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가격 안 지키면 공급 끊는다"… 공정위, 와이파이 1위 티피링크 조사
불공정거래 인정에 무게 두고 조사 나서
유통업체에 가격 강요하고 데이터 요구
티피링크코리아 "가격 강요 전혀 없었다"

와이파이 공유기 1위 업체인 티피링크의 한국지사인 티피링크코리아가 제품 유통 과정에서 도·소매업체에 가격 등을 강제한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공정위는 티피링크코리아의 불공정거래 행위가 인정된다고 보고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티피링크코리아는 지난해 3월 재판매가격 유지행위 등의 혐의(공정거래법 위반)로 공정위에 신고됐다. 티피링크 본사 → 티피링크 코리아 → 최상위 도매상(총판) → 하위 도매상 → 소매상 → 소비자 등으로 이어지는 유통 구조에서 티피링크코리아가 총판을 비롯한 도소매상들에게 특정 가격을 강요했다는 것이다. 재판매가격 유지행위는 제조사가 유통업체의 판매가격을 강제로 정하는 것으로, 공정거래법에서 금지하는 행위다. 티피링크는 와이파이 관련 제품 분야에서 점유율 세계 1위 업체로, 홈카메라 분야에선 국내 시장 점유율 1위로 알려져 있다.
한국일보가 확보한 신고서를 보면, 티피링크코리아는 매 분기 '지정 표준가격표'를 내려보내 총판의 하위 유통업체에 대한 도매 가격과 최종 권장소비자가격(SRP), 소비자 배송비 및 할인쿠폰 발행 여부까지 통제했다. 예컨대 한 전력관리 제품(기가비트 스위치)의 경우 2024년 1분기에 티피링크코리아가 제시한 지정 표준가격표에 따라 소비자가격은 29만8,000원, 플래티넘 등급 업체는 22만3,600원, 골드 등급은 22만8,500원에 판매하라는 식이다.
티피링크코리아 총판이었던 신고인은 "티피링크는 매주 가격 준수 여부를 감시하고 하위 도매상이 가격을 낮추면 총판에 출고 정지와 징계를 강요했다"며 "불응 시 총판 자격을 박탈하겠다고 하고, 물량을 감축했다"고 주장했다.

신고서에 따르면 티피링크코리아는 거래상 지위를 이용해 유통업체의 경영까지 간섭했다. 거래처 판매량과 판매 금액 등이 적힌 포스(POS) 데이터 자료를 제출할 것을 강요하고 이를 토대로 자사가 지정한 가격에 따라 제품을 판매하는지 확인했다는 것이다. 신고인은 또 가격 통제에 협조하지 않으면 티피링크 본사 재고가 충분함에도 총판의 발주 수량을 일방적으로 감축했다고 주장했다.
티피링크코리아는 2024년 9월 홈카메라 등 일부 품목 공급가를 30% 이상 인상하면서 신고인이 이미 보유한 재고(10억 원 상당)에 대한 가격 상승분 차액(1억 원 이상)을 거꾸로 요구한 정황도 있다. 신고인은 "당연히 거절했더니 재고 단가 보상 인센티브 지급도 중단했다"고 주장했다.

티피링크코리아 측은 재판매가격 유지행위에 대해 "강요한 바가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실적이 높은 파트너사에 제품을 공급할 때 할인율을 부여하는 혜택이 있을 뿐 강요한 적은 없다는 것이다. 또 '권장소비자가격을 준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공급 물량을 일방적으로 감축하거나 출고 정지, 거래·계약 종료 조치 등 불이익 조치를 취했다'는 것도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티피링크코리아는 총판 거래처 정보 요구 등에 대해선 "국내 사업과 관련해 모든 법적 요구사항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으며 준법 경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종= 이성원 기자 support@hankookilbo.com
세종=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이유지 기자 mainta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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