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층 무임승차, 지하철 이어 버스에도 도입?···서울시 조례 발의에 ‘갑론을박’
고령층 “노인들 교통 복지 향상” 환영 분위기
청장년층 “지하철도 적자인 판, 혼란 커져” 반대
연 1000억원 소요···재정 부담 덜 ‘절충안’ 주문도

서울시의회에서 70세 이상 고령층을 대상으로 버스 무임승차를 도입하는 내용의 조례안이 발의되자 시민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노인들의 교통복지를 위해 필요하다는 목소리와 대중교통 재정 악화와 출퇴근 시간대 승객 밀집이 우려된다는 의견이 맞선다.
17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시의회 교통위원회는 전날 회의에서 고령층 대중교통 요금 지원을 버스로 확장하는 ‘서울시 어르신 교통비 지원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이를 발의한 교통위원장 이병윤 시의원(국민의힘)은 “어르신들이 거주 지역에 상관없이 교통비 부담을 완화하고 일상의 이동 편의를 증진해 교통복지 향상에 기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고령층은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고광선 대한노인회 서울시연합회장은 “현재 노인 교통복지는 지하철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으나, 실제로는 버스를 주로 이용하는 어르신들도 많다”며 “특히 지하철 접근이 어려운 지역의 경우 교통복지 혜택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인들의 이동권을 보장하고 사회 참여를 확대하는 데 도움이 되는 만큼, 재정 여건을 고려해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청·장년층을 중심으로 반대하는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소식이 알려지자 온라인에서는 “지하철, 버스 모두 적자이지 않냐” “포퓰리즘이다” “지금 있는 것도 줄여야할 판 아니냐” “출퇴근 시간에 어떻게 하냐” “조금이라도 돈을 받아야 한다” 등 비판 여론이 주를 이루고 있다. 서울에 사는 20대 직장인 이모씨는 “출퇴근 시간대 혼잡도가 더욱 심해질 수 있고, 현재 지하철 역시 무임승차로 인한 재정 부담을 겪고 있어 버스 운영에도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며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연령 상한이나 시간·금액 제한 등 현실적인 절충안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들도 나온다. 30대 시민 박형민씨는 “우리나라는 노인빈곤율이 높고, 경제적으로 안정적이지 않은 노인들이 많다. 이들은 젊은 사람들에 비해 노동을 할 수 있는 기회나 여건이 적다”며 “우리 모두 나이가 들면 노인이 되고, 나중에 모두가 혜택을 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현실적으로 재정 부담이 우려되기 때문에 75세 이상 등으로 대중교통 무임승차 연령을 상한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지모씨(33)는 “출퇴근 시간 등은 제외하고 일부 시간만 진행하거나 월 한도금액을 적용하면 어떨까 싶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버스 무임승차 도입은 시기상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그간 지하철 무임승차의 사회적 효과를 강조해온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 교수는 “지하철 문제도 심각하고 아직 해결이 안 된 상황에서 버스까지 무임승차를 도입하는 건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며 “노인 인구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버스까지 무료화할 경우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시의회는 70세 이상 서울 주민에게 버스 무임승차를 지원하려면 매년 1000억원이 넘는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했다. 고령 인구 증가에 따라 재정 부담은 해마다 늘어날 것으로 봤다. 대구와 경북 등 일부 지역에선 이미 고령층 무임승차가 시행 중이며, 인천은 올 하반기부터 7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시행할 예정이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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