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갚을 능력 0%, 사기 칠 배짱 200%…파산 직전 나온 기막힌 재테크 [사기꾼들]

서지윤 2026. 6. 18.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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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깃한 제안으로 지인 마음 흔들고
"무조건 갚겠다" 2차례 걸쳐 사기
양육비·워크아웃 등 고정 지출 350만원
법원 "피해 금액 적지 않고 합의 못 해"
기사 내용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한 AI 이미지. 구글 제미나이
[파이낸셜뉴스] "동생이 양평에 집을 짓는데 내가 동생 대신 책임지고 총괄하기로 했어. 공사는 너한테 맡길게. 근데 지금 진행이 살짝 뜨네? 공사 계약금 나온 거에서 일부만 먼저 빌려주면 서류 좀 알아보고 바로 시작할게. 공사 들어가면 돈 바로 갚을 거야. 네 몫으로 돈도 두둑하게 챙겨줄게!"

지난 2024년 5월 A씨(44)는 지인 B씨에게 전화를 걸어 솔깃한 제안을 건넸다. 동생의 양평 주택 공사를 자신이 대행하게 되었으니, 공사 계약금 중 일부만 빌려주면 공사를 진행한 뒤 큰 돈을 얹어 갚겠다는 호기로운 약속이었다.

자신을 믿고 공사를 맡기겠다는 제안과 A씨의 당당한 태도에 B씨는 완전히 매료됐다. 의심의 벽이 허물어진 B씨는 그날 선뜻 830만원을 건넸다. 그것이 '지옥의 서막'인 줄은 꿈에도 모른 채 말이다. 당연하게도 B씨는 그 돈을 단 한 푼도 돌려받지 못했다.

대체 B씨는 왜 이토록 허술한 거짓말에 속아 거금을 건넸을까. 시간은 약 7개월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2023년 10월경 강원도 영월의 한 공사 현장. A씨는 이미 이때부터 B씨를 타깃으로 삼고 있었다. 그는 주식이나 코인 쪽에 기가 막힌 투자 기회가 있다면서 이렇게 호언장담했다.

"2년 뒤에 무조건 수익을 본대. 지금 수중에 1500만원이 있는데 500만원이 모자라네. 그것만 빌려주면 중간중간 이자 꼬박꼬박 챙겨줄게. 원금은 2년 뒤 깔끔하게 갚을게."

확신에 찬 듯한 A씨의 눈빛에 B씨의 마음이 흔들렸다. 돈을 빌려주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생각에 B씨는 다음 날 200만원을 송금한 것을 시작으로 한 달 동안 총 3회에 걸쳐 500만원을 A씨의 통장에 입금했다. 이 첫 번째 성공이 있었기에 두 번째 덫도 비교적 쉽게 놓을 수 있었다.

이 모든 것은 A씨가 연출한 완벽한 '사기극'이었다. A씨에게는 돈을 갚을 의사도, 능력도 전혀 없었다. 주식이나 코인 투자는커녕, B씨에게 받은 돈은 전부 개인 생활비로 탕진할 생각뿐이었다.

당시 A씨의 현실은 '빛 좋은 개살구'를 넘어선 파산 직전의 상태였다. 재산이나 고정 수입은 전무한 반면, 매달 나가야 하는 고정 지출은 숨이 막힐 정도로 많았다. 이혼한 전처에게 매달 양육비로만 210만원을, 신용 회복(워크아웃) 비용으로 140만원을 내야 했다. 매달 고정 지출만 350만원이 넘는 A씨가 B씨에게 약속한 이자와 원금을 갚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미션이었던 셈이다.

지인 신뢰를 처참히 짓밟은 A씨의 사기 행각은 결국 법정에서 막을 내렸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형사1단독(정덕수 부장판사)은 지난 9일 사기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5개월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 2023년 10월부터 2024년 5월까지 총 4회에 걸쳐 1330만원을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잘못을 시인하는 점, 일부 변제한 점은 참작한다"면서도 "피해가 작은 편이 아니고 피해자와 합의하지 못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jyseo@fnnews.com 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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