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임대살이 전전하던 이민2세...6조 맨해튼 트로피빌딩 개발

임성현 특파원(einbahn@mk.co.kr) 2026. 6. 17.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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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피플/앤드류 정 美 최대 디벨로퍼 엑스텔 CEO
불황 없는 맨해튼 초고가·초대형 오피스 개발
5번가 570·파크에비뉴 405 트로피빌딩 역점
앤드류 정 엑스텔 CEO가 최근 매일경제와 인터뷰에서 뉴욕 오피스 시장의 잠재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임성현 뉴욕특파원
원벤더빌트, 원브라이언트파크, JP모건 신사옥. 뉴욕 맨해튼 중심부 미드타운, 그중에서도 핵심상권인 록펠러센터 주변에 위치한 트리플A급 빌딩들이다. 일명 트로피빌딩으로 불리는 초고층, 초고가 랜드마크 빌딩에 또하나의 기록이 새겨진다. 5번 에비뉴에 들어설 570빌딩은 현재 부지공사가 진행중으로 사업비만 무려 40억달러(약 6조원)짜리다. 부지 160만스퀘어피트(sqft)로 맨해튼 46~47번가 한블록을 통째로 오피스와 리테일 빌딩으로 개발하는 사업이다. 미국 대형 개발사인 엑스텔(EXTELL)이 18년간 인접 부지를 조금씩 사들이며 공들인 역작이다.

특히 취임한 한국계 앤드류 정 엑스텔 공동 최고경영자(CEO)가 추가 투자 유치와 2030년 공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정 대표는 매일경제와 인터뷰에서 “맨해튼을 대표하는 최고 수준의 상업용 빌딩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절반이 넘는 오피스 공간은 이미 글로벌 대형 로펌인 심슨대처가 입도선매했다. 정 대표는 “심슨대처가 27년간 전체 오피스의 60%를 임대했다”며 “그만큼 빌딩의 가치를 인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층부 리테일공간은 세계적 가구용품점 이케아가 싹쓸이했다. 뉴욕에선 현재 브루클린 점포만 운영하는 이케아가 4년만에 맨해튼 재진출의 교두보로 570빌딩을 ‘찜’한 것이다.

韓 자본 유치 시동...“K푸드·K컬처 결합한 부동산개발”
엑스텔은 1989년 미국 부동산개발의 구루인 개리 바넷이 설립한 회사로 누적거래 규모만 360억달러에 달하는 초대형 개발사다. 센트럴파크타워, 원57, 원맨해튼스퀘어 등 뉴욕 랜드마크인 주거 및 상업시설을 개발해왔다. 창업자인 게리 바넷은 허드슨야드를 개발한 제프 블라우 릴레이티드 컴퍼니즈 대표와 미국 부동산 개발의 쌍두마차로 불린다.

정 대표는 칼라일에서 부동산개발 업무를 총괄한뒤 개발사를 운영하다가 지난 4월 엑스텔에 스카웃됐다. 그는 “이전 회사에서 20억달러 부동산을 직접 운영했다”며 “미국에서도 세 손가락에 안에 드는 디벨로퍼에 합류하는게 인생이 한번 뿐인 기회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40억달러 사업비중 이미 2억 8000만달러는 JP모건을 통해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조달했고 1억 2000만달러중 절반은 엑스텔 자체 자금으로, 나머지 6억달러는 추가 조성중이다.

정 대표는 “엑스텔은 그동안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계 자본을 유치한 사례가 별로 없다”며 “엑스텔의 개발역량과 아시아 자본간 협력을 이끌고 싶다”고 말했다. 엑스텔은 정 대표 외에도 뉴욕시 중소기업국장을 역임했던 케빈 김을 영입해 아시아팀을 꾸렸다.

570빌딩에 이어 그는 또다른 트로피빌딩으로 파크에비뉴에 위치한 405빌딩 개발도 추진중이다. 세계 최대 사모펀드 블랙스톤과 헤지펀드 시타델이 인근에 위치한 맨해튼의 몇 안남은 노른자위 부지다.

임대료 비싸 뉴욕 변두리 전전...“건물주 되겠다” 각오로 개발사업 매진
실제 뉴욕 맨해튼 오피스 시장은 팬데믹 이후 양극화가 심해지며 텅텅 빈 일반 빌딩과 달리 트리플A급 오피스는 없어서 못판다. JLL에 따르면 작년 뉴욕 오피스 빌딩 중 트로피빌딩 공실률은 7.6%으로 역대 최저 수준이다. 정 대표는 “맨해튼 트로피빌딩 공실률은 마이너스(입주 대기)”라며 “맨해튼의 신축 프리미엄 빌딩에 대한 수요가 어느 정도인지를 알 수 있다”고 전했다.

정 대표는 2살때 미국으로 건너온 이민 2세대다. 아버지는 단돈 100달러만 들고 미국에 왔고 밑바닥 이민자가 그렇듯 택시 운전대를 잡았다. 잡화점을 운영했지만 강도를 당하는 통에 가게를 접었다. 가세가 기울면서 브루클린에서 퀸즈로 이사했다. 정 대표는 “임대료가 너무올라 쫓겨난 것”이라며 “그때 ‘나는 세입자가 아니라 건물주가 되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했다. 사업 수완이 있던 아버지는 다른 이민자들과 달리 세탁소 대신 세탁소에 세탁시설을 납품하는 회사를 차렸다. 나름 성공했고 정 대표도 과학고와 와튼스쿨을 거치며 월가의 ‘워너비’ 직장인 칼라일에 입사했다.

앤드류 정 엑스텔 CEO(왼쪽)와 박화영 인코코 회장이 엑스텔이 개발한 센트럴파크타워 펜트하우스에서 뉴욕 부동산 시장의 잠재력에 대해 셜명하고 있다. 임성현 뉴욕특파원
1세대 한상 박화영 인코코 회장 “유대인처럼 韓 자본+네트워크 활성화”
미국 부동산업계에서 손꼽히는 거물로 성장한 정 대표는 앞으로 플로리다, 텍사스 등 미국 전역에서 사업 기회가 무궁무진하다고 했다. 특히 유타주에서 엑스텔은 초대형 프리미엄 스키 리조트 뉴디어벨리를 개발중이다. 정 대표는 “뉴디어밸리 식음료(F&B) 사업을 K푸드와 결합하는 방안을 논의중”이라고 했다. 스키장에서 파는 음식을 뻔한 치킨 텐더가 아니라 한국계 미슐랭 레스토랑인 ‘꽃(COTE)’의 ‘꽃치킨’을 파는 식이다. 또 슬로프 간식점에서 ‘스키장 김밥’을 파는 것도 논의중이다. 정 대표는 “엑스텔만이 할 수 있는 독창적이고 혁신적인 개발 비즈니스”라며 “이 프로젝트에 한국의 자본과 K컬처의 영향력을 유기적으로 통합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 자본 유치전에는 한인 네트워크가 탄탄한 미국 1세대 한상인 인코코그룹의 박화영 회장과 손을 잡았다. 성악가 출신 박 회장은 뷰티 사업에 뛰어들어 기계, 화학, IT사업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며 굴지의 대기업으로 키워냈다. 박 회장은 “미국의 한인사회도 유대인처럼 자본과 네트워크로 뭉칠 필요가 있다”며 “한인사회는 경제 강국인 모국의 지원이 받쳐주기 때문에 더 잠재력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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