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 인 여의도] 이 대통령 귀국장 풍경으로 본 민주당 당권향배는?… 정청래 '90도 인사'… 아슬아슬한 당청 ‘기획 봉합’인가, 아슬아슬한 휴전인가

유럽 3개국(벨기에·이탈리아·바티칸) 순방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등 8박 10일간의 외교 일정을 마친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귀국한 가운데, 서울공항 영접 행사가 여의도 정가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출국 당시 환송 행사에 초대받지 못해 이른바 '명청(이재명-정청래) 갈등'의 현장을 노정시켰던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날은 공항에 직접 마중을 나와 이 대통령에게 '90도 인사'를 건네면서다. 다가오는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경쟁이 달아오르는 시점인 만큼, 정치권에서는 이번 조우를 두고 확전을 막기 위한 청와대와 당의 '기획된 휴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18일 낮 대통령 전용기인 공군 1호기 편으로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한 이 대통령은 부인 김혜경 여사와 함께 트랩을 내려왔다. 환영 인사들 앞을 빠르게 지나가며 악수를 청하던 이 대통령에게 정 대표는 허리를 깊숙이 굽혀 깍듯하게 인사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낮은 목소리로 "수고했습니다"라는 짧은 인사를 남긴 채 다음 대기자인 김민석 국무총리에게 향했다.
이 짧은 만남이 유독 눈길을 끈 이유는 불과 열흘 전 출국장 풍경과 180도 달랐기 때문이다. 지난 9일 이 대통령의 출국길에는 김 총리를 비롯한 정부 인사들만 도열했을 뿐, 집권 여당의 수장인 정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던 것.
여당 지도부가 대통령 순방 환송에 초대되지 못한 것은 전례를 찾기 힘든 일로, 당정이 6·3 지방선거 결과에 대한 책임론을 두고 파열음을 내는 것과 관련이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8일 취임 1주년 회견에서16개 광역단체 중 12곳을 차지하고도 핵심인 서울시장 선거 등에서 패배한 것을 두고, 이 대통령은 "이겨야 하는 곳을 졌다면 최소한 성공은 아니다"라며 당 지도부 책임론을 에둘러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언급이 나와자 민주당 친명 측의 정청래 대표가 선거 패배 책임을 지고 불출마 하라는 목소리가 확산됐다.
반면 선거직후 "전국적으로 큰 승리를 거뒀다"고 자평한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이 순방 중이던 1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을 이기는 정권은 없다. 정권은 짧고 국민은 영원하다"는 작심 발언을 쏟아내며 당권 도전에 대한 야심을 숨기지 않았다.
이러한 당청갈등은 해소되기 쉽지 않아 보이는 데도 이날 공항의 90도 인사를 만들어 낸 배경에는 양측의 정무적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이 대통령의 굵직한 외교 성과가 여당 대표와의 불화설에 묻히는 것을 경계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레오 14세 교황을 만나 한반도 평화공존 정책 지지를 호소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나 한미동맹을 재확인하는 등 성과를 안고 돌아왔다. 당장 이 대통령은 귀국 다음날인 19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대국민 순방 성과 브리핑을 할 예정이다. 이처럼 이 대통령이 직접 나서 성과 홍보를 하고 싶어할 정도로 적극적인데 여당 대표와의 불화설이라는 방해물을 차단하기 위해 청와대 정무라인이 선제적으로 당에 손을 내밀어 영접 참석을 조율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정 대표 역시 당 대표 연임 도전을 앞두고 당내 주류인 친명 당원들의 거센 사퇴 압박을 무마할 '출구전략'이 필요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권은 짧다"는 발언 이후 당내 친명(친이재명) 지지층의 거센 반발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당 대표 재도전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정 대표의 이날 이 대통령을 향한 90도 인사는 자신을 향한 친명 지지층의 분노를 달래고, 청와대와 각을 세우려는 의도가 아니었음을 보여주는 정치적 메시지인 셈이다.
실제로 명청 갈등이 빚은 파장은 8월 전당대회의 판세마저 흔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정 대표로서는 조급해진 측면이 없지 않다. 에스티아이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 9~10일 전국 유권자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층 내 차기 당대표 지지도에서 김민석 국무총리가 34.8%를 기록해 정청래 대표(20.3%)를 오차범위 밖에서 여유 있게 앞섰다. 행정부에서 이 대통령과 줄곧 호흡을 맞춰온 김 총리가 사실상 '명심(明心)'을 업고 당심을 빠르게 흡수하고 있는 형국이 된 것. 반면 정 대표는 6·3 지방선거 책임론과 당청 갈등의 진앙지로 지목되며 지지율 상승에 제동이 걸렸다.
여권에 정통한 한 인사는 "청와대와 정청래 대표 모두 한발씩 양보하며 파국은 막았지만, 이를 완전한 갈등 해소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당장 19일 이 대통령의 수석보좌관회의와 순방 성과 브리핑이 향후 정국의 1차 가늠자가 될 것이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이 당을 향해 어떤 메시지를 던질지, 혹은 철저히 거리를 두며 정책 행보에만 집중할지에 따라 당권 주자들의 셈법은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라고 귀뜀했다.
특히 그는 "민주당이 처리를 예고한 공소취소 특검 추진 과정에서 당정이 다시 엇박자를 낸다면, 임시로 꿰매어 놓은 갈등의 봉합선은 언제든 뜯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영란 기자 yrlee31@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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