으로, 흡연형(COPD-C) 환자들에 비해 평균 연령이 65세로 낮고 비흡연 여성 비율(44%)이 높다는 특징이 있다. 특히 진단 당시 이미 폐기능 저하가 심각해 중증 악화 위험이 5배 이상 높다.
문 교수는 “국가검진으로 조기에 환자를 선별한 후, 환자별 아형을 정밀하게 분류해 맞춤형 처방으로 연계하는 사후 관리 로드맵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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