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국가급 군사·정치·경제력… 종전에도 꺼지지 않는 불씨 ‘헤즈볼라’[Global Focus]

박상훈 기자 2026. 6. 18.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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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lobal Focus - 레바논 남부 장악한 ‘저항의 축’
1982년 성직자·청년조직 출발
反이스라엘 노선에 이란서 지원
가자戰 참전땐 병력 최대 10만
의석 15석… 정당 연합땐 61석
128석 레바논 의회 절반 근접
레바논, 영향력 일부 인정 불구
안보리스크 커 무장해제 안간힘
지난 2023년 4월 14일 쿠드스의 날(팔레스타인 지지·이스라엘 규탄의 날)을 맞아 베이루트 남쪽 외곽에서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 대원들이 자신들의 깃발을 들고 행진하는 모습. 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서명까지 완료한 것으로 알려진 미국과 이란 간 휴전 연장 양해각서(MOU) 이행과 추후 세부 협상의 최대 리스크로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 문제가 떠오르면서 이란의 역내 영향력 확대 전략의 핵심 축으로 꼽혀온 헤즈볼라의 역할과 실태에 이목이 집중된다. 특히 레바논에서 자살폭탄테러·게릴라전을 일삼던 소규모 무장조직에서 시작한 헤즈볼라가 어떻게 레바논 남부를 사실상 정치·군사·경제적으로 장악한 친(親)이란 성향의 ‘준국가 세력’이 됐는지, 또 레바논 정부와는 어떤 관계를 가지고 있는지에 관심이 모인다.

◇시아파 청년·성직자들로 구성된 소규모 테러조직이던 헤즈볼라…현재는 중동 평화 최대 변수로= 중동에서 106일간 전쟁을 이어온 미국과 이란이 지난 14일(현지시간) 휴전 연장 MOU 체결에 합의하고 완전 종전을 위한 세부 협상에 돌입하기로 했지만 이스라엘과 헤즈볼라를 둘러싼 전쟁의 불씨가 아직 꺼지지 않은 상황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미·이란 MOU 체결 합의 소식이 전해진 후에도 레바논 남부에 주둔해 있던 자국군을 완전히 철수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헤즈볼라는 이 같은 결정에 대한 보복으로 16일 레바논 남부에 주둔한 이스라엘군을 향해 수차례 로켓 공격을 가했고, 이란 역시 이스라엘이 계속 휴전을 위반할 시 ‘가혹한 대응’을 하겠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저항의 축’(반미·반이스라엘 무장세력)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세력이기도 한 헤즈볼라는 이처럼 현재 중동 평화의 최대 변수로 떠올랐으나 결성 당시에만 해도 소규모 테러조직에 불과했다. 1982년 헤즈볼라는 레바논 남부 시아파 젊은 성직자와 청년들에 의해 만들어졌다. 이스라엘이 레바논 남부에서 활동하던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소탕을 위해 공격하자 ‘반(反)이스라엘·친이란’ 노선을 표방하며 활동을 시작했다.

이들은 레바논 남부를 중심으로 자살폭탄테러 등의 활동을 벌였다. 당시 이슬람혁명이 일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이란의 지원을 받으며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고, 1983년 307명이 사망한 베이루트 미군 해병대 막사 폭탄테러 사건 등을 주도한 것을 계기로 이름을 알렸다.

1982년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으로 시작된 레바논 내전이 1990년 종료되면서 당시 활동하던 민병대들은 대부분 무장해제됐으나 헤즈볼라는 ‘이스라엘 점령에 대한 저항세력’이라는 명분으로 레바논 정부로부터 무장 유지를 허용받았다. 당시 이스라엘군 지원을 받던 민병대 ‘남레바논군(SLA)’ 일부가 헤즈볼라의 주 활동지역인 레바논 남부에 주둔해 있다는 점이 고려된 것이다. 헤즈볼라는 1992년 열린 레바논 총선에도 정당으로 참가해 의석을 확보하면서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기 시작했다.

◇레바논 남부와 수도 베이루트 외곽까지 사실상 통치… 국가급 군사·정치·경제력= 이후 헤즈볼라는 이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레바논 남부와 베이루트 남부 외곽을 중심으로 군사력을 성장시켰다. 이란은 헤즈볼라에 군 자금과 로켓·미사일 등 무기를 지원했을 뿐 아니라 헤즈볼라 대원들을 상대로 한 군사 훈련도 꾸준히 진행했다. 이에 헤즈볼라는 일반적인 민병대 수준을 넘어 중동 최고 수준의 준국가 무장세력으로 성장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간 벌어진 가자전쟁에 헤즈볼라가 참전한 직후인 2023년 10월 기준 헤즈볼라의 전투원은 상비 전력과 예비 전력을 합해 최대 10만 명에 달하고, 각종 로켓과 미사일 수량만 15만 발에 달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이스라엘과 전쟁을 거치며 수뇌부를 포함한 대원 상당수를 잃고 무기도 대부분 소진·파괴됐음에도 최소 7만 명의 현역·예비역 병력과 2만5000발의 로켓·미사일 전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헤즈볼라는 정치·경제적으로도 영향력을 점점 확대해왔다. 1992년 총선 당시 헤즈볼라의 레바논 의회 의석은 128석 중 8석에 불과했으나, 정치적 영향력이 가장 강했던 2018년에는 친헤즈볼라 정당들과 연합해 과반인 68석을 획득하기도 했다. 2026년 기준 헤즈볼라 의석수는 15석이고 친헤즈볼라 정당 연합의 의석수를 포함하면 절반에 가까운 최대 61석으로 집계된다.

또 헤즈볼라는 레바논 남부에 병원·학교·은행 등 인프라 시설을 대거 설립하고 운영하며 내전 후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하던 레바논 정부의 역할을 일부 대신하기 시작했다. 특히 헤즈볼라가 운영하는 금융기관 ‘알카르드 알하산’은 일반 레바논 국민들을 대상으로 예금·대출·송금 등 사실상 은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알카르드 알하산은 기존 은행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던 2019년 레바논 금융위기 당시 크게 성장했고, 현재 레바논 전역 30여 개의 지점을 통해 약 30만 명에 달하는 고객을 상대하고 있다.

◇헤즈볼라 ‘무장해제’ 위해 안간힘 쓰는 레바논 정부= 레바논 정부는 사실상 ‘국가 내 국가’로 성장한 헤즈볼라의 영향력을 일부 인정·존중하면서도 최근 이들을 무장해제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국가가 무력을 독점해야 한다’는 원칙이 있을 뿐 아니라 헤즈볼라의 군사력이 강할수록 이스라엘과 무력 충돌이 발생해 국가안보가 위기에 빠질 가능성도 커지기 때문이다. 특히 2024년 11월 레바논 정부는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등 비국가 무장세력을 전부 무장해제시켜 레바논 남부에서 레바논 정규군만 무장세력으로 남게 하도록 합의했다.

다만 헤즈볼라는 이 같은 합의가 이스라엘과 레바논 정부 간 합의이지 자신들이 합의한 것이 아니라며 현재까지도 무장해제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헤즈볼라가 레바논 의회에서 정치적 영향력까지 행사하고 있는 만큼 레바논 정부의 헤즈볼라 무장해제는 성사되지 않고 있다.

박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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