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5000억 쏟아부었지만...150만 붕괴 초읽기
출생보다 사망 많아진 강원, 인구 감소 가속화
20대 1만 명 유출…청년 떠나는 강원 현실
원주만 증가세 유지, 접경·폐광지는 소멸 위기
2조 투입에도 역부족…강원 생존 전략 시급
[지데일리] 강원특별자치도가 심각한 인구 감소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출생아 수보다 사망자 수가 많은 자연 감소가 지속되는 가운데 청년층의 수도권 유출까지 겹치면서 지역사회 전반에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 통계에 따르면 강원도 인구는 2020년 154만 명 수준에서 지속적으로 감소해 2024년 말 기준 151만7000여 명까지 줄었다. 현재 감소 추세가 이어질 경우 150만 명 선 붕괴는 시간문제라는 분석이 나온다. 강원도 전체 인구가 전국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이미 3% 아래로 떨어지며 존재감이 약화되고 있다.
인구 감소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자연 감소다. 강원도는 2014년부터 출생보다 사망이 많은 구조가 정착됐다. 지난해 출생아 수는 6000 명대에 머문 반면 사망자는 그 두 배 수준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출산율 저하와 고령화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인구 감소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
고령화는 강원도 인구 구조를 크게 바꾸고 있다. 평균 연령은 이미 48세를 넘어섰고 세대당 인구도 2명 아래로 떨어졌다. 이는 생산 가능 인구 감소와 소비 위축, 지역 경제 활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특히 농촌과 산간지역에서는 고령 인구 비중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의료·복지 수요는 늘어나는 반면 경제 활동 인구는 줄어드는 이중 부담을 안고 있다.
사회적 인구 이동 역시 강원도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강원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강원도는 2023년부터 3년 연속 순유출을 기록했다. 2023년 1397명, 2024년 2527명, 2025년 1387명이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갔다. 자연 감소와 사회 감소가 동시에 발생하는 이른바 '이중 인구 감소'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청년층 유출이 심각하다. 최근 3년 동안 20대 순유출 인원은 1만 명을 훌쩍 넘었다. 수도권으로 이동하는 연령층 가운데 20대 비중이 가장 높았으며, 취업과 교육이 주요 이동 사유로 분석됐다. 강원도에서 성장한 청년들이 대학 진학과 취업을 위해 수도권으로 이동한 뒤 다시 돌아오지 않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청년 유출의 배경에는 산업 기반의 한계가 자리 잡고 있다. 강원도는 관광과 농업 중심의 산업 구조 비중이 높아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첨단 산업과 대규모 기업 집적도가 상대적으로 낮다 보니 청년들이 원하는 직업 기회를 제공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여기에 문화·교육·교통 인프라 격차까지 더해지면서 수도권 집중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지역별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최근 통계에서 인구가 증가한 시군은 원주가 유일했다. 반면 철원, 양구, 태백, 정선 등 접경지역과 폐광지역은 연간 인구 감소율이 2% 안팎에 달했다. 국방 개혁으로 군 장병 수가 감소한 접경지역과 광업소 폐쇄 이후 산업 기반이 약화된 폐광지역은 지역소멸 위험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강원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서도 도내 읍·면·동 187곳 가운데 64곳이 소멸 위험 단계에 해당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농촌 지역의 경우 청년층 유출과 고령화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마을 유지 자체가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 곳도 적지 않다.
농촌 인구 감소 역시 중요한 구조적 문제다. 강원도 농가 인구는 1970년 86만 명 수준에서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농업 인력 부족은 농촌 경제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학교와 병원, 상점 등 생활 인프라 유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농촌 공동체가 약화될수록 인구 감소 속도는 더욱 빨라지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강원도는 이러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농지활력촉진지구 지정 등을 통한 규제 완화와 농촌 정주여건 개선 사업이 대표적이다. 철원 동막리 민북마을 정주환경 개선사업과 고성 접경지역 공동발전 사업 등도 추진되고 있다. 자연환경과 주택 여건을 활용해 인구 유입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또한 강원연구원은 전출입 통계조회 시스템을 고도화해 읍면동 단위까지 인구 이동과 출생·사망 변화를 분석할 수 있는 인구 분석 시스템을 구축했다. 데이터 기반 정책 수립을 통해 보다 정밀한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현재 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주거 환경 개선과 생활 인프라 확충은 중요하지만 인구 감소의 근본 원인인 일자리 부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자연환경이 좋은 지역이라도 안정적인 소득 기반이 마련되지 않으면 청년층을 붙잡기 어렵다.
강원도와 시군은 지난해에만 490개 인구 정책 사업에 약 2조5000억 원을 투입했다. 복지와 주거 지원, 출산 장려 정책, 산업 육성 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인구 감소 추세를 반전시키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강원도가 제시한 2027년 인구 200만 명 목표 역시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과제로 보인다. 현재와 같은 감소 흐름이 지속된다면 목표 달성은 물론 150만 명 유지조차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강원도의 인구 문제는 숫자의 감소에 그치지 않는다. 청년층 유출, 고령화, 산업 기반 약화, 농촌 공동체 붕괴가 동시에 진행되는 복합 위기다. 지역소멸을 막기 위해서는 정주여건 개선과 함께 기업 유치, 미래산업 육성, 청년 일자리 확대, 교육 경쟁력 강화가 함께 추진돼야 한다.
인구 감소의 흐름을 바꾸지 못한다면 강원도의 미래 성장 동력 또한 약화될 수밖에 없다. 지금이야말로 지속 가능한 지역 생존 전략을 마련해야 할 중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