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발냥 반려묘, 점프할 수 있을까?" 장애묘 제한한 건 다리가 아닌 보호자였다

장형인 2026. 6. 18.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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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그람이, 보호자 제공

part1
완벽한 고양이
세발냥 가을이

Q. 만나서 반갑습니다~ 보호자님 자기소개와 반려동물(가을이)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서울 목동에 있는 동물병원에서 11년째 근무 중인 동물보건사 '김동화'라고 합니다. 제 반려묘 세발냥 '가을이(22년 3월생 추정)'는 코리안숏헤어이며, 중성화된 여아입니다! 가을이는 우전지저형성이라는 기형으로 태어났습니다. 오른쪽 앞다리가 절반만 자라다 멈췄지만, 나머지 세 다리로 충분히 건강하게 잘 살아가고 있어요!

사실 가을이 오른발에는 미세한 발가락, 발톱, 패드가 있답니다. 보호자 제공

Q. 집사의 내새꾸 자랑을 빼놓을 수 없죠. 집사의 주접을 마음껏 보여주세요~

가을이는 늘 평범한 고양이라고 생각했어요. 장애를 가졌을 뿐 성격도 외모도 지극히 평범한 고양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러다 가을이 인스타 계정을 만들고 2022년 구조된 시점부터 영상을 업로드하며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SNS 용으로 만들다 보니 가을이의 엉뚱미와 멍충미가 무척 충만하더라고요. 실제 성격도 그렇지만, 다리의 움직임이 그런 매력을 극대화해주는 것 같았어요.

또, 가을이는 무려 마중냥입니다. 심지어 제가 부르면 옵니다. 근데 안아주는 건 절대 못하게 합니다. 사람을 참 좋아해 온갖 애교를 다 떨며 부비부비 하고요, 빗질도 좋아하고 사람 몸에 붙어 지내는 걸 좋아해요. 근데 안아주는 건 절대 안 됩니다. ( 정말 특이하죠?)

part2
임보부터 입양까지,
간부전으로 고생했어요

Q. 가을이와는 어떻게 가족이 되셨나요?

어떤 동물병원이든 주로 오시는 캣맘, 캣대디가 있기 마련인데, 저희 병원에도 자주 방문하시는 캣맘이 계십니다. 그중 특히 저희 원장님과 신뢰가 두터운 캣맘이 계세요. 그분이 어느 날 병원 끝날 때 전화를 주셨어요. 학대를 받은 건지 앞다리가 잘린 고양이 제보를 받고 구조하러 가는데, 조금만 기다려 주실 수 있느냐고요.

이후 검사 결과 다행히도 고양이 앞다리는 학대로 잘린 게 아닌 선천성 기형으로 자라지 않았던 거였어요. 그때가 2022년 10월이라 가을이란 이름을 선물하고, 저희 병원에서 위탁을 시작했고요. 그날이 가을이와의 첫 만남이었습니다.

구조 후 동물병원에서 애교부리는 가을이. 보호자 제공

그때 저희 가족이 마침 고양이 한 마리를 반려하려 준비 중이었어요. 19년 함께한 반려견이 강아지별로 돌아가고 1년쯤 지났을 때였죠. 성장 후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아깽이보단 이미 확실히 개냥이인 성묘 아이를 만나고 싶어 기다리던 중이었거든요. 그런데 가을이랑 지내다 보니 '혹시 얘가 우리의 인연인가?, 나는 (이름이) 동화인데 얘는 가을이네, 우린 가을동화잖아?'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엄마에게 말씀드렸는데 처음엔 거절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장애묘라는 점이 걸리셨을 거라 생각해요. (저희 가족이 그전에는 강아지만 키워봤고, 장애를 가진 동물에겐 더 특별한 도움이 필요할 수 있다고 생각하셨을 것 같아요.) 엄마는 고양이가 갑자기 장롱 위로 올라가 내려보면 무서울 것 같다고 하셨거든요? 제가 냉큼 이걸 물었죠. 가을이는 앞다리 하나가 없어서 그렇게 높은 곳에 못 올라갈 테니 엄마가 무서워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고요. 가을이가 장애는 있지만 그것이 고양이를 잘 모르는 엄마에겐 오히려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았어요.

보호자 제공

큰 설득은 되지 않았었습니다. 말로는 설득이 안되니 가을이를 직접 만나게 해 드리려 마음을 먹고, 구조자 님께 임보 요청을 과감하게 드렸어요. 구조자님은 너무 좋아하셨고, 임보를 핑계로 엄마도 설득했습니다!! 가을이를 만나면 분명 엄마도 사랑에 빠질 줄 알았거든요. 그렇게 임보 후 23년 6월, 가을이 애교에 완전히 넘어간 어머니 덕분에 입양까지 최종 결정하며 가을동화가 완성되었습니다.

Q. 임보가 시작된 후 가을이가 간부전으로 많이 아팠다고요.

가을이가 임보온지 6일째 되던 날 갑자기 토를 했어요. 움직임도 적어지고, 몸도 뜨거워 바로 저희 동물병원으로 달려가 혈액검사부터 했는데, 간 수치가 병원 기계의 측정 범위 최대치로 나왔어요. 바로 수액 처치 후 입원했고, 다음날 퇴원했죠.

일단 어떤 거라도 먹이는 게 중요하니, 집에 와서 이것저것 다 줬는데 안 먹더라고요. 주식 캔과 간식 등 기호성 높은 음식은 모두 구매했어요. 깨작거리며 먹긴 했지만, 잘 먹지 않았죠. 참고로 가을이는 앓고 난 후 모든 식이를 스스로 제한하기 시작했습니다. 사료와 캣그라스만 먹고 다른 건 안 먹게 되었어요. 아플 때 억지로 기호성 높다고 먹였던 기억이 가을이에게 안 좋은 기억으로 남은 것 같아요.

임보 시작 후 갑자기 아프기 시작했어요. 보호자 제공

문제의 간 수치는 떨어지긴 했지만 아직도 정상은 아닙니다. 이제는 이 정도 수치가 가을이에겐 기본수치라고 받아들이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딱히 다른 문제를 일으키진 않아 지금 정도 수치를 유지하면서 지내기로 했습니다. 저희 원장님은 가을의 선천성 기형과 관련된 부분일 수도 있다고 하셨어요. 지금은 약을 먹이며 주기적으로 수치를 확인하며 무사히 지내고 있습니다.

Q. 간부전 퇴원 이후 가을이가 가족에게 먼저 다가갔다고 들었어요. 집에 돌아온 가을이가 어떻게 변했는지 궁금해요!

원래 가을이는 임보 직후 침대 헤드 뒤편으로 들어가 숨기 바빴는데요. 간 수치로 병원에 하루 입원하고 다시 돌아와서는 자꾸 밖에 나오기 시작했어요. 저는 그 모습이 가을이가 안심했다는 신호로 느꼈어요. 병원에 가서 홀로 밤 새우며, 잠시 있던 곳을 집으로 생각해 '우리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던 게 아닐까요? 너무 측은했어요.

퇴원 후 더이상 집에서 숨지 않는 가을냥. 보호자 제공

제가 오기만 기다리던 애가 제가 없어도 집을 돌아다니고 싶어 했고요. 저에게만 허락했던 손길을 다른 가족에게도 허락하고요. 무엇보다 엄마가 퇴근하고 돌아오면 숨어있던 애가 조심히 마중을 나오더라고요. 그 첫 마중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요. 그 뒤로도 거실 한가운데 홀로 누워있고, 소파 한가운데에 누워 있었죠. 혼자 있을 때도 집의 중심에 누워 있었습니다. 점점 활동 영역을 넓혀가고, 밖을 구경하기 시작하고, 가족들 마중 나간 게 가장 큰 변화였어요.

part3
한쪽 다리가 없어?
나머지 세 다리가 있어요!

Q. 가을이의 멋진 스크래칭 모습이 인스타에서 꽤 화제가 됐었죠.

가을이는 스크래칭이 주특깁니다. 집에 각종 스크래처가 다 있어요. 종이부터 패브릭류 전부요. 일단 스크래칭은 퇴근 세리머니예요. 저희 가족이 집으로 돌아오면, 좋아하는 스크래처로 가 스크래칭을 합니다. ☺️

스크래처 하나는 있어야 하니까 사다 줬었거든요. 저는 가을이가 장애가 있으니 스크래칭이 어렵고, 혹시 관심이 있을지 마련해 봤어요. 계속 저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가을이를 대했더라고요. '캣타워도 스크래처도 가을이가 혹시 쓸 수 있을까?' 늘 제가 제한하고 살았어요. 제가 상상하는 모습은 양손을 '긁긁' 하는 게 스크래칭인데 가을이는 하나가 없으니까 그게 당연히 안될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가을이는 새로운 물건에 대해 거침 없는 편이에요. 스크래처를 사줬더니 기다렸다는 듯 쓰는 모습을 보고 귀엽고 짠하고 웃겨서 찍었던 기억이 있어요. 이 영상이 가을이를 인스타에 알리게 된 영상이긴 한데, 그게 그렇게 조회 수가 터질 줄은 몰랐답니다!

보호자 제공

Q. 가을이는 못하는 게 없는 고양이인데요, 우리 가을이가 장애를 신경 쓰지 않고 거침없이 살아가는 모습을 알려주시겠어요!

일단 점프! 보통의 고양이처럼 점프를 잘 합니다. 저는 가을이에게 캣타워는 위험한 가구라고 생각했어요. 어쨌든 다리가 불편한 아이니까요. 그래서 처음에 캣타워도 먼치킨 용으로 사 줬거든요? 점점 같이 지내다 보니 점프는 뒷다리에 더 큰 영향을 받아 점프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한 번은 가을이가 장롱에 숨어서 놀다가 괴성을 질렀어요. 이 괴성은 무언가 갈망할 때 나는 소리거든요. "우오오오" 괴성을 지르더니 기어코 장롱 위에 올라갔습니다. 정~~~~말 놀랐습니다. 2m 넘는 장롱인데, 장롱 문으로 점프해서 문을 잡고 타고 타고 해서 올라가더라고요. 이걸 보며 가을이가 가진 고양이 본능을 느꼈어요. '가을이가 무엇을 할 수 없을까,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같은 유한한 생각으로 가득했던 저를 반성하게 했습니다.

보호자 제공

높은 곳을 향한 갈망이 가을이가 가진 장애로 제한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볼 때마다 놀라곤 합니다. '앞다리 하나가 없으니 이 정도는 못할 거야'라는 생각을 한 저를 항상 부끄럽게 만듭니다. 앞다리 하나가 없다는 걱정이 나머지 세 개가 있다는 사실을 똑바로 보지 못하게 만든 거였죠. 가을이가 장롱을 등반하고 난 후 일반 고양이용 캣타워를 사주었습니다. ☺️아주 잘 쓰고 있어요.

그리고 두 번째는 냥냥펀치입니다. 가을이는 왼 앞다리로 지탱하고, (없는) 오른 다리로 냥냥펀치를 날립니다. 자주 날려요. 그게 너무너무 귀여워요. '다리가 없구나'를 생각하지 못하고 그냥 펀치를 날리는 거예요. 이런 가을이의 천진함이 저를 작아지게 만들어요. 훨씬 더 높은 지능을 가진 제가 못 하는 게 훨씬 많으니까요!

누가 인형인가요? 보호자 제공

Q. 동물병원에서 일하며 많은 동물을 보셨을 것 같아요. 장애묘 관련해 우리가 가져야 할 인식과 앞으로 장애묘 입양을 원하는 집사가 가져야 마음가짐이 있을까요?

장애 동물은 입양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건 사실이에요. 챙길 일도, 힘든 일도 더 많을 것 같잖아요. 그런데 사실 지나온 시간을 생각하면 실제로 더 손이 많이 간 적도, 더 많이 챙긴 적도, 힘든 적도 없었습니다. 오히려 염려, 걱정, 노파심만 있었죠.

물론 어떤 장애냐에 따라서 다른 부분이기도 합니다만, 일단 장애가 있기 때문에 무언가 더 필요한 건 없는 것 같습니다. 어떤 동물을 반려해도 그 정도의 수고와 힘듦은 있어야 하니까요. 꼭 장애 동물이라서 나의 수고가 더 크다는 생각에 겁먹으실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실제 가을이 인스타 친구 중 장애를 가진 친구도 꽤 있어요. 아주 많은 분들이 소란스럽지 않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장애 동물을 반려하고 계시더라고요. 어떤 장애를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안전한 환경을 만들어주고, 믿을만한 보호자가 되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보호자 제공

Q. 가을이 인스타 계정이 생긴 뒤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는 소식도 들었어요.

어떤 분이 그러시더라고요. 본인이 마음의 병이 조금 있는데, 가을이 인스타 보면서 너무 위로를 받는다고요. 가을이를 통해 본인을 투영하고 계시더라고요.

그리고 실제 본인이 오른손이 없다며 가을이를 특별히 더 반가워 하시는 분을 알게 된 적도 있어요. 많은 분들께서 실제 본인의 장애를 밝히시며, 가을이를 통해 위로를 얻는다는 연락을 많이 받았어요.

저는 그냥 동물을 좋아하는 한 사람일 뿐이고, 우연히 가을이라는 장애묘를 만나 귀여운 내 고양이 자랑하고 싶었을 뿐이에요. 그분들의 서사 앞에서 감히 제가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요? 저는 말할 수 없는 그것을 가을이가 나타내고 있다고 생각해요.

가을이는 작은 동물이지만 가을이가 할 수 있는 곳에서 세상을 비추고 있더라고요. 존재 자체가 위로가 되는 가을이가 또 누군가에게 위로의 씨앗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궁극적으로는 가을이가 앞으로 장애 동물 입양의 문턱을 낮추고, 기회를 높이는 일에 귀하게 쓰임 받는 요정이 되었으면 합니다.

part4
너의 모든 몸짓이 희망

Q.먼 훗날, 가을이가 "우리 가족은 이런 사람이었어!"라고 냥냥 친구들에게 자랑한다면, 어떤 집사로 설명되고 싶으신가요?

"우리 가족들은 내가 장애가 있는 걸 몰랐나 봐????"라고 자랑했으면 좋겠어요.

그럼 친구들이 "아니 그렇게 뻔히 발 하나가 없는데???"라고 물으면 가을이가 "그러니까~ 근데 분명 모르는 것 같았다니까???"이렇게 말하는 모습이었으면 합니다. 그래서 나도 살면서 내가 다리 하나가 없는 애인지 모르고 살았노라고 자랑했으면 좋겠어요.

앞으로 수많은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내자, 가을아! 보호자 제공

Q. 가을이와의 반려생활을 사진첩 혹은 책으로 낸다면, '첫 문장'을 어떻게 작성하고 싶으신가요?

고마웠어 나의 집사, 나의 오른팔.

Q. 마지막 질문입니다. 우리 소중한 털뭉치 가족, 가을이에게 편지를 써주세요!

세발냥 가을이.네가 잘 할 수 없는 게 많을 것 같아서,너에게 많은 게 제한될까봐, 내가 아니면 누가 널 데려갈까 싶어 가련한 마음에 시작했던 우리의 묘연.

막상 너와 함께 지내고 보니 너를 제한하고 한정했던 내가 얼마나 교만했는지 때때로 부끄러워지곤 해. 너의 모든 몸짓을 통해 매일 희망을 발견하고, 너의 모든 걸음을 통해 매일 기적을 경험해.

우리 가족을 만나기 위해 세발로 달려오느라 힘들었을 너의 묘생, 남은 시간을 언제나 응원하고 축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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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형인 동그람이 에디터 hij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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