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결제·구매 권한 위임 기준 없어 이용자 보호 우려 구글·아마존, 에이전트 쇼핑 표준·서비스 선점 경쟁 네이버·신세계 등 국내 업체도 시장 진출 전문가들 "법·제도 정비 서둘러야"
AI 에이전트가 이용자의 기호에 맞게 상품을 추천하는 방식으로 온라인 쇼핑의 형태가 달라지고 있지만, 관련 법안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AI가 잘못 결제했을 경우 책임을 누구에게 물을지, AI에 쇼핑 권한을 어느 정도까지 이양할지 등에 관한 기준이 정립되지 않았다.
AI가 제시한 상품이 소비자의 취향을 충분히 반영한 결과인지, 단순 광고인지 구분하는 기준 역시 모호하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법적 공백으로 에이전트 쇼핑 전환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는 만큼 관련 법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가 에이전트 서비스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 AI가 이용자를 대신해 상품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책임 소재와 권한 위임 범위를 규정하기 위해서다.
업계는 에이전트 생태계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지만, 이를 규정하고 관리할 법제도가 부족해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에이전트 쇼핑 분야에서는 구글과 아마존 등 글로벌 빅테크가 기술 표준과 막대한 이용자 데이터를 앞세워 시장을 선점하고 있어 국내 기업들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구글은 올해 초 AI 에이전트 간 상거래를 위한 '유니버설 커머스 프로토콜(UCP)'을 공개했다. 이는 AI 에이전트가 서로 다른 쇼핑몰에서 상품 검색과 결제 등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공통 규격이다.
쇼피파이, 엣시, 웨이페어, 타깃, 월마트 등 글로벌 유통 기업 20여 곳이 참여하며 사실상 글로벌 표준 경쟁에 돌입한 상태다.
아마존은 지난달 '알렉사 포 쇼핑(Alexa for Shopping)'을 선보였다. 이용자 3억 명을 넘어선 쇼핑 도우미 챗봇 '루퍼스(Rufus)'와 음성비서 알렉사를 결합한 서비스로, 상품 검색·비교·추천부터 가격 변동 추적, 자동 구매까지 지원한다.
예컨대 사용자가 원하는 가격을 설정해 두면 가격이 하락했을 때 알림을 제공하고, 이용자의 요청에 따라 구매를 진행할 수도 있다.
AI 쇼핑에이전트 모바일 이용 모습. / 사진=네이버
국내에서는 네이버가 선제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네이버의 '쇼핑 AI 에이전트'는 축적된 쇼핑 데이터를 기반으로 상품 정보를 요약하고 이용자 맞춤형 상품을 추천한다.
사용자가 '소파'를 검색하면 AI 에이전트가 거주 인원과 공간 크기, 선호 디자인 등 이용자의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해 적합한 상품을 제안하는 식이다.
신세계그룹은 오픈AI와 손잡고 쇼핑 에이전트를 개발 중이다. AI 기술을 유통 환경에 접목해 사용자가 AI와 대화를 통해 필요한 상품을 탐색하고 구매 목록을 생성한 뒤 결제와 배송까지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한다는 목표다.
문제는 관련 법·제도가 산업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보고서를 통해 "올해 말까지 전 세계 기업용 소프트웨어의 40%에 AI 에이전트가 탑재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반면 한국은 아직 AI 에이전트 도입을 관망하거나 시범사업을 하는 정도다. 시작된 변화에 뒤처지지 않으면서도 안전하게 대응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고아라 명지대 AI이커머스학과 주임교수는 "AI 기본법 등 큰 틀의 제도는 마련됐지만 AI가 이용자를 대신해 결제까지 수행하는 단계에 대한 법적 기준은 여전히 부족하다"며 "AI가 잘못 결제했을 때 책임을 누구에게 물을 것인지, 이용자가 어디까지 권한을 위임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정립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에서는 AI 결제 표준 경쟁도 본격화되고 있어 국내 역시 제도와 기술 모두에서 속도를 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