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 급여化 논란···“타 중증질환 건보 시급”vs“청년 탈모도 중증”

이상구 의약전문기자 2026. 6. 17.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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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공약, 복지부가 검토···의견 수렴 후 건보 적용 추진
“생명 연결된 중증질환 건보 급해”···대상 청년층?, 정부 부인  
“탈모 급여화 검토할 때 됐다”···가격 관리 효과적 전망도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최근 탈모 급여화를 놓고 반대와 찬성 논란이 일고 있어 정부 정책방향 등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급여화를 반대하는 측은 탈모도 중요하지만 다른 중증질환에 건강보험 적용이 더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반면 찬성 측은 20대와 30대 청년층 탈모를 사실상 중증질환으로 볼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어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는 분위기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최근 개최된 정부 출범 1주년 정책간담회에서 올 하반기 중점 추진 과제를 발표했는데 여기에는 탈모 급여화도 포함됐다. 실제 복지부는 보험급여과를 중심으로 탈모 치료 건강보험 적용에 대한 실무 검토를 진행했다. 이어 하반기 국민 의견 수렴을 거쳐 건보 적용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날 간담회에서 정 장관은 "탈모가 청년 건강과 일상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건보 적용이) 필요하다는 관점과 (건보 적용이) 중증 위주로 가야 한다는 의견 등 다양한 의견이 있다"며 "국민건강보험공단이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긍정 답이 나왔다"고 말했다.
사진=생성형 AI(챗GPT) 이미지. 최근 탈모 급여화를 놓고 반대와 찬성 주장이 일고 있어 정부 정책방향 등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당초 탈모 급여화는 이재명 대통령의 보건의료 공약 중 하나로 꼽혀왔다.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탈모인이 겪는 불안과 대인기피, 관계 단절 등이 삶의 질과 직결된다는 논리로  건보 적용 확대를 공약한 바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탈모 환자 수는 2020년 23만 4780명에서 2024년 24만 1217명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진료비 총액은 322억원에서 389억원으로 늘었다. 탈모 치료는 현재 자가면역질환에 해당하는 원형 탈모나 지루성 피부염 등 제한적으로 건보가 적용되고 있으며 유전성 탈모 등 치료는 비급여로 분류된 상태다. 이에 실질적으로는 탈모 환자 수가 1000만명에 달할 것이라는 추정도 있다. 

최근 복지부 발표로 인해 탈모 급여화가 이슈로 부상하자 반대와 찬성 주장이 강력 대립하고 있는 점이 주목된다. 우선 급여화 반대 여론이 적지 않게 회자되는 분위기다. 구체적으로 탈모가 중요하고 치료가 시급한 질환이지만 생명과 연결된 다른 중증질환 건보가 더욱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20대와 30대 청년층이 탈모로 고민하는 상황은 이해하지만 사람 목숨이 가장 중요하고 시급하다는 논리로 요약된다.

이같은 주장은 건강보험 재정과 연결된다. 건보 재정수지는 지난해까지 흑자였지만 올해부터는 적자로 전환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국회예산정책처 건강보험 재정전망에 따르면 재정 수지는 2029년 -10.7%, 2033년에는 –30.7%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 11일 정부 출범 1주년 정책간담회에 참석한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모습. / 사진=연합뉴스

의료계도 이같은 주장을 적극 제기한다. 실제 진료 현장에서 삶과 죽음의 경계점에 있는 환자들을 접하는 의사들이 중증질환 급여화에 무게중심을 싣고 있는 것이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도 성명서를 내고 "최근 충북 청주에서 29주 차 산모의 태아 심박수가 떨어지는 긴급 상황이 발생했지만 전국 병원 12곳에서 거절당해 결국 태아는 숨을 거두고 말았다"며 "한국 보건정책 최우선 과제가 표를 의식한 '탈모 급여화'인가? 아니면 길에서 죽어가는 임산부와 아이들 목숨을 지키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소청과의사회는 "건보 재정은 한정돼 있고 국가 정책에는 '생명'을 최우선으로 하는 우선순위가 있어야 한다"며 "복지부가 내놓은 의제가 탈모 급여화 토론회라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복지부가 국민 생명을 우선하는지, 아니면 포퓰리즘식 보여주기 정책에 눈이 멀었는지 이 대통령은 감찰하라는 것이 소청과의사회 입장이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탈모 급여화를 폐기하고 필수의료 살리기에 정부 재정과 역량을 총동원하라고 소청과는 요청했다.

이처럼 탈모 급여화 반대론자들은 정책을 추진하는 복지부도 겨냥하고 있다. 최근 복지부 장관 경질설이 확산되는 민감한 시기에 대통령은 공약 이행을 요청하고 있고 복지부가 화답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탈모 급여화 대상이 20대와 30대 청년층으로 검토되는 점도 주목된다. 일단 복지부는 급여화 대상을 제한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정책 대상 등 구체적 내용은 토론회 등을 통한 공론화 이후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장관이 간담회에서 "탈모가 청년 건강과 일상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전제한 점 등을 근거로 만약 탈모에 건보가 적용되면 급여화 대상은 청년층이 될 가능성이 관측된다.

반면 이제는 탈모 급여화를 신중하게 검토할 때가 됐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청년층에게는 탈모가 사실상 중증질환이기 때문에 건보 적용이 필요하다는 주장으로 요약된다. 실제 탈모가 젊은이들 취업이나 연애, 결혼에 중요한 영향을 주는 현실에서 반드시 목숨이 왔다 갔다하는 질병만 중증질환이라는 논리를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20대와 30대 청년층만 정책 대상으로 제한할 경우 정부와 여당이 젊은층 지지를 노린다는 비판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이에 일단 탈모 급여화라는 대명제를 골자로 차근차근 접근해야 한다는 조언도 있다. 

탈모에 건보를 적용할 경우 치료제 가격 관리에 효과적이라는 시각도 있다. 실제 전문의약품이 탈모약 상당 부분을 점유하는 상황에서 현재처럼 비급여로 판매하는 경우 가격 통제가 불가능해 치료제간, 의료기관간 가격 차이가 클 수 있다. 하지만 탈모 치료제를 급여화하면 약제급여목록에 등재된 가격이 공개돼 환자들 불편이 적어지는 장점이 있다는 분석이다. 

탈모약을 생산하는 제약사 관계자는 "현재도 건보가 적용되지 않는 고가 약제로 고통받는 환자들을 생각하면 쉽게 언급할 수 없다"면서도 "만약 탈모 치료제가 급여화되면 더 많은 환자들이 약제를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결국 대통령 선거 공약으로 출발, 복지부가 논의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는 탈모 급여화 정책은 국민 의견 수렴과 공론화 과정 등 신중하고 차분한 검토가 필요한 상황으로 분석된다. 익명을 요청한 환자단체 관계자는 "모든 보건정책 중심은 몸이 아픈 환자들이어야 한다"고 전제하고 "대통령과 복지부는 환자들이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관심을 갖고 공부하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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