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끝나는 중동이 '기회의 땅' 될까… 방산·재건·식품 등 주목
방위력 강화 시급해 납기 빠른 K방산 유리
중동 시공 이력 많아 재건 사업 수혜 기대
급성장 K푸드도 주춤했던 수출에 재시동
에너지 공급망 다변화 움직임 조선에 호재

미국·이란 전쟁이 종전 단계에 접어들자 한국 산업계도 분주해졌다. 글로벌 경쟁력을 입증한 방위산업을 비롯해 재건 사업에 강점을 가진 건설·건설기계, 급성장세인 K푸드, 공급망 다변화의 반사이익이 기대되는 조선까지 중동을 다시 한번 '기회의 땅'으로 만들기 위해 신발 끈을 조이고 있다.
방산업계 "전쟁 중 쌓인 견적 요청, 실계약 가능성"
17일 산업계에 따르면 물밑에서 가장 분주하게 움직이는 업계는 방산이다. 전쟁 기간 동안 이란이 주변국들을 공격해 방산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은 당장의 생산 여력 한계가 뚜렷하고 기술 이전에도 소극적이라 방위력을 강화하려는 중동 국가들은 납기가 빠른 K방산을 우선 고려할 수밖에 없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전쟁 동안 '자고 일어나면 견적 요청이 무더기로 들어와 있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종전되면 쌓여 있던 견적 요청이 계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으로 폴란드에 대규모로 공급한 이후 산발적이었던 K방산 수출이 급물살을 타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중동 국가들의 관심이 가장 뜨거운 무기는 국산 방공체계다. 아랍에미리트(UAE)는 이번 전쟁에서 처음으로 실전에 투입한 '천궁-Ⅱ'가 높은 요격률을 보이자 추가 물량 조기 인도를 위해 자국 수송기까지 동원했다. 카타르, 쿠웨이트 등도 천궁-Ⅱ 도입에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호르무즈해협 봉쇄로 막대한 타격을 입은 사우디아라비아는 해군 전력 강화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구축함·잠수함 도입 사업에 뛰어든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수주 낭보를 전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현대로템의 이라크 K2전차 수출 협상도 재개될 전망이며,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UAE와 추진 중인 KF-21 수출 및 차세대 전투기 공동 개발 논의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중동 익숙한 한국 건설 재건사업 기대… K푸드는 수출 재시동

중동 재건 사업도 한국 기업들에 호재다. 3,000억 달러(약 454조 원)에 달하는 이란 재건 기금 조성 방안이 전해지면서 시장의 기대감이 부풀었다. 중동 시공 이력이 많은 국내 건설사들은 피해를 입은 중동 국가들의 원유 생산·송유 시설 및 항만 복구·확장 등에서 사업 기회를 얻을 공산이 크다. 건설기계도 재건 사업을 통해 중동 시장을 확대할 전략을 구상 중이다. 중동·아프리카 매출 비중이 약 17%로 글로벌 8개 권역 중 가장 높은 HD건설기계는 수요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식품업계도 중동 수출에 다시 시동을 건다. 동원F&B는 전쟁 때문에 보류한 UAE, 쿠웨이트 수출을 이달 중 재개할 계획이다. 할랄 인증을 받은 동원참치와 양반김 등이 대상이다. 동원F&B 관계자는 "전쟁 여파에도 하반기에는 전년 대비 50% 이상 성장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할랄 인증 불닭볶음면을 앞세워 중동 10여 개국에 20여 종의 제품을 수출하는 삼양식품도 하반기에 연간 목표인 매출 800억 원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올해 UAE, 이스라엘 등 7개국에 라면 수출을 본격화할 계획이었던 오뚜기도 시장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조선업계는 반사이익을 기대한다. 전 세계가 여전히 중동발 에너지 수급 위기에 취약하다는 사실이 확인된 만큼 비중동 산유국의 개발이 활발해지면 초대형유조선(VLCC),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발주가 증가할 수 있어서다. 부유식 LNG 생산설비(FLNG)가 새 먹거리로 떠오른 것도 중동 전쟁의 영향이 크다.
김경준 기자 ultrakj75@hankookilbo.com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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