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1.5조원 간병비 줄였지만…'간호·간병통합서비스' 확대 속도는 둔화
고령화와 간병비 급등으로 '간병 파산'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간호·간병통합서비스가 연간 1조5000억원에 가까운 간병비 절감 효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병상 확대 속도는 둔화하고 있어 지속 가능한 제도 운영을 위한 수가 체계 개편과 인력 확충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와 병원간호사회는 17일 서울대어린이병원에서 정책 심포지엄을 열고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운영 성과와 향후 발전 방향을 논의했다.

정현진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연구원 지속가능체계연구실장은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운영 현황을 분석하고 향후 발전 방향을 제시했다. 정현진 연구실장의 발표에 따르면 2025년 6월 기준 총 798개 의료기관과 8만 6,443개 병상이 간호·간병통합서비스에 참여하고 있으나 병상 참여율은 34.4%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으며, 전체 병동 운영 기관은 118개(1만 2,094병상)로 이중 중소병원급이 85.6%(101개)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2024년 통합병동 입원 환자의 간병비 절감액은 1인당 평균 79만 7,685원으로 집계됐으며 사적 간병률(간병인 고용 또는 가족 간병 포함)은 2015년 73.1%에서 2023년 59.9%로 크게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가 경증환자 위주로 운영된다는 지적에 대해선, 데이터 분석 결과 의학적 중증도가 높을수록 통합병동 입원 가능성도 높아져 의학적 중증도에 따른 환자 배제 현상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간호인력의 관리 부담이 큰 치매·섬망 환자와 중증 장애인군은 통합병동 입원 가능성이 각각 약 21%, 37% 낮은 반면, 경과 예측이 비교적 뚜렷한 골절 환자는 약 29% 높아 간호 관리 난이도에 따른 선별 현상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병상참여율이 높아질수록 간호집중군의 통합병동 입원 가능성이 크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나 경사로 배치에 따른 선별 현상 완화 가능성도 확인됐다.
정현진 연구실장은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전병동 확대 ▲환자구성 및 간호 필요도 변동에 따른 유동인력 운영 체계 마련 ▲간호인력 배치 기준 개선 ▲장애군 전담 케어팀 구성 및 장애인 활동보조사의 돌봄 참여 허용 등 간호적 관리도가 높은 환자군을 위한 맞춤 전략도 제시했다.

정 연구실장은 “간호·간병통합서비스의 ‘전병동 확대'로 정책 패러다임을 전환하기 위해서는 통합병동과 일반병동의 인건비 격차 수가 보상, 통합병동 전환에 따른 공간·시설 개선 지원 등 보상체계 현실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간호·간병통합서비스'라는 명칭이 환자·보호자에게 1대1 간병서비스를 연상시킬 수 있어 제도 취지에 맞게 '포괄간호서비스' 또는 '통합간호서비스'로 변경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김정숙 부천세종병원 간호부원장이 종합병원 운영 사례를 중심으로 ‘전병동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운영과 중증환자 전담병실 관리경험’에 대해 발표했다.
부천세종병원은 2013년 포괄간호서비스 시범사업 참여 이후 전병동 운영, 교육전담간호사 제도, 중증환자 전담병실 및 대체간호사제 도입을 거쳐 2026년 패널병원으로 선정됐다.
김 부원장은 “중증환자 전담병실은 일반병동 내 중증도 심화에 대응하고 중환자실 퇴실 후 일반병동 전환의 완충 역할을 위해 운영되며, 심혈관, 호흡기·흉부, 뇌신경, 복합질환자 등 집중 관찰이 필요한 환자가 전체 이용자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면서 “인력배치는 간호사 1인당 환자 4명, 간호조무사 1인당 환자 8명 기준을 적용하며, 전담 간호스테이션과 정밀 환자 모니터링 장비, 통합 관제 시스템 등을 갖춰 병실 내 밀착 간호와 신속 대응 체계를 구축했다”고 소개했다.
2024년 8월부터 2026년 4월까지의 부천세종병원 중증환자 전담병실 운영 현황을 보면, 심장전문병원 특성상 심장내과 이용률이 44.23%로 가장 높았으며, 신경과·신경외과(21.99%), 흉부외과(21.21%)가 뒤를 이었다. 입실 경로는 중환자간호팀을 통한 완충지대(step-down) 경로가 43.8%로 가장 많았고, 응급실 경유(39.3%), 통합병동 내 전실(11.4%) 순으로 나타났다.
또한 간호·간병통합서비스에 대해 “보호자의 경제적 부담 감소와 간호서비스의 전문성 강화 등 성과가 있는 반면, 환자의 정서적 지지 부족과 간호인력의 감정노동·업무 강도 증가, 안전사고 관련 법적·재정적 위험 가중 등의 과제가 있다”며 “이에 안심톡·안심콜을 통한 비대면 소통 강화, 낙상예방시스템 개발, 근무자지원프로그램(EAP) 등을 통해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의 지속 가능한 제도를 위해서는 ▲올바른 입원문화 정착을 위한 인식 확산 및 홍보 강화 ▲소아청소년과 등 특수 상황을 위한 상주보호자 예외기준 마련 ▲실제 운영 여건을 반영한 간호·간병 수가 현실화 ▲위험 예측 알고리즘 연구를 통한 낙상 예방 시스템 개발 ▲간호필요도 지표 분석을 통한 인력배치 적정성 지표 보완 등을 제언했다.
김 간호부원장은 “우리 병원의 운영 사례를 통해 중증환자까지 수용 가능한 새로운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모델의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환자의 안전한 회복과 가족의 일상을 지켜내는 것이 제도 운영의 핵심 가치”라고 말했다.
최은미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 부회장은 ‘국민 간병 부담 완화를 위한 유일한 대안: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주제로 한 마지막 발표에서 간병의 사회·경제적 문제와 간호·간병통합서비스의 필요성을 집중 조명했다.
발표에 따르면 월평균 간병비는 2008년 206만 원에서 2024년 432만 원으로 16년 만에 2배 이상 급증했으며, '독박 간병인'은 약 60만 명으로 추산됐다.
또 2006년부터 2023년까지 18년간 총 228건의 간병 살인사건이 발생하는 등 간병 문제가 사회적 비극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간병인 1명이 최대 6명의 환자를 돌보는 구조와 열악한 근무 환경, 구인난으로 인한 간병 인력의 고령화로 요양병원 간병인의 약 80%가 60대 이상인 ‘노노(老老) 돌봄’ 구조가 고착화되면서, 간병인의 건강 악화와 서비스 질 저하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 부회장은 “요양병원의 6대 1 공동 간병비는 월평균 60~80만 원 수준으로 비교적 저렴해 보이지만, 입원 기간이 길어질수록 비용 부담이 커져 가계에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꼬집으며 “정부가 올해 하반기부터 지정 병원 내 중증환자 간병비의 약 70%를 지원하는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화를 추진하고 있으나 극소수 환자에 한정돼 실효성과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는 만큼, 간호·간병통합서비스의 전면 확대가 유일한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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