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 무형유산을 찾아서]④ 국가무형유산 장도장 박종군 보유자: 칼끝에 새긴 일편심…선조들의 정신 담긴 장도
‘177공정’ 거쳐 완성되는 전통 공예
박용기 옹 이어 2대 보유자로 전승
전수교육관 활성화로 대중화 모색

"장도는 칼이라기보다, 하나의 보물처럼 느껴집니다."
국가무형유산 장도장 박종군 보유자는 장도를 단순한 칼로 설명하지 않는다. 비교적 작은 칼이지만 한 자루에 수백 년의 역사와 장인의 손기술, 선조들의 정신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177번의 손길, 한 자루의 예술로
장도는 단순한 칼이 아니다. 칼날과 칼자루, 칼집, 장식까지 모두 손으로 제작하는 종합 공예다.
장도 한 자루가 완성되기까지는 모두 177공정을 거친다. 강철을 달구고 두드려 칼날을 만들고, 장식과 칼집을 제작하는 과정이 수없이 반복된다.

광양 장도장의 맥은 고(故) 박용기 옹으로부터 이어진다. 1978년 중요무형문화재 제60호 장도장 초대 기능보유자로 인정받은 박용기 옹의 뒤를 이어 아들인 박종군 보유자가 2011년 국가무형유산 장도장 보유자로 지정됐다.

◇ "무형유산도 국보처럼 대우받아야"
다만, 장도 전승과 시장 환경은 녹록지 않다. 오랜 시간과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공예품이지만 현대 생활 속 쓰임은 과거보다 크게 줄었다. 실용품에서 장식품과 예술품으로 성격이 옮겨가면서 장도의 가치를 대중에게 알리는 일이 더욱 중요해졌다.
이로 인해 기술 보존뿐 아니라 안정적인 교육 환경과 홍보, 판로 확보가 함께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장인이 작품 제작과 전수교육, 전시 운영, 대중 홍보까지 모두 감당해야 하는 구조에서는 전통 기술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그는 "국보나 보물은 국민 누구나 그 가치를 인정하지만 무형유산은 상대적으로 생소하게 느끼는 경우가 많다"며 "장인들이 평생을 바쳐 지켜온 기술과 정신 역시 국가적 보물로 바라보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건축물이나 유물은 남아 있지만 무형유산은 사람이 사라지면 기술도 함께 사라진다. 오히려 더 적극적인 보호와 관심이 필요한 분야다"며 "국보나 보물처럼 국민들이 직관적으로 중요성을 인식할 수 있는 사회적 평가와 관심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국가와 지자체의 역할도 강조했다. 현재 무형유산 보유자들은 전수교육과 작품 제작, 전시와 홍보, 후학 양성까지 대부분 직접 감당하고 있다. 전수교육관 역시 지역에 따라 운영 여건과 지원 규모가 달라 보유자 개인의 부담이 큰 곳도 적지 않다.

◇전통을 넘어 미래로
박 보유자는 전통의 현대화에서 장도의 새로운 가능성을 찾고 있다.
과거 장도가 생활 속에서 사용되던 물건이었다면 오늘날에는 예술품과 문화상품, 체험 콘텐츠로 영역을 넓혀야 한다는 것이다. 원형은 지키되 시대 변화에 맞게 활용 범위를 확장해야만 생명력을 이어갈 수 있다는 판단이다.
실제로 박 보유자는 장도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하는 작업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전통 장도 제작은 물론 전시와 체험 프로그램, 문화 콘텐츠 개발 등을 통해 시민들이 장도를 보다 친숙하게 접할 수 있도록 힘쓰고 있다.

장도의 대중화를 위한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광양장도전수교육관은 올해 전수교육관 활성화 사업으로 '장인의 숨결, 장도의 미학'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또 다양한 공예 분야 장인들과의 협업 사례를 소개하고 전통 공예의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시간도 마련된다. 박 보유자는 "전통문화를 지키는 일은 장인 개인의 희생만으로 지속될 수 없다"며 "후학들이 기술을 배우고, 전통의 미래를 꿈꿀 수 있도록 국가와 지자체가 보다 적극적으로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태민 기자 ytm@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