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베트남서 ‘중국 전철’ 밟나…3년째 판매 내리막
가격·제품 차별화 과제…딜러망 강화·하이브리드 확대로 시장 회복 승부수

[더구루=나신혜 기자] 현대차·기아가 베트남 시장에서 지난 2023년 이후 지속적으로 판매량이 줄었다. 내구성과 편의사양을 갖춘 일본 기업과 가격 경쟁력을 갖춘 현지·중국 완성차 업체의 공세에 성적이 부진한 상황이다. 장기적인 하락세를 겪고 있는 중국 시장의 전철을 베트남에서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어 현대차와 기아로서는 현지 판매·운영에 대한 체질 개선이 시급해 보인다.
17일 베트남자동차제조업협회(VAMA)와 현대차 현지 합작법인 '현대탄콩(HTMV)'에 따르면 지난 2023년 이후 3년 연속 현대차·기아의 판매량이 감소했다. 특히 기아의 경우 매년 두 자릿수 감소율을 보이며 빠르게 수요가 줄고 있다.
현대차는 △2022년 8만1582대 △2023년 6만7450대 △2024년 6만7168대 판매량을 기록했다. 지난해의 경우, 5만3229대를 판매했다. 기아는 △2022년 6만729대 △2023년 4만773대 △2024년 3만4570대를 판매했다. 작년에는 2만7176대 판매량을 기록했다. 이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 2022년 대비 지난해 각각 34.8%·55.2%가 줄어든 수치다.
그나마 다행인점은 올해 5월까지 누적 판매량이 현대차가 2만1323대로 전년 동기 대비 6.6%, 기아가 1만3057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9.1% 증가한 점이다. 현재 추세가 이어질 경우 연간 판매량은 지난해보다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업계에서는 베트남 자동차 시장이 올해 10~15%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판매 점유율 확대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기아의 판매 감소를 두고 중국 시장에서와 비슷한 장기 부진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대차·기아의 중국 판매량은 지난 2016년 약 180만 대에서 2024년 약 43만 대로 약 76% 감소했다. 중국 시장이 차지하는 글로벌 판매 비중도 지난 2016년 20%를 웃돌던 수준에서 한 자리수로 축소됐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기아의 베트남 시장 내 입지가 모호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일본 OEM 업체들은 기존 강점이었던 내구성에 디자인과 편의사양 등을 더해 전략 변화를 취하고 있다. 혼다는 지난 2월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CR-V 하이브리드 부분변경 모델을 선보였다. 디자인을 더욱 스포티하게 수정했을 뿐 아니라 보스 사운드 시스템과 전자식 변속기, 앱 연결 기능 등을 탑재했다. 토요타 역시 지난 2024년 준중형 SUV 코롤라 크로스 부분변경 모델을 내놨다. 10.1인치 플로팅형 중앙 디스플레이를 적용하고 전자식 주차브레이크와 토요타 세이프티 기반 운전자 보조 기능을 적용해 상품성을 끌어올렸다. 지난 2022년 기준 베트남 판매량 1위인 토요타의 경우 높은 내구성을 바탕으로 운전 보조 시스템·대형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 등 편의 사양을 갖춰 최근까지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후발주자들에게도 밀리는 모양새다. 지난 2019년 처음으로 완성차 판매를 시작한 베트남 빈패스트는 작년 17만5099대를 판매하며 베트남 판매량 1위를 차지했다. 빈패스트는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전기차 인프라를 구축해 왔다. 광범위한 충전 네트워크와 무료 충전 정책, 정부의 세제 혜택 등에 힘입어 빠르게 성장했다.
현대차·기아는 중국의 OEM 기업들과도 자리싸움을 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기아가 중국 기업의 공격적인 가격 정책에 밀리며 가격 경쟁력을 잃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준중형 SUV 시장에서 기아 스포티지는 7억6900만 동(약 4429만원) 선이지만 중국의 재쿠 J7은 7억2900만 동(약 4199만원)선이다.
경쟁 업체들의 적극적인 전략은 작년 베트남 베스트셀링카 순위에 그대로 반영됐다. 1위는 빈패스트의 소형 SUV VF3가 4만4585대로 차지했다. 2위부터는 △빈패스트 소형 SUV VF5(4만3913대) △빈패스트 다목적차량(MPV) 리모 그린(2만7127대) △빈패스트 소형 SUV VF6(2만3291대) △미쓰비시 준중형 레크레이션 차량(RV) 엑스팬더(1만9891대) 순으로 상위권을 차지했다. 6위부터 10위는 △포드 준대형 트럭 레인저(1만8692대) △마쓰다 소형 SUV CX-5(1만7262대) △미쓰비시 소형 SUV 엑스포스(1만5245대) △토요타 소형 SUV 야리스 크로스(1만4601대) △토요타 소형 세단 비오스(1만3424대) 순이었다. 현대차·기아는 10위권에 들지 못했다.
현대차는 현지 판매·운영에 대한 체질 개선 전략을 세웠다. 현대차는 딜러망을 강화해 판매·서비스 경쟁력을 높이고 전략 차종에 자원을 집중하는 등 시장 지위 회복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기아는 베트남을 동남아 전략시장으로 규정하고 판매 증진 전략을 구체화했다. 하이브리드 차량을 중심으로 신제품을 확대하고 유통·애프터서비스망을 확대해 고객 편의성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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