쇳물 찌꺼기 제거 굴착로봇…‘30년 베테랑급 활약’에 年390억 절감[‘피지컬 AI 혁명’ 현장을 가다]

김성훈 기자 2026. 6. 18.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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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지컬 AI 혁명’ 현장을 가다 - 포스코
예비처리 공정에 피지컬AI 도입
숙련공 노하우 익힌 1.4t 스키머
1500도 쇳물 저으며 ‘섬세 작업’
조업시간 5% 단축·수율 극대화
스틱잡고 설비 조작했던 직원들
손목통증 해방·현장안전 강화도
지난 15일 경북 포항시 포스코 포항제철소 3제강공장에서 진행 중인 제강 예비처리 공정에서 피지컬 AI 기반 굴착 로봇 ‘스키머’가 고열 쇳물 통에서 불순물을 걸러내고 있다. 포스코 제공

포항 = 김성훈 기자

1.4t에 달하는 거대 굴착 로봇 ‘스키머’가 1500도를 웃도는 래들(쇳물이 담긴 통) 안을 휘젓자 이내 불순물(슬래그)로 뒤덮인 새까만 표면이 밝게 빛나기 시작했다. 마치 국물에 뜬 기름을 걷어내는 것과 유사하게 슬래그를 제거하는 이 작업은 전적으로 인공지능(AI)의 판단에 따라 수행됐다. 적외선·화상 카메라를 통해 공정 영상이 송출되자마자 슬래그 분포를 파악한 AI는 곧바로 스키머의 움직임을 제어했다. 흩어진 슬래그는 조금씩 긁어모아 한 번에 제거했고, 굴착이 쉬운 위치로 각도를 조정하기도 했다.

포스코가 피지컬 AI 기반 지능형 자율조업 프로세스인 ‘인텔리전트 팩토리’를 경북 포항시 포항제철소 3제강공장에 구현하며 철강 사업 본원의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지난 15일 이곳에서 만난 노희운 포항제철소 제강부 과장은 “스키머는 30년 경력의 베테랑 작업자들의 노하우를 그대로 학습해냈다”며 “그간 숙련도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졌던 예비처리(KR) 과정을 로봇이 수행하면서 한층 섬세한 조업이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18일 포스코에 따르면 KR은 철광석을 녹여 만든 고열 용선에서 불순물인 황 성분을 제거하는 제강 작업의 시발점이자 제철소의 심장부로 평가받는다. 용선의 품질과 완제품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제철소의 핵심 공정이지만 1년 전만 해도 온전히 사람의 감각에 의존했다. 작업자는 운전실에서 하루 평균 8000회가 넘게 직접 손으로 조이스틱을 조작해 스키머를 제어해야 했다. 래들 안쪽에 깊숙이 박힌 잔여 슬래그를 제거하려면 400t 규모의 래들을 기울여 긁어내야 하는데, 기존 수동 조작 시스템상에선 스키머와 동시 조작이 불가능했다. 고열의 용선이 작업 현장에 쏟아질 경우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노 과장은 “지난해 6월 피지컬 AI 기반 자율조업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스키머 이동과 래들 기울임을 동시에 제어하는 게 가능해졌다”며 “이제는 극심한 손목터널증후군을 호소하는 작업자도 없고, 현장 안전도 강화됐다”고 말했다.

자율조업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실제로 현장 직원들의 일손은 대폭 줄어들었다. 한 번에 20분가량 설비 앞에 앉아 조이스틱을 400여 회나 조작해야 했던 기존 작업이 버튼 하나로 대체되면서 작업자들은 품질 관리나 공정 개선 등 조업 전반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생산성도 향상되고 있다. 작업 시간은 도입 전 대비 최대 5% 단축됐고 쇳물 손실이 줄어들면서 수율 역시 비약적으로 개선됐다. 3제강공장 소속 직원 전원은 이 시스템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회사가 제정한 작업 표준을 학습하고 있다.

포항제철소 3제강공장 예비처리 운전실 소속 직원이 굴착 로봇 스키머 작동 상황을 모니터링하는 모습. 포스코 제공

포스코는 KR뿐만 아니라 지난해 전로, 2차 정련 등에도 자율조업 시스템을 구축하며 제강 전 작업 과정에 피지컬 AI 기반 공정을 구축했다. 제강공정은 ‘KR-전로-2차 정련’으로 구분된다. KR을 통해 불순물을 한 차례 제거한 용선은 고순도 산소를 넣어 성분을 조정하는 전로를 거쳐 강철로 거듭난다.

이 공정에서도 자율조업 시스템은 시시각각 변화하는 용선 온도와 최적의 조업 조건을 판단해 설비를 자동으로 운전하도록 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특히 성분 조정을 마친 용선 상층의 잔여 불순물은 전로를 기울여 이를 따라내는 ‘출강’ 작업에서 최종적으로 제거되는데, 역시 피지컬 AI를 통해 미세 조작이 가능해졌다.

자율조업 시스템은 최종 단계인 2차 정련에서도 빛을 발하고 있다. 진공 시스템을 이용해 마지막 미세 불순물을 제거하고, 합금철 등 부원료를 첨가해 화학적 성분을 최종 제어하는 작업으로 강재의 품질 및 제조원가와 직결되는 과정이다. 현재는 AI 모니터링을 통해 합금철 투입량이 자동 계산되고 조업 상황에 맞춘 설비 운전까지 가능해져 고객사가 원하는 최적의 완제품이 양산되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피지컬 AI 기반 자율조업 기술 도입의 최대 장점은 작업자별 편차를 줄여 조업 안정성을 제고할 수 있다는 점”이라며 “정확도가 높아지면서 저가 원료 사용 비중을 늘릴 수 있어 연간 원가 절감 비용 역시 390억 원가량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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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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