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선수 2명 늘리면 경쟁력 오를까... 5년 전 실패한 제도 '데자뷔'

지난 2일 열린 한국야구위원회(KBO) 실행위원회에서는 현행 외국인 선수 제도를 확대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현재 KBO리그는 외국인 선수 3명과 아시아 쿼터 선수 1명을 활용할 수 있어 각 구단은 최대 4명의 외국 국적 선수를 보유할 수 있다. 실행위원회에서 오간 논의의 핵심은 외국인 선수 2명을 추가로 보유할 수 있도록 하되, 1군 엔트리 등록과 경기 출전은 현행과 같은 4명으로 제한하는 것이다. 이른바 '6명 보유+4명 등록' 체제다.
사실 이번에 논의된 추가 보유 선수 2명은 과거 추진됐다가 무산된 '육성형 외국인 선수 제도'를 떠올리게 한다. KBO는 2020년 1월 21일 열린 제1차 이사회에서 2023시즌부터 육성형 외국인 선수 제도를 도입하기로 의결하고, 기존 외국인 선수 3명 외에 투수 1명과 야수 1명을 추가 보유할 수 있도록 규약을 개정했다.
외국인선수 '6명 보유+4명 등록' 체제 검토하는 KBO
육성형 외국인 선수는 퓨처스리그 출전이 가능했고, 기존 외국인 선수가 부상이나 부진으로 이탈할 경우 1군에서 대체 선수로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명칭은 '육성형'이었지만 실질적으로는 외국인 선수의 전력 공백에 대비하기 위한 예비 자원 성격이 강했다.
하지만 이 제도는 시행도 해보지 못한 채 폐지됐다. 막상 시행 시점이 다가오자 구단들의 시선이 달라졌다. 기대 효과에 비해 비용 부담이 크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육성형 외국인 선수의 연봉 상한선은 30만 달러로 정해졌지만 통역과 숙소, 항공료 등 각종 부대 비용까지 고려하면 실제 투자 규모는 훨씬 커졌다. 1군에서 언제 뛸지 장담할 수 없는 외국인 선수 2명을 위해 60만 달러 이상의 비용을 추가로 투입해야 한다는 점 때문에 구단 대표이사들은 부담을 느꼈다.

KBO는 당시 일부 구단만이라도 육성형 외국인 선수 제도를 활용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두자는 입장이었다. 모든 구단이 참여하지 않더라도 제도를 먼저 시행한 뒤 효과를 지켜보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막상 제도 시행을 검토한 구단은 한 곳도 없었다. 결국 육성형 외국인 선수 제도는 첫발도 떼지 못한 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흥미로운 점은 제도 자체보다 이를 둘러싼 의사결정 과정이다. KBO리그는 KBO 총재와 10개 구단 대표이사들로 구성된 이사회가 주요 정책과 제도를 결정한다. 그런데 구단 대표이사는 통상 2~3년 주기로 교체된다. 이사회 구성원인 구단 대표이사가 바뀌면 정책과 제도를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질 수 있다. 결국 같은 안건이라도 어느 시점에, 어떤 인물들이 의사결정 테이블에 앉아 있느냐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구조다.
육성형 외국인 선수 제도는 2020년 도입됐다가 시행도 못하고 폐지
실제로 육성형 외국인 선수 제도 도입을 의결했던 2020년 1월 KBO 이사회와 폐지 논의가 진행된 2022년 KBO 이사회의 구성은 크게 달라져 있었다. 2020년 도입 당시 이사회에 참석했던 구단 대표이사 가운데 2022년에도 자리를 지킨 인물은 두 명뿐이었다. 제도를 설계한 이들과 실제 시행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이들이 달라지면서 정책에 대한 평가 역시 달라졌다.
이 같은 모습은 샐러리캡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육성형 외국인 선수 제도 도입을 결정한 2020년 제1차 KBO이사회에선 2023년부터 샐러리캡을 시행하기로 의결했다. 그러나 시행을 앞둔 2022년부터 일각에서 투자 여력이 있는 구단들의 전력 보강까지 제약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샐러리캡 도입을 의결했던 2020년 이사회에 참석한 구단 대표이사 가운데 2022년에도 자리를 지킨 인물은 두 명뿐이었다.
결국 샐러리캡은 예정대로 시행됐지만 각종 예외 규정이 추가되면서 당초 구상보다 완화된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그 결과 최근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는 초대형 계약이 잇따라 체결됐고, 샐러리캡의 실효성을 둘러싼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프로 스포츠리그에서 구단들이 스스로 도입한 샐러리캡을 시행 과정에서 완화한 사례는 찾아보기 쉽지 않다. 그런 점에서 KBO의 사례는 상당히 이례적인 경우로 평가된다.

육성형 외국인 선수 제도 역시 샐러리캡과 마찬가지로 KBO 정책 결정 과정의 단면을 보여준다. 2020년에는 외국인 선수 제도를 보완하는 방안으로 도입이 결정됐지만, 2022년에는 비용 대비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폐지됐다. 그리고 최근에는 외국인 선수 보유 확대라는 이름으로 다시 논의되고 있다.
2022년 육성형 외국인 선수 제도 폐지를 논의했던 이사회와 현재 이사회의 구성 역시 변화가 크다. 당시 대표이사 가운데 현재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인물은 3명에 불과하다. 반면 2020년 육성형 외국인 선수 제도 도입을 의결했던 이사회에 참석한 대표이사 가운데 지금까지 같은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인물은 단 한 명도 없다.
외국인 선수의 부상·부진 공백 막을 수 있는 방안 찾지만
현재 논의되는 '6명 보유+4명 등록' 체제는 사실상 육성형 외국인 선수 제도의 부활에 가깝다.명칭은 어떻게 정해질지 알 수 없지만 성격만 놓고 보면 육성형 외국인 선수와 크게 다르지 않다. 기존 외국인 선수의 부상이나 부진으로 발생하는 전력 공백에 대비하기 위한 예비 자원에 가깝다.
실제로 올 시즌 10개 구단 가운데 7개 구단이 대체 외국인 선수 제도를 활용했다. 이 가운데 개막 전 부상으로 교체가 이뤄진 삼성과 NC를 제외한 5개 구단의 사례를 살펴보면 기존 외국인 선수의 마지막 경기일부터 대체 외국인 선수의 첫 경기일까지 평균 20.6일이 걸렸다. 외국인 선수 의존도가 높은 KBO리그 현실을 고려하면 결코 짧지 않은 공백이다. 결국 구단들이 퓨처스리그에 예비 외국인 선수를 대기시켰다가 필요할 때 즉시 1군에 투입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만 이번 '6명 보유+4명 등록' 체제는 과거 폐기된 육성형 외국인 선수 제도보다 선수 수급 여건이 더 제한적일 수 있다. 육성형 외국인 선수의 연봉 상한선은 30만 달러였지만 현재 거론되는 추가 보유 선수의 연봉 상한선은 20만 달러 수준이다. 사실상 아시아 쿼터 선수들과 비슷한 수준의 선수를 수급해야 한다는 의미다.
2020년 육성형 외국인 선수 제도를 도입할 때와 마찬가지로 KBO는 이번 외국인 선수 보유 확대 논의 역시 리그 경쟁력 강화와 경기력 향상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단순한 숫자 확대로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외국인 선수 숫자 확대" vs "수준 높은 선수 영입이 우선"...정답은?
올해 처음 시행된 아시아 쿼터만 봐도 그렇다. 아시아 쿼터 역시 리그 경쟁력 강화를 위해 도입됐지만 스탯티즈 기준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가 음수인 선수가 4명이나 된다. 국내 선수보다 확실한 경쟁력을 보여주지 못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이다.
외국인 선수 시장도 마찬가지다. 지난해에는 메이저리그 복귀에 성공한 외국인 선수가 3명(한화 코디 폰세와 라이언 와이스, SSG 드류 앤더슨)이나 나왔지만 올해는 그 정도 평가를 받는 선수를 찾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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