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학력 철폐 채용’ 선언…삼성은 31년 전 이미 시행
고졸·전문대 5년간 수천명 지원
“직급 통폐합 등 수평적 문화 확산”

삼성은 학력 제한을 철폐한 채용 제도를 통해 최근 5년간 고졸 및 전문대 인원이 수천 명 지원해 현장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18일 밝혔다. SK하이닉스가 전날 ‘학력 제한 철폐 채용’을 밝혔는데 삼성은 이미 30여 년 전부터 이 같은 정책을 시행해 인사 제도에 뿌리를 내렸다고 강조했다.
삼성에 따르면 삼성전자(005930) 등 주요 관계사들은 지난 1995년부터 공채 전형에서 학력 제한을 없앤 ‘열린 채용’을 시행해 오고 있다.
삼성은 1995년 열린 채용을 도입하면서 당시로는 파격적으로 입사 자격 요건에서 학력, 국적, 성별, 나이, 연고 등을 제외했다. 채용 과정에서 출신 학교나 배경보다 지원자의 역량과 잠재력을 보기 위한 취지였다. 이 제도는 현재까지 이어져 최근 5년간 삼성 공채 전형에 지원한 고졸·전문대 출신 인원도 수천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30년간 축적된 열린 채용의 성과도 삼성 주요 사업 현장에서 나타나고 있다.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소속 A씨는 반도체 인공지능(AI) 팩토리 구축 등 제조 패러다임 전환의 핵심으로 꼽히는 디지털 트윈 관련 부서에서 근무하고 있다.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부문 소속 B씨는 모바일경험(MX))사업부 개발실에서 스마트폰 기술 경쟁력 강화 업무를 맡고 있다. 또 삼성디스플레이 소속 C씨는 중소형사업부 PA팀에서 일하고 있다. 이 조직은 업계 최초로 폴더블 디스플레이를 개발한 핵심 부서로 이청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이 과거 팀장으로 이끌었던 곳이기도 하다. 삼성SDS, 삼성물산, 삼성중공업 등 주요 관계사에서도 열린 채용을 통해 입사한 직원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삼성의 열린 채용이 ‘학벌보다 능력’이라는 원칙을 국내 기업 문화에 뿌리내리게 한 대표적인 인사 혁신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SK하이닉스가 학력 제한 철폐 방침을 내놓은 것도 이 같은 능력 중심 채용 흐름이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된다.

삼성은 창업 이래 ‘인재제일(人材第一)’ 경영철학을 바탕으로 인사 제도를 지속적으로 개선해 왔다. 1957년 국내 최초로 신입사원 공채 제도를 도입한 이후 올해로 70년째 제도를 이어오며 청년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고 있다. 외환위기와 같은 극히 이례적인 상황을 제외하면 1970년대 오일쇼크, 2000년대 금융위기 등 대형 경제 위기 속에서도 공채를 중단하지 않았다.
현재 4대 그룹 가운데 정기 공채 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곳은 삼성이 유일하다. 매년 상·하반기에 진행되는 공채는 청년들에게 예측 가능한 취업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삼성은 학력 제한 폐지에 앞서 1993년 대졸 여성 신입사원 공채를 신설하며 국내 기업의 열린 채용 문화를 선도했다. 또 인성과 직무 적성을 체계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삼성직무적성검사(GSAT)를 자체 개발하는 등 채용 제도 혁신을 이어왔다. 이후 두산, 현대차, LG, 롯데 등 주요 기업들도 자체 인적성검사 도구를 도입하며 유사한 흐름에 동참했다.
채용 이후의 인사 제도도 능력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삼성은 직급 통폐합을 통한 수평적 조직문화 확산, 직급별 체류 연한 폐지, 평가제도 개선 등을 통해 직원들이 역량을 발휘하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학력보다 실력과 잠재력을 중시하는 채용은 기업 경쟁력과도 직결된다”며 “삼성이 30년간 열린 채용을 유지해 온 것은 인재 확보 방식의 변화가 일회성 구호가 아니라 실제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구경우 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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