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운맛의 반전"… 캡사이신, 알코올성 위 손상 줄인다?
캡사이신 투여군, 알코올성 위 궤양 손상 감소 효과 확인
세포 내 핵심 항산화 방어 스위치 활성화로 위장 보호

매운맛 성분인 캡사이신이 알코올로 인한 위 점막 손상을 억제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중국 톈진대학교 연구팀은 위 점막 세포와 쥐 실험에서 캡사이신이 위장의 항산화 방어 경로를 활성화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는 캡사이신의 위장 보호 효과를 뒷받침하는 분자적 기전을 규명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연구팀은 사람의 위 점막 상피세포와 쥐 모델을 이용해 알코올(에탄올)이 유발하는 위 손상에 캡사이신이 미치는 영향을 실험했다. 캡사이신을 나노입자 형태로 제작해 체내 흡수율과 약물 전달 효율을 높인 뒤 쥐에게 투여했다. 쥐들을 24시간 동안 금식시킨 뒤 일부에만 캡사이신 나노입자를 먹이고, 45분 후 고농도의 알코올을 투여해 위 조직에 나타나는 변화를 면밀히 관찰했다.
분석 결과 알코올에만 노출된 쥐의 위 점막에는 심각한 출혈과 궤양이 발생해 위장 궤양 지수가 36.0까지 치솟았다. 반면, 캡사이신 나노입자를 미리 투여한 쥐의 궤양 지수는 5.3으로 크게 떨어지며 뚜렷한 위장 보호 효과를 보였다. 또한 세포 실험에서는 세포를 손상시키는 유해 물질인 활성산소 생성이 약 37% 감소했고, 세포막이 파괴되는 지질 과산화 현상도 약 73% 억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캡사이신의 위 점막 보호 효과는 핵심 항산화 조절 스위치인 NRF2 단백질 활성화에서 비롯된다. 평소 NRF2 스위치는 'KEAP1'이라는 감시자 단백질에 붙잡혀 분해되지만, 캡사이신이 KEAP1의 특정 부위에 결합하면 KEAP1과 NRF2 사이의 결합이 느슨해진다. 그 결과 자유로워진 NRF2가 세포핵 내부로 이동해 몸을 보호하는 항산화 방어 유전자들을 작동시키는 원리다.
이번 연구의 교신저자인 강 준 교수는 "캡사이신은 KEAP1과 NRF2의 상호작용을 직접 억제하는 최초의 천연 물질이 될 수 있다"며 "이번 발견은 향후 노화, 암, 퇴행성 뇌질환 및 심혈관 질환 등 산화 스트레스와 관련된 질환의 신약 개발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Capsaicin acts as a novel NRF2 agonist to suppress ethanol induced gastric mucosa oxidative damage by directly disrupting the KEAP1-NRF2 interaction: 캡사이신의 KEAP1-NRF2 상호작용 직접 저해를 통한 에탄올 유발 위 점막 산화적 손상 억제 및 새로운 NRF2 작용제로서의 효과)는 2026년 4월 국제 학술지 '이라이프(eLife)'에 게재됐다.
임수한 기자 hidoceditor@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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