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G7 손잡자… 푸틴, 아세안 불렀다

파리/원선우 특파원 2026. 6. 18.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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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전 종전 놓고 치열한 외교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가운데)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6일 프랑스 에비앙레뱅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왼쪽)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안토니우 코스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AP 연합뉴스

15~17일 프랑스 동부 휴양지 에비앙레뱅에서 열린 G7(7국) 정상회의에 초청받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등 각국 정상과 잇달아 만나 러시아에 대한 견제와 압박 강화를 호소했다. 같은 시각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수도 모스크바에서 동쪽으로 800㎞ 떨어진 카잔으로 날아가 이틀 일정으로 17일 개막한 러시아·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 참석 정상들을 맞았다. 이란 전쟁이 종전 MOU(양해각서) 체결로 일단락되면서, 4년 4개월째 진행 중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자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마무리지으려는 양측의 외교전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필사적 정상 외교로 G7 지지 이끌어낸 젤렌스키

이날 G7 정상이 회의를 마무리하며 채택한 공동성명의 앞부분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강력한 지지로 채워졌다. 성명은 “우크라이나가 자유, 주권, 영토 보전을 수호하는 데 흔들림 없는 지지를 보내며 단결하고, 최근 수개월 동안 전장에서 보여준 우크라이나의 회복력과 진전을 높이 평가한다”고 했다. 이어 “우크라이나에 방공 역량, 추가 방공 체계 및 요격 미사일, 장거리 타격 능력의 공급을 확대하고, 군수 생산 확대를 가능하게 하는 면허 혜택과 에너지 추가 공급을 약속한다”고 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해서는 “전시 경제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러시아산 석유와 가스를 포함한 제재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종전 협상을 통해)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성사시킨 만큼 지금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조치를 추진할 적기로 판단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앞서 주최국 프랑스의 초청으로 G7 정상회의에 합류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트럼프 및 유럽 주요 정상들과 다자 및 양자 회담을 가졌다. 이날 공동성명이 공개되면서 자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종전 논의를 이끌어가려는 젤렌스키의 정상 외교전이 적잖은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여러 차례 젤렌스키를 못마땅해하던 트럼프의 태도도 이번 정상회의에서는 확연히 달라졌다. 트럼프는 “해결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건 뭐든지 하겠다”며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제재 유예 종료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우크라이나를 배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다른 정상들도 반색했다. 최근 주독 미군 감축 결정으로 트럼프와 껄끄러운 사이가 된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미국과 유럽이 전쟁을 끝내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하고 있다는 사실이 낙관론을 안겨준다”고 했다. 메르츠는 트럼프에게 47대 미국 대통령을 상징하는 숫자 47과 트럼프 이름을 넣은 독일 축구 대표팀 유니폼까지 선물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평화가 돌아올 때까지 푸틴과 그의 측근들에 대한 압박을 계속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아세안 정상 불러들여 고립 탈피 나선 푸틴

한편 17일 러시아 카잔에서는 러시아·아세안 정상회의가 이틀 일정으로 개막했다. 아세안 의장국인 필리핀의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 로런스 웡 싱가포르 총리, 아누틴 찬위라꾼 태국 총리,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 훈 마넷 캄보디아 총리, 지난해 아세안에 가입한 동티모르 샤나나 구스망 총리 등 동남아 정상들이 잇따라 러시아에 도착했다.

러시아·아세안 정상회의는 올해로 5회째지만 이번 회의는 특히 주목받고 있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푸틴과 동남아 정상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첫 다자 정상회의이기 때문이다. 아세안 정상들이 단체로 러시아에 모이는 것도 2016년 소치 회의 이후 10년 만이다. 특히 G7 정상회의를 통해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연대를 논의하는 시점에 열린 만큼, 푸틴의 맞불 외교 성격도 짙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회의에서는 서방의 제재에 직면한 러시아가 아세안과 경제·통상 협력을 확대해 고립을 완화하는 방안이 주요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공동성명에 러시아 입장을 일부 반영한 종전 관련 문구가 포함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특히 올해 아세안 의장국이 친미 성향이 강한 필리핀이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출국에 앞서 “러시아와 안보, 통상, 에너지, 식량 안보 등 다양한 분야에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러시아와 아세안이 경제·에너지 분야 협력을 확대하며 관계를 한층 강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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