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과 체불왕 ③ 임금 체불 진행 시점에도 회삿돈 빼돌려 억대 비자금 조성
대유위니아그룹 체불 사태.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임금 체불 사건이다. 수천 명의 노동자가 경제적 파탄으로 내몰렸다. 핵심 책임자는 그룹의 회장인 박영우다. 그는 사태 해결에 나서고 있을까. 검찰은 박 회장에게 제대로 된 법적 책임을 물었을까.
뉴스타파는 <검찰과 체불왕>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사건의 형사소송 기록 등을 토대로 그동안 드러난 적 없는 ‘체불왕’ 박영우 회장과 그 일가의 불법적이고 부도덕한 행위, 무엇보다 이들의 범죄 혐의를 덮어준 검찰의 행태를 추적한다. <편집자주>
1,600억 원대의 체불 임금을 청산하지 않고 있는 대유위니아그룹이 노동자들의 대규모 임금 체불 사태가 진행되던 시기, 회삿돈을 빼돌려 수억 원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진술이 법정에서 나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진술을 한 당사자는 대유위니아그룹 박영우 회장 비서실의 자금 거래, 관리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 이 모 부장이다. 그는 법정 진술을 통해 비자금의 조성 시기와 규모는 물론, 조성 수법과 전달 경로 등까지 구체적으로 밝혔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박영우 회장의 1심 증인신문 공판조서에 따르면, 이 같은 증언을 뒷받침하는 이 부장의 업무용 다이어리와 더불어, 박 회장 비서실에서 직접 작성한 ‘비자금 현황’이라는 제목의 엑셀 파일 등 대유위니아그룹의 비자금 조성 사실을 뒷받침하는 물증 또한 존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부장이 법정에서 진술한 비자금 조성 시기 가운데 하나는 2023년 1월이다. 규모는 1억 원이다. 이 시기는 대유위니아그룹에서 초래한 사상 최대 규모의 임금 체불 사태가 위니아전자, 위니아 등으로 뻗어나가던 때였다.
"회장 비서실에서 비자금 조성" 진술... '비자금 현황' 엑셀 파일 등 물증도 존재
2024년 8월 13일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사상 최대 규모의 임금 체불 사태, 대유위니아그룹 사건의 핵심 책임자인 박영우 회장의 1심 재판이 진행됐다.
검찰은 박영우 회장 비서실에서 부장으로 일한 이 모 씨를 불러 증인신문을 벌였다. 이 씨는 회장 비서실의 자금 거래와 자금 관리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 인물이다.
그는 '박영우 대유위니아그룹 회장 비서실에서 비자금 조성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검사는 이 씨에 대한 증인신문 과정에서 이 씨의 업무용 다이어리를 증거로 제시했다. 다이어리에는 '2021년 3월 31일 금요일 전무님 회의, 비밀리에 현금 7~8억 준비'라고 기재돼 있었다.
이 씨는 '이 돈이 비자금을 의미하며, 박영우 회장 비서실장이었던 김 모 씨의 지시 하에 비자금 조성이 이뤄졌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대유위니아그룹의 비자금과 관련해 검찰에서 확보한 증거는 다이어리뿐만이 아니었다. 검찰은 이 씨의 업무용 컴퓨터에서 엑셀 파일도 찾아 확보한 상태였다. 이 엑셀 파일은 제목부터가 ‘비자금 현황’이었다.

"거래업체에서 현금 되돌려받는 수법", "박영우 회장 비서실장에 모두 전달"
끝이 아니다. 검찰은 이 씨로부터 '박영우 회장의 비자금이 어떻게 조성되어 왔는지', '조성된 비자금은 어디로 전달되는지' 등 조성 수법과 전달 경로에 대한 구체적인 진술 또한 이미 확보하고 있었다.
검사는 법정에서 이렇게 물었다. "위 비자금은 거래업체에서 현금으로 대금을 일부 되돌려 받은 부분이라고 진술하였는데, 맞는가요?". 이 씨는 "맞다"고 답했다.

비자금 조성과 관련한 보고는 모두 박영우 회장의 비서실장이었던 김 씨에게 이뤄졌다. '조성된 비자금 역시 전부, 박영우 회장의 비서실장에게 전달됐다'는 게 이 씨의 법정 진술이다.

사상 최대 규모, 최악의 임금 체불 진행 시점에도 회삿돈 빼돌려 비자금 조성
심지어 검찰은 대유위니아그룹 노동자들의 임금 체불이 시작된 2023년 1월에도 박영우 회장의 비서실에서 돈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점까지 파악하고 있었다.


‘비자금 현황’이란 제목의 엑셀 파일에 기록돼 있는 비자금 출납 내역, 즉 명백한 물증을 토대로 한 것이었다.

이날 법정에서 나온 진술을 종합하면 ▲2021년 3월 위니아를 통해서 조성된 현금 7~8억 원, ▲2023년 1월 역시 위니아를 통해 만들어진 현금 1억 원이 박영우 회장의 비서실장에게 비자금 명목으로 전달됐다.

이 비자금들은 대유위니아 그룹 비서실에서 조성한 비자금의 빙산의 일각일 가능성이 높다.
'체불왕' 박영우 회장, 비자금 조성 관련 뉴스타파 질의에 묵묵부답
뉴스타파는 법정 진술을 한 박영우 회장 비서실의 부장, 이 씨에게 연락해 비자금 조성이 박영우 회장의 지시였는지, 비자금을 어디에 썼는지 등을 물었다. 이 씨는 취재진에 문자 메시지를 보내 “대유위니아 그룹 문제로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아 힘든 시간을 보냈다”며 “대유와 관련된 사항은 어떤 경로로든 관련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비자금 조성의 지시자로 지목된 박영우 회장의 비서실장 김 씨에게도 전화를 걸고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김 실장은 아무런 답변 하지 않았다.

지난 12일 뉴스타파는 수원고등법원 앞에서 2심 재판정에 출석하는 박영우 회장을 만났다. "비서실장에게 비자금 조성을 지시했는지, 이 비자금은 어디에 썼는지" 등을 직접 물었다. 박 회장은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차고 넘치는 비자금 관련 진술과 증거들... 검찰은 어떻게 수사했을까
앞서 확인한 것처럼 검찰은 ▲박영우 회장 비서실에서 대유위니아그룹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관리했고 ▲사상 최악의 임금 체불 사태가 진행되던 시기에도 돈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하는 걸 멈추지 않았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와 증언을 차고 넘치게 확보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검찰의 수사는 비자금 조성과 박영우 회장 간의 직접적인 연관성을 밝혀내는 방향으로 뻗어나가는 게 자연스럽다. 검찰은 어땠을까. 다음 기사에서 박영우 회장과 비자금을 둘러싼 검찰의 수사 과정을 자세히 보도한다.
뉴스타파 강민수 cominsoo@newstapa.org
Copyright © 뉴스타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