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택시기사들, 처우개선 요구…인천~청와대 33㎞ 행진 나서 [현장, 그곳&]

“하루 12시간을 운전해도 인정받는 근로시간은 3시간뿐입니다.”
18일 오전 9시께 인천 남동구 맹성규 국회 국토교통위원장 사무실 앞. 전국각지서 온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원 30명이 택시기사 처우개선을 요구하는 행진을 하고자 모여있다. 더운 날씨에 먼 길을 가야해 모자나 양산을 쓰는 등 준비를 단단히 마쳤다.
오전 9시30분이 되자 이들은 근처 20m 통신탑에 올라있는 고영기 전북지회 대림교통분회장에게 “잘 다녀오겠다”며 손을 흔들었다. 고 분회장은 “하루 12시간을 운전해도 인정받는 근로시간은 3시간뿐인 등 정확한 근로시간 인정이 필요하다”며 “여러분의 한 걸음이 택시기사 처우를 크게 개선할 것”이라고 답했다. 지부원들은 고 분회장이 운전하는 택시가 그려진 수레를 선두로 행진을 시작했다.
전국 택시기사들이 인천~청와대 33㎞ 행진에 나섰다.

앞서 3월29일 고 분회장은 맹 위원장 사무실 앞 통신탑에 올랐다. 국토교통위원회가 최근 법인택시기사의 주 40시간 근로 및 이에 따른 고정급을 보장하는 ‘택시월급제’를 유예하거나 예외하는 택시발전법 개정에 나섰기 때문이다.
고 분회장은 이를 비판하는 한편, 근로기준법이 명시한 ‘간주근로시간제’도 개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사들은 월 400여만원의 기준금을 채우고자 하루 12시간을 운행하지만, 간주근로시간제에 따라 받는 기본급은 월 100여만원으로 하루 3시간 운행한 수준에 그친다고 설명했다. 또 최근에는 디지털운행기록장치로 운행시간을 정확히 기록할 수 있는만큼 택시운수업은 제도대상에서 제외해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82일 지나도록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지부는 행진에 나섰다. 18일 인천 남동구 길병원사거리서 출발해 19일 국회를 거쳐 20일 청와대에 도착하는 일정이다. 이들은 국회와 청와대에서 그간 끌고 온 ‘공짜 노동’을 상징하는 수레를 내려놓으며 정확한 근로시간에 따른 정당한 대가를 요구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관계자는 “기사들이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등 처우가 열악해 이번 행진을 기획했다”며 “행진과 별개로 고 분회장은 법 개정까지 탑에 남아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했다.
박기웅 기자 imkingkko@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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