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한 번 더 마셨다가 췌장 녹는다"…급성 췌장염, 재발 시 만성화 위험 70배↑ ①

김수연 기자 2026. 6. 17.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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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성 췌장염 재발 시 만성화 위험이 약 70배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출처: 클립아트코리아

최근 서구화된 식습관과 잦은 음주 등으로 인해 현대인의 췌장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췌장은 몸 깊숙한 곳에 위치해 이상이 생겨도 초기 증상이 뚜렷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잦은 술자리 후, 혹은 평범한 일상 속에서 갑자기 뱃속을 쥐어짜는 듯한 극심한 고통이 느껴진다면 단순 위장장애가 아닌 '급성 췌장염'을 의심해야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22년 통계에 따르면 이 질환으로 진료받은 환자는 연간 약 4만 명에 달하며, 40~50대 중년 남성에게서 특히 발병률이 높다. 문제는 초기 자각 증상이 소화불량이나 위경련과 비슷해 자칫 치료의 적기를 놓치기 쉽다는 점이다.

가장 경계해야 할 점은, 급성 췌장염이 단 한 번의 치료로 안심할 수 있는 질환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급성 췌장염을 한 번 앓은 뒤 재발할 경우, 췌장이 돌처럼 굳는 '만성 췌장염'으로 진행될 위험이 크게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발표됐다. 만성 췌장염은 한번 진행되면 회복이 불가능한 질환인 만큼, 급성 췌장염 단계에서의 재발 방지와 원인 차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에 관련 연구를 주도한 소화기내과 박지영 교수(인제대학교 상계백병원)의 도움말로 급성 췌장염의 위험성과 주요 발병 원인, 전조 증상을 자세히 살펴본다. 

급성 췌장염, 재발 시 만성화 위험 70배 폭증… 방심하면 췌장 잃어
급성 췌장염은 당장의 극심한 통증이 가라앉았다고 해서 완치된 것으로 착각해선 안 되는 질환이다. 한 번이라도 재발할 경우, 췌장이 돌처럼 굳어 제 기능을 잃는 '만성 췌장염'으로 악화할 위험이 크게 높아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박지영 교수 연구팀이 첫 급성 췌장염 환자 501명을 장기 추적 관찰한 결과, 재발 환자군은 그렇지 않은 환자군보다 만성화 위험이 약 70배 높았다. 이 연구는 국제 학술지 '췌장학(Pancreatology)' 2025년호(제25권)에 게재됐다. 

박지영 교수는 "재발성 급성 췌장염을 한 번이라도 겪으면 만성 진행 위험이 70배 높다는 사실은, 재발 자체가 하나의 독립된 고위험 상태임을 의미한다"며 "따라서 첫 번째 췌장염 이후부터 즉시 음주와 흡연을 철저히 중단해야 비가역적 만성화와 후유증을 예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단순 소화불량 증상과 달라… 극심한 상복부 통증과 구토, 발열, 호흡곤란 동반
일반 환자가 급성 위염이나 충수염(맹장염)으로 인한 통증과 급성 췌장염을 스스로 구분하기란 쉽지 않다. 해당 질환들 모두 비슷한 부위에 복부 통증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급성 췌장염은 통증이 뻗어나가는 양상이 뚜렷하고, 자세에 따라 통증의 강도가 변한다는 명확한 특징이 있다.

박지영 교수는 "급성 췌장염의 전형적인 증상은 극심한 상복부 통증이 수 시간 이상 지속되면서 등으로 뻗치는(방사되는) 것"이라며 "특히 몸을 반듯하게 펴고 누우면 통증이 심해지고, 옆으로 누워서 몸을 웅크리면 다소 완화되는 특징이 있다"고 설명했다.

위험 신호는 통증에만 그치지 않는다. 박 교수는 "참을 수 없는 상복부 통증과 더불어 구토, 발열, 식은땀, 호흡곤란 등이 동반되면 지체 없이 응급실을 찾아 입원 치료를 받아야 한다"며 "특히 과음 후 1~2일 이내에 이런 증상이 나타났거나, 평소 담석 병력이 있는 사람에게서 갑자기 이와 같은 증상이 나타났다면 급성 췌장염을 강하게 의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주된 발병 원인 중 하나는 음주… 췌장 녹게 만드는 '알코올'
박지영 교수 연구팀이 501명의 환자를 장기 추적 관찰한 결과, 급성 췌장염 발병 원인의 84.6%는 음주와 담석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두 가지 원인은 공통적으로 췌장 세포 내 소화효소를 조기 활성화해 췌장 세포의 괴사, 미세혈관 손상, 염증을 일으킨다. 이처럼 췌장 세포에서 시작된 손상은 국소 췌장염에 그치지 않고 전신 염증 반응으로 번질 수 있다. 

알코올이 췌장을 손상시키는 과정에 대해 박지영 교수는 "알코올이 췌장 소화효소를 만드는 세포 안으로 들어가 분해되는 과정에서 아세트알데히드, 지방산 에틸에스터 등의 독성 물질이 생성된다"며 "이 물질들은 세포 생존을 담당하는 미토콘드리아를 손상시키고 활성산소를 늘려 세포 괴사와 염증을 일으킨다"고 설명했다. 이어 "알코올 대사산물은 세포 내 칼슘 농도와 산화 스트레스도 증가시킨다. 이로 인해 소화효소가 췌장 안에서 미리 활성화돼 췌장 조직을 스스로 녹이는 자가 소화가 일어나며, 이것이 췌장염의 핵심 발생 기전"이라고 덧붙였다.

알코올의 폐해는 췌장 세포 손상에만 그치지 않는다. 박 교수는 "반복적인 음주는 췌장액의 점도를 높여 단백 플러그(찌꺼기)나 췌관 결석 형성을 촉진한다"며 "이 플러그와 결석들이 췌관을 반복적으로 막으면 만성적인 미세 염증과 섬유화가 생긴다. 결국 췌장의 구조적 변화가 일어나 만성 췌장염으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박지영 교수|출처: 인제대학교 상계백병원

췌관 물리적으로 막는 '담석'… 철저한 원인 차단으로 만성화 막아야
담석 역시 췌관을 물리적으로 막아 췌장을 병들게 하는 요인이다. 박 교수는 "담낭(쓸개)에 있던 평균 3mm 이하의 작은 돌이 총담관을 따라 내려오다 담관과 췌관이 만나는 합류부를 막으면 췌장염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췌관이 막히면 췌장액이 십이지장으로 빠져나가지 못해 압력이 상승하고, 췌장액이나 담즙이 역류해 췌장 세포를 직접 자극하게 된다. 박 교수는 "이러한 과정을 거쳐 췌장 세포가 손상되고 염증이 생기면, 결국 알코올에 의한 손상과 같은 경로로 췌장염이 진행된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알코올은 대사산물로 췌장 세포를 직접 타격하고, 담석은 췌관을 물리적으로 가로막아 급성 췌장염을 유발한다. 이는 극심한 고통을 동반할 뿐만 아니라, 재발 한 번만으로도 되돌릴 수 없는 만성 췌장염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원인을 철저히 차단해야 한다. 

다음 기사에서는 만성 췌장염이 당뇨병과 췌장암을 부르는 과정부터,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위고비', '마운자로' 등 GLP-1 비만치료제와 췌장염과의 연관성, 재발을 막기 위해 실천해야 할 관리 방법에 대해 알아본다. 

김수연 기자 hidoceditor@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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