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틀라스 양산 본격화시 '1억' 가능”…韓 휴머노이드 공급망 뜬다
현대모비스·HL만도 등 부품사 역할 주목
2030년 韓 도입 2만대·공급망 관여 7.4만대
액추에이터·로봇손·배터리 공급망 기회
[이데일리 신영빈 기자] 보스턴다이나믹스 휴머노이드 ‘아틀라스’가 국내 로봇 공급망의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아틀라스 양산이 본격화하면 가격이 약 1억원 수준까지 낮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국내 부품사들이 휴머노이드 가격 경쟁력 확보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18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최근 한국 로봇산업 보고서에서 아틀라스의 BOM(부품명세서) 원가를 약 7만4850달러(약 1억1393만원)로 추정했다. 이를 토대로 아틀라스 가격이 초기에는 약 12만 달러(약 1억8266만원) 수준에서 시작하고, 양산 규모가 커지면 7만 달러(약 1억656만원) 수준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휴머노이드 로봇은 높은 가격이 현장 도입의 가장 큰 부담으로 꼽힌다. 가격이 낮아질 경우 자동차·물류·전자·조선 등 제조 현장 내 도입 속도도 빨라질 수 있다.
보스턴다이나믹스는 2028년까지 아틀라스 연간 생산능력을 3만대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보고서는 현대차(005380)와 기아(000270)의 제조 공정 인력 구조를 근거로 이 목표가 단기적으로 과도한 수준은 아니라고 봤다.

관건은 가격 경쟁력이다. 휴머노이드가 연구개발이나 시범사업 단계를 넘어 실제 공장에 들어가려면 로봇 한 대 가격뿐 아니라 유지보수, 학습 데이터 확보, 운영비까지 감당 가능한 수준으로 내려와야 한다.
보고서는 현대차·기아의 안정적인 내부 수요와 현금흐름을 고려하면 아틀라스 도입 가시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아틀라스가 현대차그룹 제조 현장에서 시퀀싱과 조립 공정을 중심으로 먼저 투입되고, 이후 글로벌 공장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 과정에서 한국 부품사들의 역할도 커질 수 있다. 자동차 조향·제동 부품과 로봇 액추에이터는 모터, 감속기, 전자제어장치 등 핵심 기술 기반이 유사하다. 자동차 부품을 대량 생산해온 현대모비스(012330)와 HL만도(204320) 같은 기업들이 휴머노이드 관절 역할을 하는 액추에이터 공급망으로 확장할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로봇 액추에이터는 휴머노이드의 ‘관절’에 해당하는 핵심 부품이다. 로봇이 팔과 다리를 정밀하게 움직이려면 모터와 감속기, 제어장치가 높은 신뢰도로 맞물려야 한다. 자동차 조향 시스템 역시 차량 움직임을 정밀하게 제어해야 하는 만큼, 기존 자동차 부품사의 설계·제어·양산 경험이 로봇 분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평가다.
한국 자동차 부품사들이 글로벌 완성차 공급망에서 검증된 품질관리와 대량생산 역량, 북미 등 해외 생산 기반을 갖춘 점도 중국 밖 휴머노이드 기업들이 주목하는 요소다. 휴머노이드가 연구개발용 시제품을 넘어 수만대 규모 양산 단계로 넘어가면, 부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실행력이 가격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는 보고서에서 보스턴다이나믹스가 현대모비스를 휴머노이드 액추에이터 주요 공급사로 지정했다고 언급했다. 또 HL만도가 2022~2023년부터 미국 사족보행 로봇용 액추에이터를 공급해왔고, 2025년 관련 매출 150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했다. 모터와 볼스크루, 컨트롤러 등 핵심 공급망을 내부에 갖춘 점도 강점으로 짚었다.
일각에서는 한국이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에서 중국 밖 핵심 축으로 부상했던 흐름이 휴머노이드에서도 재현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배터리 산업에서 빠른 양산 역량과 고객 대응 능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을 넓혔듯, 휴머노이드 분야에서도 자동차 부품·전자·배터리·정밀제조 생태계가 결합하면 가격 하락과 대량 생산을 뒷받침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은 휴머노이드를 ‘쓰는 시장’이면서 동시에 휴머노이드를 ‘만드는 공급망’으로 커질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골드만삭스는 한국 내 휴머노이드 도입 대수가 2030년 약 2만대, 2035년 16만6000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 기업과 공급망이 관여하는 글로벌 휴머노이드 생산 규모도 2030년 약 7만4000대, 2035년 41만2000대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하드웨어 출시 현황에서도 한국의 존재감은 확인된다. 보고서가 집계한 지역별 제품 수를 보면 한국은 바퀴형 휴머노이드 6개, 이족보행 휴머노이드 3개, 덱스터러스 핸드 8개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은 각각 2개, 1개, 0개에 그쳤다. 특히 로봇손으로 불리는 덱스터러스 핸드 분야에서는 한국 제품 수가 미국 6개보다 많았다.
단 중국은 바퀴형 휴머노이드 24개, 이족보행 휴머노이드 45개, 덱스터러스 핸드 27개로 압도적인 제품 수를 보유하며 공격적으로 시장을 키우고 있다.

로보티즈는 액추에이터와 덱스터러스 핸드, 액션 데이터 사업이 주목받고 있고, 리얼월드는 로봇손 조작에 특화한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을 내세우고 있다. 완제품 휴머노이드 경쟁뿐 아니라 액추에이터, 로봇손, 배터리, 카메라·센싱 모듈, 행동 데이터 등 세부 공급망 경쟁이 본격화됐다.
업계 관계자는 “휴머노이드 경쟁은 로봇 완제품 가격을 낮추고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하드웨어 생태계 경쟁으로 가고 있다”며 “국내 기업은 액추에이터, 로봇손, 배터리, 센싱 부품 등 핵심 부품 시장에서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고 말했다.
신영빈 (burger@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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