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에게 100만달러 벌어오라 명령만 하면 되는 시대···초지능, 턱밑까지 왔다”[2026 경향포럼]

“인공지능(AI)에 ‘100만달러를 벌어오라’고 지시하면 제품 기획부터 제조, 물류, 마케팅까지 스스로 처리해 결과를 낸다. 인간은 그저 계약서에 서명만 하면 된다.”
17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6 경향포럼> 강연자로 나선 마이클 바스카 마이크로소프트(MS)AI 전략·커뮤니케이션 리더는 이를 “머지않은 현실”로 제시했다. 그는 AI가 묻는 말에 답하는 단계를 넘어 스스로 ‘행동하는’ 시대로 진입했다며, 인간 지능을 능가하는 초지능(Superintelligence) 도래 시점 역시 “5년 이내, 이르면 내년”으로 앞당겨졌다고 분석했다. 바스카 리더는 무스타파 술레이만 MS AI 최고경영자(CEO)와 함께 베스트셀러 <더 커밍 웨이브>를 썼으며 구글 딥마인드와 MS 등에서 AI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왔다.
바스카 리더는 AI 패러다임의 근본적 변화를 ‘에이전틱 시프트’(Agentic Shift·자율적 행동으로의 전환)로 규정했다. AI가 글을 고치고 자료를 분석해주는 보조도구에 머물지 않고, 목표를 받아 직접 업무를 수행하는 행위자로 바뀐다는 것이다. 그는 “AI는 말하는 것이 아닌 행동하는 것(AI isn‘t about saying things; it’s about DOING them)”이라며 “이 전환이 AI를 흥미로운 기술에서 세계적 파장을 낳는 기술로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전환 앞에서 가장 먼저 뒤집히는 것은 일하는 방식과 성과를 재는 잣대다. 바스카 리더는 “머지않아 한 사람이 100개 넘는 AI 에이전트를 거느리고 일하게 될 것”이라며, 기업 경쟁력을 가르는 새 잣대로 ‘인간-에이전트 비율’(Human-Agent Ratio)을 제시했다. 즉 ‘직원을 얼마나 고용했느냐’가 아닌 ‘직원 한 명이 에이전트를 얼마나 운용하느냐’로 경쟁력 측정 지표가 옮겨간다는 것이다. 또 인간과 AI 에이전트가 뒤섞인 ‘하이브리드 팀’이 꾸려지면 재무 잣대도 바뀔 것으로 전망했다. 기업이 AI에게 일을 시키기 위해 투입한 연산 비용(토큰) 대비 얼마나 성과를 뽑아냈는지를 의미하는 ‘토큰 수익률’(Return on Token)이 경쟁 우위 지표가 된다는 것이다.
변화는 사무실 안에만 머물지 않는다. 디지털 공간에서 업무를 수행하던 AI는 휴머노이드 로봇 등 ‘물리적 AI’(Physical AI) 형태로 현실 세계로 확장한다. 바스카 리더는 “이 거대한 변화는 한국에서 훨씬 생생하게 체감될 것”이라고 말했다. AI가 공장과 물류, 제조 현장에서 작동하기 시작하면 제조업과 메모리 반도체에 강한 한국이 가장 직접적인 변화 무대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그는 “글로벌 빅테크들이 AI 인프라인 데이터센터에 쏟아붓는 약 1조달러 투자의 상당 부분이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을 주도하는 한국 기업들로 향할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다만 아무리 뛰어난 신기술도 기존 시스템에 무작정 끼워 넣는 식으로는 작동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19세기 전기가 발명된 이후 공장들이 일하는 방식을 뜯어고쳐 실제 생산성을 높이기까지 50년이 걸렸듯, AI 역시 일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재설계해야 진정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바스카 리더는 “AI가 스스로 더 나은 AI를 만드는 ‘재귀적 자기 개선’이 이미 초기 단계에 접어들었다”며 “이러한 초지능이 인류 전체를 위협하는 치명적 안보 위기일 수도 있고, 과거엔 상상조차 못 한 급진적 풍요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가올 파장과 노동 시장 변화를 각국 정부와 사회가 고민하고 대비할 시간이 이제 거의 남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김찬호 기자 flyclos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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