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치 9배’ 베팅한 中리샹… 적자 탈출 위해 AI 승부수
행사하려면 시총 1조 홍콩달러 달성해야
실적 부진 속 돌파구로 ‘AI 자동차’ 제시
중국 전기차 업체 리샹자동차(LiAuto·理想)가 핵심 경영진에게 대규모 스톡옵션을 부여하며 시가총액 1조 홍콩달러(약 194조원) 달성 목표를 내걸었다. 실적 부진과 전기차 내수 경쟁 심화 속에서 인공지능(AI) 기반 체화지능(Embodied AI) 전략을 돌파구로 삼아 제2의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18일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리샹자동차는 최근 리톄 최고재무책임자(CFO), 마둥후이 총재, 셰옌 최고기술책임자(CTO)에게 총 3500만주의 A종 보통주 스톡옵션을 부여하는 장기 인센티브 계획을 발표했다.

주목할 점은 이번 스톡옵션이 단순 재직 기간이 아닌 시가총액 목표 달성 여부에 따라 단계적으로 행사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점이다. 회사 시가총액이 2000억 홍콩달러(약 39조원)를 넘어서면 스톡옵션 행사 권리가 일부가 해제되고, 최종적으로 1조 홍콩달러에 도달해야 전량을 행사할 수 있다. 현재 리샹자동차의 시가총액이 약 1150억 홍콩달러(약 22조원)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기업가치를 9배 가까이 끌어올려야 한다. 이는 시가총액 상승과 경영진 보상을 직접 연동해 장기적인 성장 동력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다만 공격적인 목표와 달리 리샹의 실적은 악화하고 있다. 회사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차량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5% 증가한 9만5000대를 기록했지만, 주력 차종의 판매단가 하락 영향으로 매출은 11.4% 감소한 230억위안(약 5조원)에 그쳤다.
리샹은 중국 신생 전기차 업체 중 2023년 가장 먼저 연간 흑자를 달성했으나, 실적이 지속적으로 악화해 2025년 영업적자를 기록했으며 올해 1분기는 23억위안(약 5172억원)의 순손실을 내 완전히 적자로 전환했다. 매출총이익률도 상장 이후 최저 수준인 7.9%까지 떨어졌다. 리샹의 시가총액도 올해 들어 15% 이상 감소했다.
리샹은 실적 부진의 돌파구로 AI 기반 체화지능 전략을 제시했다. 체화지능은 물리적 형태를 갖추고 실제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AI를 말한다. 앞서 창업자인 리샹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초 자동차와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를 포괄하는 체화지능 기업으로의 전환을 공식 선언했다. 그는 자동차를 ‘인간과 상호작용하고 자율적으로 행동하는 로봇의 한 형태’로 보고 AI가 미래 자동차의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15일에는 관련 발표회를 열고 “자동차와 체화지능은 별개의 사업이 아니며, 지능형 자동차 자체가 체화지능의 발전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체화지능 자동차’는 향후 운전기사 겸 개인 비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투자자와 업계의 반응은 아직 냉담하다. 리샹이 제시한 비전이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구체적인 사업 모델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실제 일부 기관투자가와 애널리스트들은 회사가 기존 자동차 사업의 경쟁력 강화보다 AI 담론에 집중하고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차이신은 현지 투자자를 인용해 “리 CEO가 제시한 AI 전환 전략은 지나치게 거시적이어서, 이러한 전환이 지금의 제품과 시장 경쟁에 어떤 구체적인 영향을 미칠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했다.
자율주행과 AI 분야 핵심 인재들의 잇따른 이탈도 부담 요인이다. 2025년 이후 전 CTO와 자율주행 연구개발 책임자가 퇴사해 체화지능 로봇 회사를 설립했고, 올해 3월에는 랑셴펑 전 수석부사장이 퇴사한 뒤 범용 휴머노이드 업체를 창업했다. 실적 개선과 AI 사업 확장을 동시에 추진해야 하는 상황에서 핵심 분야 책임자들이 잇따라 회사를 떠나 창업에 나서면서 기술 경쟁력 약화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차이신은 이번 스톡옵션 지급이 단순한 보상 차원을 넘어 핵심 인력 유출을 막고, AI 전환 전략에 대한 시장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했다. 다만 리샹의 AI 전환 구상이 시장의 신뢰를 얻고 시가총액 1조 홍콩달러 목표가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본업인 자동차 사업의 수익성 회복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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