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개골·피부병 되나요?”…펫보험 1000억 시대, 보장 조건은 ‘제각각’
데이터 부족해 상품만 복잡…반려인 눈높이 맞춘 설명·비교 기준 마련돼야

국내 펫보험 시장이 사상 처음으로 1000억 원을 돌파하며 손해보험업계의 격전지가 됐다. 보험사들은 가입 연령을 늘리고 보장 한도를 키우며 경쟁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정작 소비자들은 슬개골 탈구나 피부·구강질환 등 병원비 부담이 가장 큰 필수 항목의 보장 여부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혼란을 겪고 있다. 보험사의 보장 확대 경쟁이 소비자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주요 손보사들은 펫보험 보장 항목을 세분화하며 상품 경쟁에 나서고 있다. 메리츠화재 ‘펫퍼민트’는 피부·구강질환을 기본 보장 항목으로 내세우고, 슬개골·고관절 질환은 가입 후 1년이 지나야 보장하는 구조다. DB손해보험은 의료비 보상비율과 자기부담금을 선택할 수 있도록 설계하고, 슬·고관절과 피부·구강질환은 확장보장 특약으로 보장한다. 삼성화재도 치과·구강질환, 피부병, 슬관절 치료비 등을 특약으로 보장하지만 질환별 보장 제외 기간은 다르게 적용된다.
겉으로 보면 보장 항목은 비슷해 보이지만 실제 가입 단계에서는 차이가 적지 않다. 같은 슬개골 탈구라도 기본 보장인지 특약 보장인지, 가입 직후 보장되는지 일정 기간 이후 보장되는지에 따라 보험금 지급 여부가 갈린다. 피부질환과 구강질환도 상품별 보장 조건과 면책 기준이 달라 단순 보험료 비교만으로는 유불리를 판단하기 어렵다.
반려견을 키우는 A씨는 “펫보험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막상 가입하려고 보니 슬개골이나 피부질환이 되는 건지 안 되는 건지 헷갈렸다”며 “보험료보다 실제 병원비가 나왔을 때 청구할 수 있는지가 더 궁금했다”고 말했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보장 확대와 플랫폼 구축이 시장 선점을 위한 핵심 전략으로 꼽힌다. 반려동물 보험은 사람 보험과 달리 품종, 연령, 질환별 데이터가 충분히 쌓이지 않아 손해율 관리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보험사들은 상품 판매뿐 아니라 건강관리 서비스, 제휴 병원, 플랫폼 등을 통해 반려동물 데이터를 확보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문제는 보험사의 경쟁 방향과 소비자가 원하는 정보 사이에 간극이 있다는 점이다. 보험사들은 보장 한도와 특약, 부가서비스를 넓히고 있지만 소비자에게 필요한 것은 “어떤 상품이 더 많은가”보다 “내 반려동물이 자주 겪을 질환이 실제로 보장되는가”에 가깝다.
업계에서는 펫보험이 대중화되려면 상품 확대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본다. 보험연구원 등에 따르면 국내 펫보험 시장 규모가 1000억원을 넘어섰지만 반려가구 기준 가입률은 12.8%에 그친다. 금감원이 지난해 5월부터 자기부담금과 자기부담률, 재가입 주기 관련 가이드라인을 시행했지만 보장 내용과 면책기간을 쉽게 비교할 수 있는 체계는 아직 부족하다는 평가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펫보험은 반려동물의 품종, 연령, 병력에 따라 보장 체감이 크게 달라지는 상품”이라며 “시장 규모가 커진 만큼 피부질환, 슬개골, 구강질환처럼 소비자 관심이 높은 항목을 중심으로 보장 여부와 면책기간을 쉽게 비교할 수 있는 설명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승해 기자 hae810@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