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니도 넘었다...제조업의 한국, 1분기 GDP 성장률 'OECD 2위'
[편집자주] 반도체·방산·조선·배터리·변압기까지, 한국 제조업이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다. 선진국들이 특정 분야에 치우친 것과 달리, 한국은 첨단 기술 중심의 '풀 스펙트럼' 포트폴리오로 공급망 재편기에 다양한 산업의 핵심축으로 떠올랐다. 다만 중국의 추격과 대외 불확실성이라는 변수 앞에서 미래를 낙관할 수만은 없다. 세상을 움직이는 축으로 부상한 한국 제조업의 현황과 과제 등을 짚어본다.

중동 전쟁 장기화 속에 주요 선진국들의 성장률이 0%대에 머물며 정체 흐름을 보인 것과 극명하게 대조되는 성적표다.
실제 중동 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과 인플레이션 상방 압력 속 고금리, 고환율, 고물가라는 3고(高)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전세계 경제에는 빨간불이 들어온 상황이다. 세계은행(WB)은 중동 전쟁 영향을 반영해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5%로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반면 한국 경제를 바라보는 시각은 180도 다르다. OECD는 지난 3일 발표한 경제전망에서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6%로 대폭 상향했다. 중동 전쟁이 발발한 시점이었던 지난 3월 전망(1.7%)과 비교해 3개월 사이에 0.9%p나 높여 잡았다.
한은도 최근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개월 전보다 0.6%p 상향 조정한 2.6%로 새로 제시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5%로 종전 대비 0.6%p 높였다.

중동 전쟁과 관세 전쟁이란 대외 리스크 속에서도 반도체부터 조선, 방산, 배터리 등에 이르는 첨단 제조업 전 분야에서 글로벌 시장의 대체 불가능한 '병목'을 쥐고 있는 한국의 제조업 포트폴리오가 빛나고 있단 분석이다.
실제 지난 1분기 우리나라의 제조업 생산은 컴퓨터, 전자 및 광학기기를 중심으로 전기 대비 3.9% 증가했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7.2% 성장했다. 기존 속보치(6.4%)보다 0.8%p 높아졌다. 중동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과 인플레이션이 성장에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를 제조업 기반의 수출 호황이 상쇄하고도 남을 것이란 전망이 데이터로 확인된 것이다.

구체적으로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TrendForce)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한국의 D램 시장 점유율은 68.1%에 달한다. 삼성전자가 36.0%, SK하이닉스가 32.1%로 1·2위 모두 한국 기업 몫이다.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 역시 50.1%를 한국이 차지하고 있다.
K-조선도 침체기를 지나 기지개를 켜고 있다. 영국 조선·해운 시황 전문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의 선박 수주량은 199만CGT(표준선환산톤수·34척)로, 1위 중국(211만CGT)을 바짝 뒤쫓았다. 올해 1~5월 누적 우리나라의 선박 수주 점유율은 21%로 중국에 이어 2위다.
미국 주도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중국산 선박을 배제하려는 글로벌 움직임 속에 친환경 고부가가치 선박을 인도 기일 내 완벽히 만들어낼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인 한국 조선에 대한 러브콜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국내 조선 3사의 올해 영업이익이 사상 최초로 10조원을 달성할 것이란 장밋빛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여기에 글로벌 안보 위기와 맞물린 방위산업의 폭발적 성장도 K-제조업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한국의 지난 5년간(2021~2025년) 세계 무기 수출 점유율은 3.0%로 세계 9위 수준이다. 앞서 5년(2016~2020년)보다 점유율이 0.4%p 상승했다.
특히 중동 전쟁은 한국산 무기의 쇼케이스 무대가 됐다. 국산 방공 시스템 '천궁-Ⅱ'는 이번 전쟁 전까지 한 번도 실전에서 사용된 적 없었지만,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요격 목표로 삼은 이란의 미사일과 드론 30기 중 29기를 격추하면서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았다. 실전에 투입된 천궁-Ⅱ 2개 포대에서 최소 60여발 이상의 요격미사일이 발사됐고 96% 수준의 요격 성공률을 기록한 것으로 전해진다.
여기에 정부가 최대 60조원 규모의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사업(CPSP) 수주를 위해 총력 지원에 나서는 등 정책적 지원까지 더해지면서 K방산의 수출 영토는 날로 넓어지는 상황이다.
이밖에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대형 OLED(모니터·노트북·TV 등) 시장 점유율(출하량 기준)은 삼성디스플레이가 50.9%로 1위, LG디스플레이가 31.8%로 2위를 차지했다. 3위인 중국 에버디스플레이(14.8%)와 큰 격차를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숫자가 증명하는 K제조업의 위상은 단순히 경기 사이클의 수혜에만 그치지 않는다. 과거 독일이 제조업 강국으로서 전세계 시장의 표준을 제시하며 호령했던 것처럼 AI 전력망 확장과 지정학적 위기가 상시화한 신(新)글로벌 경제 체제에선 대한민국이 그 지위를 꿰찰 수 있다는 기대감까지 흘러나온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수출 1조 달러, K에 달렸다' 보고서에서 "연간 수출액 1조달러 시대 실현을 위해서는 외형적 성장에 안주하지 않고 지속 가능한 질적 성장 기반 마련에 집중해야 한다"며 "반도체와 선박 등 기존 주력 품목의 기술 고도화 및 생산 효율성 제고를 통해 글로벌 점유율 확대를 도모하고 R&D(연구개발) 투자 확대 및 스마트 제조 공정 도입으로 후발 주자와의 경쟁력 격차를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세종=박광범 기자 socool@mt.co.kr 최민경 기자 eyes0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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