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월드컵 성적은 몰라도 ‘이것’은 1위”···경기장·관중석·라커룸까지 치우는 ‘청소 본능’
외신 “흔적 남기지 않음으로서 존재감 드러내”

일본 축구팬들이 이번에도 경기장을 깨끗하게 정리하며 월드컵의 또 다른 화제로 떠올랐다. 경기 후 관중석에 남은 쓰레기를 직접 수거하는 모습은 이미 익숙한 풍경이 됐다.
CNN은 17 “일본은 월드컵 성적을 예측하기 어려워도 가장 깨끗한 팀이 될 것이라는 점만큼은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다”며 일본 팬들의 독특한 응원 문화를 조명했다. 일본계 미국인 문화 전문가 노조미 모건은 “일본 학교에서는 교실에 들어가기 전 실외화를 벗고 실내화로 갈아 신는다”며 “아이들은 자기 이름이 적힌 걸레를 들고 교실 바닥은 물론 계단과 화장실까지 직접 청소한다”고 말했다. 모건은 “일본에는 ‘날아간 새는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며 “공공장소를 사용한 뒤 깨끗하게 정리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문화로 자리 잡았다”고 설명했다.
일본 팬들은 지난 15일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의 댈러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북중미 월드컵 네덜란드전이 끝난 뒤 관중석을 청소한 뒤 떠났다. 대표팀도 라커를 깨끗하게 정리했고 그 사진이 국제축구연맹(FIFA) SNS에 오르기도 했다. 일본 팬들의 경기장 청소는 오래전부터 국제대회에서 화제가 돼 왔다. 2018 러시아 월드컵과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승패와 관계없이 일본 팬들이 관중석을 정리하는 모습이 세계적인 관심을 받았다. 선수단 역시 경기 후 라커룸을 깨끗하게 정리한 뒤 감사 인사와 종이학을 남겨 국제축구연맹(FIFA)의 찬사를 받았다. 쓰노다 히로카즈는 2008년부터 올림픽과 월드컵 현장을 찾아 경기장 정리를 돕고 있는 대표적인 인사다. 쓰노다는 “학교 청소 시간이 정말 싫었고 왜 우리가 청소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면서 “딸이 다니는 학교에서 청소 봉사를 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누군가 먹다 남긴 음식이나 음료를 치우는 일은 유쾌하지 않지만 직접 해보면 함부로 쓰레기를 버리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일본 팬들의 행동을 두고 “관심을 끌기 위한 보여주기”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쓰노다는 “한 번만 직접 해보라”며 “경기장이 깨끗해지고, 자원봉사자와 청소 직원들은 더 빨리 귀가할 수 있다. 누구도 손해 보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그는 경기장에 여분의 쓰레기봉투를 챙겨 다닌다. 그는 “외국인이 많이 도와줄 때도 있다”며 “누군가의 문제를 조금 덜어주는 것이 자원봉사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대표팀 주장 출신 하세베 마코토도 2018 러시아 월드컵 당시 “일본인과 일본 사회가 가진 정신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축구선수 이전에 일본 시민으로서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한 바 있다.
CNN은 “북중미 월드컵에서도 일본 팬들은 경기 결과와 별개로 또 하나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며 “화려한 응원보다 조용한 뒷정리로, 그들은 자신들이 다녀간 자리에 흔적을 남기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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