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엔 최후통첩, 북한엔 전략적 방관… 트럼프, 같은날 투트랙 核전략

유진우 기자 2026. 6. 18.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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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핵전략 이중잣대
핵 없는 이란엔 우라늄 전량 폐기 압박
핵 가진 북한엔 ‘위기 관리’ 선회

미국이 17일(현지시각) 공개한 이란 휴전·협상 양해각서(MOU) 14개 조항에는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하거나 취득하지 않고, 비축한 농축우라늄 처리 방안을 미국과 협상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란이 핵무기를 실제로 완성하기 전에 농축 능력과 핵물질을 미국이 통제하겠다는 구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각) 프랑스 에비앙에서 열린 주요 7국(G7) 정상회의 기자회견에서 이번 합의를 ‘트럼프 합의’라 부르며 “이것은 핵무기로 가는 것을 막는 벽”이라고 했다. 그는 “이번 합의는 99% 확률로 이란이 핵무기를 가질 수 없게 하는 것”이라며 “그들이 똑바로 행동하지 않으면 준수할 때까지 폭격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합의문 실물은 18일 기준 공개되지 않았지만, 주요 매체와 관계자들은 미국 측 MOU 14개 조항 가운데 8조와 9조가 핵 관련 합의를 직접 다루고 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란은 해당 조항에서 ‘핵무기를 개발하거나 취득하지 않겠다’고 재확인했다. 비축한 고농축우라늄은 IAEA 감독 아래 이란 현지에서 농축도를 낮춰 처리해야 한다. 미국과 이란은 최종 합의까지 현재 핵 프로그램 상태를 유지하고, 최대 60일 안에 농축 관련 문제를 매듭짓기로 했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의 네이트 스완슨 연구원은 최종 합의 이후 내놓은 분석에서 “우라늄 처리와 농축 중단, 사찰 범위를 둘러싼 세부 조율이 어긋나면 언제든 군사 공습 위협으로 되돌아갈 위험이 남았다”면서도 “미국은 이란이 핵 무장을 완성하기 전에 핵물질과 농축 능력을 묶어두는 예방적 비확산 전략을 선택했다”고 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가운데)이 테헤란의 이란 원자력기구를 방문해 이란 핵 연구 성과에 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같은 날, 같은 자리에서 나온 G7 공동성명은 북한 핵 문제를 정반대로 다뤘다. 트럼프 대통령을 포함한 주요국 정상들은 이날 북핵을 언급하며 “핵·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하는 데 그쳤다. 수년째 되풀이한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른 완전한 비핵화”를 재확인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새 협상안이나 경제적 압박 같은 대책도 나오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주요국이 북핵을 이란 핵문제보다 가볍게 봐서 침묵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국제사회는 북한이 조립한 핵탄두를 약 50기 보유한 것으로 추정한다. 미국은 2026년 국가방위전략에서 북한을 이미 미국 본토를 때릴 수 있는 위협으로, 이란은 앞으로 핵을 만들 가능성이 있으니 막아야 할 대상으로 나눠 평가했다.

이 문서에서 미국은 “북한 핵전력이 규모와 정교함을 키우고 있다”며 “미국 본토에 대한 ‘명백하고 현존하는 핵공격 위험’을 제기한다”고 했다. 같은 문서에서 이란에 대해선 ‘재래식 전력을 다시 키우고 핵 프로그램을 재건하려 시도할 수 있다’며, 이스라엘을 강화하고 역내 파트너 역할을 늘려 대응하겠다고 적었다. 이란은 원전 연료용 농도(3~5%)를 훨씬 웃도는 60% 농축우라늄을 상당량 생산했지만, 핵탄두를 보유한 국가로 확인되지는 않았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은 미국과 북한이 사실상 핵 억제 단계에 접어 들었다고 규정했다. 앤킷 판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연구원은 “한때 미국은 ‘북한이 핵 무장에 이르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는 비확산 차원에서 이 문제를 접근했다”며 “이제 북한이 이미 핵을 가졌다고 보고, 핵을 가진 상대를 억제하고 관리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고 했다.

미국이 이란에 한 것처럼 북한에 핵무장 완전 해제를 강제하려면 이미 만들어진 핵탄두와 핵물질(농축 우라늄), 이동식 미사일까지 찾아 없애야 한다. 북한의 협조 없이 이란전처럼 군사적으로 밀어 붙이면 한국과 일본, 미국 본토를 겨냥한 핵보복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재단은 “미국과 서방이 이번 회담에서 주장한 것과 동일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장기적인 목표로 두더라도, 당장은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시험을 동결하고 우발적 핵전쟁 위험을 줄이는 협상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이란처럼 미국과 협상하는 대신 핵을 키우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북한 외무성은 13일 비핵화가 되돌릴 수 없이 끝난 문제라고 선언하며 미국의 비핵화 요구를 거부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달 초 새 핵물질 생산 공장을 시찰하며 무기급 핵물질 생산 능력이 지난 5년간 두 배 넘게 늘었다고 주장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빅터 차와 앤디 림 연구원은 “트럼프 2기 첫 100일 동안 북한이 다섯 차례 미사일을 시험하고, 15억 달러(약 2조3000억원) 규모 암호화폐를 탈취했다”며 “북한과 러시아 관계가 돈독해지면서, 북한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 경제적 제재도 무너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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