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해외 출장마다 배우자 동행…철저히 숨긴 선관위

고정현 기자 2026. 6. 17.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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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선관위 관련 단독 보도로 이어갑니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사퇴한 노태악 전 중앙선관위원장이 재임 중 3차례 해외 출장을 가면서, 매번 배우자를 동반했던 걸로 드러났습니다. 배우자의 항공비와 숙박비 등 비용도 나랏돈으로 처리했습니다. 하지만 선관위는 외부 공개 보고서엔 이런 사실을 숨겼습니다.

고정현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기자>

6·3 지방선거 7개월 전인 지난해 11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노태악 당시 위원장과 직원 3명, 그렇게 4명이 덴마크와 스웨덴으로 8박 10일 동안 해외 출장을 다녀왔다면서 선관위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보고서입니다.

출장 목적은 선거제도 발전 방향 등의 논의였습니다.

그런데 주덴마크한국대사관 방문과 관저 만찬 사진 속, 노 당시 위원장 옆에 한 여성이 찍혀 있습니다.

누굴까.

SBS가 입수한 대외비 출장 계획서입니다.

출장자 명단 중 노 당시 위원장의 비고란에 '부부동반'이라고 기록돼 있습니다.

선관위가 외부로 공개한 보고서엔 출장자가 4명인 걸로 적혀 있었지만, 실제론 노 당시 위원장의 부인까지 모두 5명이었던 걸로 확인된 겁니다.

나랏돈 9천53만 원이 투입된 출장 예산의 내역도 확인해 봤습니다.

비즈니스클래스 항공비가 2명분으로 돼 있고, 숙박비도 4명 아닌 5명으로 정산돼 있습니다.

노태악 전 위원장이 독일과 에스토니아를 방문했던 2024년 11월 해외 출장은 어땠을까.

예산 7천190만 원이 들었는데, 역시 '부부동반'이었습니다.

선관위는 이때도 외부로 공개한 출장 보고서엔 이런 사실을 기재하지 않았습니다.

대법관이기도 했던 노 전 위원장은 중앙선관위원장으로 재임한 4년 동안 3차례 해외 출장을 다녀왔는데, 모두 부부동반이었던 걸로 확인됐습니다.

[양부남/민주당 의원 : 본연의 선거 관리 업무는 소홀히 한 채, '해외 기관 교류'를 명목으로 부부동반 출장을 챙긴 것은 명백한 외유성 특혜이자 국민 혈세 낭비입니다.]

덴마크-스웨덴 출장 보고서엔 노 전 위원장이 만난 현지 인사들이 덴마크 코펜하겐 시청 국장, 스웨덴 선거관리청 팀장 등 실무진 위주였던 걸로 기록돼 있습니다.

국가 의전 서열 5위의 격엔 안 맞는단 지적도 나옵니다.

일정도 하루에 한두 개가 전부였는데, 그마저도 한국전쟁 참전 기념비에 헌화만 하고 끝난 날까지 있었습니다.

선관위는 '부부동반 출장'에 대해 "헌법기관장으로서 지위와 역할에 상응하는 예우를 고려할 필요가 있어 예산 편성 때부터 배우자 예산을 편성했다"며 "관례를 따랐지만, 앞으론 국민 눈높이에 맞게 운영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외부 공개 보고서에 그런 사실을 안 적었던 건 배우자는 공무원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SBS는 노 전 위원장의 해명을 듣기 위해서 연락을 취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습니다.

(영상취재 : 김한결, 영상편집 : 신세은, 그래픽 : 최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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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 내용 취재한 고정현 기자와 더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Q. 부부 동반, 왜 숨겼나?

[고정현 기자 : 네, 먼저 이거부터 설명드리겠습니다. 이건 국민 모두가 볼 수 있는 공식 출장 결과 보고서인데요. 여기 보면 출장자 명단에 노태악 전 위원장을 포함해서 선관위 직원 4명이 출장을 갔다라고 적혀 있습니다. 반면에 이건 비공개 서류인데, 출장 계획서인데 노 전 위원장 이름 옆에 부부 동반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선관위한테 부부 동반 이거 사실 왜 숨겼냐라고 따져 물었더니 배우자는 현직 공무원이 아니라 공개 서류에 넣는 게 적절치 않아서 뺐다라는 변명이 돌아왔습니다. 국민이 부적절하게 볼 거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그냥 그렇게 일을 진행한 거다라는 얘기로 들렸습니다.]

Q. 정작 '선거 일정'은 불참?

[고정현 기자 : 영부인부터 심지어 일반 공무원의 배우자까지 공무 목적이 확실하다면 함께 해외 출장 갈 수 있습니다. 비용 처리도 국가 예산으로 충분히 가능합니다. 다만 노 전 위원장 부인은 출장 기록상 선거제도 관련 일정에는 참석하지 않았는데요. 또 선관위 측은 어떤 해외 기관도 노 전 위원장의 부인을 초청한 사실이 없다고 털어놨습니다. 외유성 출장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Q. 다른 직원들 출장은?

[고정현 기자 : 선관위 직원 461명은 지난 2022년부터 올해까지 107차례 해외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국가 예산 24억 원이 들었습니다. 선거 제도를 배우겠다는 명목으로 몰디브 코타키나발루 같은 휴양지를 출장지로 포함시킨 사례도 드러났었는데요. 혈세로 놀러갔다 온 거 아니냐는 비판이 커졌습니다. 꼭 필요한 해외 출장이라면 당연히 다녀와야겠죠. 하지만 선관위가 제대로 된 외부의 견제를 받지 않으면서 이번 투표용지 부족 사태도 터진 것 아니냐 이런 지적이 많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해외 출장 운영 실태만 봐도 선관위에 방만한 운영을 알 수 있다는 말들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고정현 기자 yd@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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