칩플레이션에 두 손 든 애플...결국 가격 올린다

실리콘밸리=김창영 특파원 2026. 6. 18.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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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 처음...100년만에 오는 홍수”
신작 ‘아이폰 18’ 200만원까지 오를수도
중국산 메모리 활용도 검토해야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가 지난 8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에서 열린 개발자회의(WWDC) 기조연설 무대에서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아이폰 제조사 애플이 메모리 반도체 가격 급등을 이유로 제품 가격 인상에 나선다. 폭발적인 인공지능(AI) 개발 수요에도 원가 절감 전략으로 버텼지만 메모리 공급난이 이어지면서 결국 백기를 들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17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안타깝게도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며 “우리에게 전가된 막대한 인상분을 경감시키고 인상 부담에서 고객을 지키려 했지만 더 이상 상황을 유지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쿡 CEO는 “소비자들이 기기를 원하는 시기에 공급이 부족하고 메모리 제조사들은 대폭 인상된 가격을 전가하고 있다”며 “메모리 가격과 공급이 소비자 제품에 합리적인 수준으로 돌아와야 한다. 그것이 결국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메모리 상승세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자 그는 IBM·컴팩·애플에 40년 넘게 몸 담았는데도 이 같은 ‘칩플레이션’은 처음 경험한다면서 “100년에 한 번 오는 홍수 같다”고 말했다.

애플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칩플레이션에서 메모리 사재기 전략으로 버텼다. PC와 아이폰에 동일한 스토리지 칩을 탑재하며 원가를 절감하고 중저가 제품 판매량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운영해왔으나 최근에는 한계에 부딪혔다. 앞서 JP모건은 보고서에서 아이폰 제조 원가에서 메모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10% 수준에서 내년 최대 45%까지 치솟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마존·구글·마이크로소프트(MS)·메타 등 주요 빅테크들이 올해 AI 인프라에 7000억 달러를 쏟아붓겠다고 발표하면서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4배 급등했다. D램은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하는 휘발성 메모리, 낸드플래시는 사진과 동영상 등 정보를 저장하는 비휘발성 메모리다. 그래픽처리장치(GPU) 성능을 극대화하기 위해 D램을 쌓아 만드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급증했고, AI 서버용 스토리지(저장공간)로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주문까지 덩달아 뛰면서 SSD 핵심 부품인 낸드플래시 몸값도 치솟았다.

시점이나 대상이 언급되지 않았지만 차기작인 아이폰18 시리즈부터 본격적인 인상이 시작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애플은 이미 지난달 기본 모델 용량을 높이는 방식으로 맥미니 가격을 인상했다. WSJ는 아이폰18 프로 판매 가격이 전작 대비 200달러 오른 1299달러(200만 원)부터 시작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모건스탠리는 올해 미국 스마트폰과 PC 가격이 15%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쿡 CEO는 애플이 축적한 현금으로 메모리를 확보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애플은 지난 분기 280억 달러 이상의 영업 현금 흐름을 기록했다. 애플이 지난 8일 음성비서 ‘시리’ 새 버전을 내놓고도 D램 메모리 용량 문제로 아이폰 13억 대 이상에서 구동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애플이 조만간 고사양 메모리 확보전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쿡 CEO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재무 상태를 활용할 용의가 있다”며 “분명히 더 많은 생산 능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매년 아이폰 2억 5000만 대에 들어가는 메모리를 확보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하이퍼스케일러들은 메모리사와 연간 단위의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마이크론이 메모리 시장을 장악한 가운데 쿡 CEO는 중국 메모리 활용도 언급했다. 중국산 메모리를 들여오려면 정부 허가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 규제 완화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그는 규제 완화 입장을 묻는 질문에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해야 한다”며 “모든 공급망을 살펴봐야 한다”고 답했다. 다만 자체 메모리 공장 건설 가능성에는 “모두 다 할 수는 없다”며 선을 그었다.

실리콘밸리=김창영 특파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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