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대전환, 미래 지도를 그린다] 17. 인천, 문화 의제 실천·발산하는 도시로

이은경 기자 2026. 6. 17.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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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향한 '예술담론 표현마당' 꿈꾸며
기후위기·AI, 인류 생존 의제
인천 문화예술·정책도 변화를

인천 장소성·시대적 의제 연결
예술로 해석·표현하는 장 필요
'비엔날레·트리엔날레' 가능성

'연결하되 통제하지 않는다'는
문화예술 지원 원칙도 마련해야
▲ 1895년 시작된 베네치아 비엔날레는 도시 전체를 전시장으로 활용하며 예술과 도시, 시민을 연결하는 대표적 국제예술행사다. 인천 역시 섬·갯벌·접경이라는 장소성을 바탕으로 새로운 평화예술 플랫폼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사진출처=La Biennale di Venezia 공식 홈페이지

인천은 인류의 지속가능성과 관련한 국제적 의제를 수용하고, 이를 도시의 경험과 결합해 세계로 발산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춘 도시다. 2018년 10월 인천 송도에서 열린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총회에서는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내로 제한하자는 특별보고서가 195개 회원국 만장일치로 채택됐다. 또한 유엔 산하 녹색기후기금(GCF)과 글로벌녹색성장기구(GGGI)가 입지한 인천은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글로벌 AI 허브' 유치에서도 국제기구 집적도와 경험 면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

▲ 시대적 의제와 문화예술

기후위기와 AI는 이제 특정 분야의 문제가 아니라 인류의 생존과 지속가능성을 좌우하는 보편적 의제가 되었다. 그렇다면 인천의 문화예술과 문화정책도 이 변화에 응답해야 한다. 문화예술은 시대 변화와 동떨어진 '고립된 섬'이 아니며, 변화의 흐름을 예술적 시선으로 포착하고, 지역의 기억과 미래의 상상력을 결합해 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묻고 제시하는 힘을 갖는다.

이런 관점에서 인천을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인천에는 기후위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해수면과 갯벌, 갯벌을 메워온 간척의 역사, 분단과 접경, 문물의 이동을 뒷받침해 온 항만과 공항이 중첩되어 있다. 이는 단순한 지역 특성이 아니라 기후위기, 평화, 이동, 공존, 기술과 인간의 관계를 예술적으로 사유할 수 있는 자원이다. 인천의 문화예술은 이러한 장소성을 시대적 의제와 연결하고, 예술가들이 각자의 언어로 해석하고 표현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야 한다.

▲ 1895년 시작된 베네치아 비엔날레는 도시 전체를 전시장으로 활용하며 예술과 도시, 시민을 연결하는 대표적 국제예술행사다. /사진출처=La Biennale di Venezia 공식 홈페이지

▲ 미완의 평화비엔날레 구상

인천문화재단은 제7대 이종구 대표이사 재임 시기에 기후위기, 환경파괴, 남북분단 등 일상의 평화를 위협하는 요소에 주목하며 비엔날레 또는 트리엔날레 개최를 검토한 바 있다. 이 구상은 인천의 장소성과 세계적 의제를 연결한다는 점에서 여전히 유효하다.

인천이 처한 환경의 변화가 세계적 변화와 맥락을 같이한다면, 인천의 섬과 갯벌, 바다를 무대로 삼아 기후·환경과 인간, 원도심과 신도심의 격차, 내국인과 외국인의 공존, 접경과 분단을 주제로 세계적 예술행사를 개최할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인천은 외래문화를 받아들이는 도시를 넘어, 자신의 고민과 모색을 예술로 표현해 세계로 발신하는 도시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 2018년 10월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제48차 IPCC 총회. 이 총회에서는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가 회원국합의로 채택됐다./인천일보DB

▲ '연결하되 통제하지 않는' 새 원칙 필요

물론 여러 여건상 당시 구상은 진척되지 못했다. 그러나 시민과 문화예술계의 공감 속에서 다시 논의할 가치는 충분하다. 행사의 의미를 함께 사유하는 시민이 많아질수록, 왜 예술이 중요한지, 왜 예술인의 활동을 공공영역에서 지원해야 하는지에 대한 공감대도 넓어질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문화예술 지원의 원칙도 새롭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팔길이 원칙은 예술의 자율성을 지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기후위기, 평화, 공존, 기술윤리와 같은 시대적 과제가 커진 지금, 공공영역의 역할을 단순한 거리두기로만 설명하기는 어렵다. 공공영역은 시대적 과제를 제시하고, 예술과 시민이 그 의미를 함께 사유할 장을 마련해야 한다. 다만 예술적 해석과 표현의 자유에는 개입하지 않아야 한다. 이를 "연결하되, 통제하지 않는다"는 매개의 원칙으로 부를 수 있다. 팔길이 원칙이 '거리'를 핵심 가치로 삼았다면, 매개의 원칙은 '연결'을 핵심 가치로 삼는다.

▲평화 예술담론의 표현마당을 꿈꾸며

인천이 이러한 원칙을 바탕으로 '평화로운 세계를 향한 예술담론의 표현 마당'으로서 인천비엔날레 또는 인천트리엔날레를 지역 내의 공감대를 바탕으로 전세계 예술인의 참여 속에 출범시켜 지속한다면, 인천은 문화예술의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낸 도시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다.

/김락기 박사·인천문화재단 한국근대문학관 관장

김락기 박사는

인천문화재단 한국근대문학관 관장으로 인하대에서 한국사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2007년부터 인천문화재단에 근무하며 지역문화,예술지원,기관경영 관련 업무를 수행했으며, 현재는 일제 강점기의 각종 기록에서 인천 사람들의 생활상을 찾아가는 작업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인천광역시 도시재생위원회 위원, 인천시립박물관 운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 본고는 필자의 개인 견해로, 소속기관의 공식 의견과 무관합니다.

 /이은경 기자 lotto@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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