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라 부르고 수시로 폭행···영천 제조업체 이주노동자들 집단 피해 호소

김현수 기자 2026. 6. 17.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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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고용노동청 전경. 대구노동청 제공

경북 영천의 한 제조업체에서 이주노동자들이 사업주에게 상습적으로 폭언·폭행을 당했다는 신고가 잇따르면서 노동당국이 조사에 나섰다.

17일 대구경북이주연대회의 등에 따르면 영천의 한 제조업체에서 일하던 인도네시아 국적 이주노동자 B씨 등 3명은 지난 14일 사업장을 나와 단체에 도움을 요청했다. 이들은 이주연대회의 도움을 받아 기존 피해자인 A씨(20대)와 함께 대구지방고용노동청에 사업주를 고소했다.

A씨는 지난 3일 사업주의 폭언·폭행을 호소하며 사업장을 나온 노동자다. 입국한 지 약 한 달 만에 작업이 서툴다는 이유로 폭언과 폭행을 당했고, 사업주로부터 사실상 출국을 요구받은 뒤 다음날 새벽 사업장을 나왔다. A씨 피해 사실이 알려진 뒤 같은 사업장에서 일하던 B씨 등도 추가 피해를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B씨 등은 사업주가 일을 잘못했거나 불량이 났다는 이유로 머리와 복부, 다리 등을 수시로 때렸다고 주장했다. B씨는 “후배들이 일을 잘못하면 선배인 나도 책임이 있다며 함께 맞았다”며 “사장이 병원에 못 가게 했고, 갈 수 있는 시간에는 병원이 문을 닫아 치료를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A씨도 “용접기로 머리를 맞았다”며 피해를 호소한 바 있다.

이주연대회의 측이 공개한 녹취에는 사업주가 A씨와 B씨에게 심한 욕설을 하는 음성과 폭행 정황으로 보이는 소리가 담겼다.

모욕적 발언과 휴대전화 검사도 있었다는 진술도 나왔다. C씨는 일을 못 한다는 이유로 사업주가 이주노동자들을 ‘원숭이 1번’ ‘원숭이 2번’ 등으로 부르거나 ‘너는 사람 아니다’ 등의 말을 했다고 주장했다. D씨는 사업주가 휴대전화를 수시로 검사해 녹취나 영상을 남기기 어려웠고, 촬영한 자료도 지워야 했다고 말했다.

이주연대회의는 A씨가 외국인지원센터 등에 상담하면서 제출한 녹취 등을 토대로 폭언·폭행 정황이 담긴 자료를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김희정 대구경북이주연대회의 집행위원장은 “A씨가 회사를 나온 뒤 사업주가 B씨 등에게 ‘노동부가 오면 A씨를 때리지 않았고, 못 봤고, 모른다고 말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한 녹취도 확보했다”며 “감독기관 조사에 대비해 특정 진술을 유도하며 은폐를 시도한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 측은 폭언·폭행 의혹과 관련해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이후 구체적인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연락했지만 닿지 않았다.

대구지방고용노동청 관계자는 “노동자들이 한국어에 서툴러 통역사 동석 등 조사 일정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다소 지연된 부분이 있다”며 “노동관계법 위반 여부 등 전반적인 사실관계를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h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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