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억 찍은 동탄 집값… 비규제 메리트에 갭투자 몰리자 정부 ‘규제 딜레마’
동탄역 롯데캐슬 84.7㎡ 22억2500만원 신고가…매물 잠김 속 호가 수억원 뛰어
정량 요건 충족, 토허제 권한·풍선효과 부담…“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 없어”

경기 화성 동탄 집값이 단기간 급등하면서 정부의 규제지역 추가 지정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반도체 업황 회복 기대감과 GTX-A 개통 효과에 더해 전세를 끼고 매수할 수 있는 비규제지역 메리트까지 부각되면서 실수요와 투자수요가 동시에 몰리고 있어서다.
신고가·매물잠김 동시에…동탄역 일대 '호가 전쟁'
가격 급등과 함께 매물 잠김 현상도 뚜렷해지고 있다. 동탄역 롯데캐슬 등 주요 단지는 매매 매물이 극히 제한적인 가운데 호가가 실거래가보다 수억원 높게 형성되고 있다. 일부 단지에서는 매도인이 계약금을 물어주고 계약을 해제하거나, 매수자가 계약 파기를 막기 위해 중도금을 서둘러 입금하는 사례까지 나타나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기자가 둘러본 동탄호수공원 일대 공인중개업소들도 매물을 거의 내걸지 않은 상태였다. 일부 중개업소에는 대표 매물 몇 건만 게시돼 있었고, 상당수는 최근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거나 호가를 올리면서 소개할 수 있는 물건 자체가 부족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동탄역 인근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최근에는 집주인들이 '지금 가격에 팔기 아깝다'며 매물을 거둬들이거나 호가를 다시 올리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동탄역 롯데캐슬 신고가 이후 주변 단지까지 기대감이 번지면서 매수자와 매도자 간 눈치싸움이 심해졌다"고 말했다.

외지인 매수세도 과열 우려를 키우고 있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3~5월 동탄구 내 집합건물 매수자 6119명 가운데 화성시 외 지역 거주자는 2084명으로 34.1%를 차지했다. 매수자 3명 중 1명이 외지인인 셈이다. 지방 거주 매수자도 395명으로 6.5%였다.
시장에서는 동탄이 지난해 규제지역 지정 과정에서 제외된 점이 수요를 자극했다고 본다. 성남 분당·수정·중원구, 수원 영통·장안·팔달구, 용인 수지구 등 경기 남부 주요 지역은 규제 대상에 포함됐지만 동탄은 제외됐다. 이 때문에 전세를 끼고 매수하는 갭투자가 가능해지면서 투자수요가 유입됐다는 분석이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서울에 집을 사두고 동탄에서는 전·월세로 거주하는 방식이 흔했지만,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와 전세퇴거대출 제한 등으로 투자와 실거주를 분리하기 어려워진 측면이 있다"며 “서울 갭투자가 막히자 직주근접을 원하는 수요가 동탄 실거주 매수로 돌아선 영향도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수요 몰렸지만…“동탄 전체 상승은 아니다"
다만 동탄 집값 상승을 단순한 가수요로만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화성·기흥캠퍼스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GTX-A 개통 효과, 계획도시 수준의 정주여건이 결합하며 실수요가 유입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실제 현지 중개업소들은 반도체·IT 업종 종사자와 30~40대 실수요 문의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반도체 업계 종사자들의 구매력을 근거로 동탄 집값 상승 여력이 남아 있다는 시각도 있다. 한 시장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 종사자들의 소득 수준과 성과급 기대감을 감안하면 동탄 핵심 입지 수요는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며 “매물 수가 줄어든 상황에서 고소득 실수요가 유입되면 가격 하방이 쉽게 열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동탄역 인근 한 입주민은 “동탄도 결국 동탄역과 얼마나 가까운지가 가격을 가르는 기준"이라며 “반도체 성과급 효과로 수요가 붙은 것은 맞지만 동탄 전역이 같은 속도로 오르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 사람들이 모두 동탄에만 사는 것은 아니다"며 “망포·영통, 광교, 분당, 수지 등으로도 수요가 많이 분산돼 있어 동탄 전역의 가격 상승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또 다른 주민도 “동탄역 롯데캐슬, 우포한, 반도유보라 등 역세권 핵심 단지가 가격을 주도하고 있을 뿐 외곽 단지까지 같은 강도로 오르기는 쉽지 않다"며 “동탄 전체에는 여전히 공급 물량이 있고, 고소득 직장인들이 반드시 동탄에만 자산을 집중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규제 요건 충족했지만…정부도 고민 깊어진다
한편 동탄은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 지정을 위한 정량 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규제지역 지정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현행 규정상 조정대상지역은 최근 3개월 주택가격 상승률이 해당 시·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1.3배를, 투기과열지구는 1.5배를 초과할 경우 검토 대상이 된다. 동탄은 최근 집값 상승세가 이 기준을 넘어선 것으로 파악된다.
국토교통부 안팎에서는 토지거래허가구역보다 조정대상지역이나 투기과열지구 지정 가능성이 우선 거론되고 있다. 청약 경쟁률과 분양권 거래량 등 추가 요건까지 충족할 경우 국토부 장관이 위원장인 주거정책심의위원회를 통해 지정이 가능하다.
다만 정부가 즉각 규제 카드를 꺼내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의 경우 동탄만을 대상으로 한 이른바 '핀셋 지정'은 경기도와의 협의가 필요하다. 정부 안팎에서는 자칫 뒤늦은 규제가 시장 안정 효과보다 풍선효과를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규제 실효성을 둘러싼 회의론도 있다. 이미 동탄역 일대 주요 단지의 전용 84㎡ 가격이 20억원을 넘어선 상황에서 뒤늦은 규제가 시장을 안정시키기보다 거래 위축만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동탄이 규제지역으로 묶일 경우 평택, 오산, 수원 등 인근 비규제 지역으로 수요가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부는 아직 규제지역 지정 여부를 결정한 단계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동탄 등 일부 지역의 가격 상승세를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주거정책심의위원회 개최 여부를 포함해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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