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밖에서 노는 재건축 ‘우회 대출’…“결국 조합원 부담”

박순원 2026. 6. 18.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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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가 생성한 이미지.


서울 주요 재건축 사업의 이주비 조달이 건설사의 사업비 대출에 맡겨지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10·15 부동산대책을 통해 재건축 이주비 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면서, 우회 루트로 자금을 조달하는 건설사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건설사의 사업비 대여로 재건축 이주비 지원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정부가 관련 기준을 손봐 제도권 아래서 직접 관리가 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올해 서울에서 시공사 모집을 마쳤거나, 모집을 진행 중인 재건축 사업장에선 모두 시공사의 사업비 대여 방식으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100% 수준의 이주비 지원이 제안됐다. 정부 규제로 막힌 주담대 한도 공백을 건설사가 메우고 있는 셈이다.

DL이앤씨는 이달 시공사 선정을 진행하는 양천구 목동6단지 재건축 조합에 사업비를 대여해 조합원 이주비를 LTV 100% 수준으로 지원하겠다고 했다. 이주비 지원이 확보되지 않으면 재건축 사업 진행이 지연될 수 있다고 봐서다. 현재 서울 전세 가격이 크게 뛴 만큼 이주비 지원이 없이는 조합원 이주가 불가능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지난달 시공사 선정을 마친 압구정3구역과 5구역, 신반포19·25차 등 주요 재건축 사업장에서도 삼성물산, 현대건설, 포스코이앤씨 등은 모두 자체 사업비 대여를 통해 추가 이주비를 LTV 100% 수준으로 지원하겠다고 했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전셋값이 크게 올라 이주비 6억원 한도 안에서는 대체 주거지를 구하기 어려워 시공사의 금융 지원이 필요해졌다”며 “조합원 이주가 되지 않으면 재건축 사업장을 적기에 착공하기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다만 건설사의 사업비 대여는 주택담보대출이 아닌 사업자 대출로 분류돼 조합원 이자가 더 높게 책정된다. 현재 시중금리가 3~4% 수준인데, 시공사 사업자 대출로 이주비를 조달할 경우 회사 신용도에 따라 최대 10% 수준으로 금리가 높아진다. 재건축 사업자 입장에선 정부 규제로 불필요한 금융비용이 발생하는 셈이다.

또 정부가 재건축 이주비 규제를 풀더라도 가계부채 급증이 그리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하반기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터라, 대출 수요가 증가하지 않을 수 있다고 봐서다.

한국은행이 지난 2022년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했을 당시, 정부가 재건축 LTV 규제를 완화했지만 가계대출은 오히려 감소했다. 시중 금리가 높아지면서 대출 수요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정비사업 전문가는 “현재 시공사의 사업비 대여를 통해 우회적인 루트로 이주비 지원이 이뤄지고 있는데, 정부가 이를 방치하지만 말고 제도권으로 편입해 관리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며 “정부가 직접 이주비 금융을 관리하는 편이 주택공급 확대에 더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순원 기자 ss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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