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리포트]2030의 독자적 정치세력화는 가능할까?
30대 최연소 대통령 만든 칠레 2030…한국에서도 가능할지 주목
[편집자주] 주최 측이 없다.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 모른다. 그런데 수만 명이 모인다. 누가 외쳤는지 모른다. 그런데 한목소리로 '재선거'를 요구한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자원봉사를 하고, 태극기를 그리고, 김밥과 물을 나누며 연대한다. 최초의 '무정형(無定形) 시위'는 우리 사회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가. '동행미디어 시대'는 '참정권 시위'를 통해 변화의 중심에 선 2030세대를 향해 3가지 질문을 던진다.
① 2030의 '참정권 시위'는 사회적 변화의 신호탄인가?
② 2030은 갈등과 분열의 진영 논리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③ 2030의 독자적 정치세력화는 가능할까?

2021년 12월, 35세 가브리엘 보리치 후보가 칠레 대통령에 당선되자 현지 언론 '사이퍼 칠레'(CIPER Chile)는 이같이 평가했다. 칠레 역사상 최연소 대통령이 된 보리치는 2011년 교육 불평등 해소와 무상교육 확대를 요구하는 학생 시위를 이끈 칠레대 학생회장 출신이다.
광장에 나온 청년들의 분노가 독자적인 정치 세력화를 통해 칠레의 정치적 세대교체를 이뤄낸 것이다. 보리치는 기존 중도좌파 연합 대신 신생 좌파연합 광역전선(Frente Amplio)에 참여하고 사회수렴당(Convergencia Social)을 창당하는 등 기성 정당과는 차별화된 노선을 걸었다.
6·3 지방선거 당시 투표용지 부족에 따른 '참정권 침해' 사태를 계기로 잠실 올림픽공원에 모인 청년들을 비롯한 2030세대가 칠레처럼 독자적인 정치 세력화를 이룰 수 있을지 주목된다. 칠레 청년들은 교육시장 민영화에 따른 막대한 등록금 부담 때문에 청년들이 교육받을 권리를 침해받았다는 점에 분노해 전국 대학생 연합 중심으로 시위를 조직하고 정치 세력화를 추구했다.

해외에서 청년들이 신당을 창당해 원내에 진입한 사례는 적지 않다. 스페인에선 2011년 초긴축 재정에 따른 청년 실업률 급등과 기성 정당 부패에 분노한 청년들이 '인디그나도스' 운동을 일으켰고, 이를 계기로 2014년 '포데모스'를 창당해 2016년 총선에서 제3당에 올랐다. 2014년 대만은 국민당의 양안서비스무역협정 기습 처리에 반발한 청년 세력이 '시대역량'을 창당해 2016년 총선에서 원내 진입에 성공했다.
그러나 청년 신당 창당을 위해선 구심점이 될 만한 인물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허창덕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에서의 정치는 개인이나 지도자의 리더십과 이미지의 영향이 크다"며 "리더가 누구이고, 개인이 가진 배경이나 이력이 무엇인지에 따라 국민들의 지지가 결정된다. 정치 제도권으로 들어오기 위해서 구심점이 필요하다"고 했다.

허 교수는 "잠실 2030 시위대는 정치적인 경험이나 학습이 아직 충분하지 않다"며 "장기적 관점으로 보면 이번 잠실 시위 등을 계기로 2030세대가 정치 과정을 습득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간의 개념은 물리적 시간인 '크라노스'와 전환점의 계기가 되는 시간인 '카이로스'가 있는데 이번 사태가 2030세대에겐 카이로스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선우 기자 sunwooda@sida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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