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과세망, 지갑까지 추적한다
국세청, 거래소·블록체인 자료 결합해 추적 강화

| 서울=한스경제 전시현 기자 | 비트코인 지갑에 남은 전송 기록 한 줄이 세무 자료가 되는 시대가 열렸다. 국세청이 가상자산 과세망을 해외 거래소 계좌와 블록체인 개인 지갑 이동 경로까지 넓히면서, 국내 거래소 매매차익만 챙기던 투자자들의 셈법이 흔들린다.
해외 가상자산 계좌는 이미 해외금융계좌 신고 대상이다. 2027년부터는 가상자산 양도·대여소득 과세도 시행된다. 잔액 신고와 소득 과세라는 두 축이 동시에 조여오는 형국이다. 해외 계좌 잔액과 지갑 이동 경로, 취득가액 자료를 한꺼번에 챙겨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16일 국세청과 업계에 따르면 거주자나 내국법인이 지난해 보유한 해외금융계좌 잔액 합계가 매월 말일 가운데 어느 하루라도 5억원을 넘으면 이달 말까지 신고해야 한다. 신고 대상에는 해외 금융회사 계좌뿐 아니라 해외 가상자산사업자에 개설한 계좌도 들어간다. 신고 기간은 6월 1일부터 30일까지다.
▲ 해외거래소 5억원 넘으면 신고 의무
해외금융계좌 신고는 매매차익 과세와 성격이 다르다. 수익이 났는지가 아니라 보유 잔액이 잣대다. 지난해 월말 기준 해외계좌 잔액 합계가 한 번이라도 5억원을 넘었다면 신고 대상에 오른다. 해외 거래소에 둔 가상자산도 원화로 환산해 합산한다.
신고 대상 자산은 예금, 주식, 채권, 보험상품, 가상자산 등이다. 가상자산은 해당 해외 거래소의 매월 말일 최종가격으로 잔액을 매긴다. 특정 월말에 전체 해외금융계좌 잔액이 5억원을 넘으면 그날 보유한 계좌별 잔액을 신고해야 한다. 국내 거래소에만 자산을 둔 투자자와 해외 거래소를 함께 쓰는 투자자의 의무가 갈리는 대목이다.
세무 전문가들은 가상자산 과세 유예와 해외금융계좌 신고를 뒤섞어선 안 된다고 지적한다. 양도·대여소득 과세는 내년 시행이다. 해외금융계좌 신고는 이미 굴러가는 보유 잔액 기준 의무다. 해외 거래소에 장기간 자산을 묵혀뒀거나 스테이블코인·비트코인·이더리움을 여러 계좌에 쪼개 둔 투자자는 월말 잔액부터 들여다봐야 한다.
▲ 미신고 땐 과태료에 형사처벌까지
신고를 하지 않거나 줄여 신고하면 제재가 따라붙는다. 국세청에 따르면 미신고·과소신고 금액에 10% 과태료가 매겨질 수 있다. 한도는 10억원이다. 자금 출처를 제대로 소명하지 못하거나 거짓으로 댄 경우에도 과태료가 추가된다.
미신고·과소신고 금액이 50억원을 넘어서면 제재 수위가 한층 올라간다. 명단 공개와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단순 신고 누락으로 끝나지 않는 구조다. 해외 거래소 계좌를 여러 개 굴리는 투자자는 계좌별 잔액이 아니라 전체 해외금융계좌 합계액을 기준으로 신고 여부를 따져야 한다.
업계에서는 해외 거래소 이용자의 신고 위험이 부쩍 커졌다고 본다. 국내 거래소와 달리 해외 거래소는 투자자가 직접 자료를 내려받아 보관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거래소별 월말 잔액, 입출금 내역, 가상자산별 보유 수량과 평가액을 따로 정리해두지 않으면 신고 시점에 자료 공백이 생긴다.
▲ 지갑 추적 기반 까는 국세청
국세청의 가상자산 관리도 전산 시스템 중심으로 옮겨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국세청은 가상자산 거래정보와 블록체인 거래정보를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 구축을 밀고 있다. 가상자산사업자가 내는 거래명세서·거래집계표를 블록체인 거래정보와 묶어 납세자별 거래 현황을 짚어내는 방식이다.
핵심은 지갑주소다. 거래소 입출금 기록과 식별된 지갑주소를 블록체인 거래정보에 연결하면 자금 이동 경로가 드러난다. 납세자별 거래 개요, 가상자산 증감 현황, 보유 잔고를 분석하는 기능도 담긴다. 가상자산이 익명성을 갖췄더라도 세무상 완벽한 은닉 수단으로 보기 어려워졌다는 의미다.
비수탁형 지갑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비수탁형 지갑은 거래소가 보관하지 않고 개인이 직접 관리하는 지갑이다. 거래소 계정처럼 명의가 곧장 붙지 않는다. 다만 거래소에서 개인 지갑으로 보낸 기록, 다시 다른 거래소로 옮긴 기록, 블록체인상 전송 경로가 한데 묶이면 거래 흐름을 따라갈 수 있다. 세무조사 과정에서 지갑 이동 내역이 소명 자료로 쓰일 여지도 넓어졌다.
▲ 내년 과세 앞두고 자료부터 정비
가상자산 양도·대여소득 과세는 2027년 1월 1일 이후 발생분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가상자산을 양도하거나 대여해 얻은 소득은 기타소득으로 분리과세된다. 연간 손익을 통산해 다음 해 5월 종합소득세 신고 기간에 신고하는 틀이다.
투자자가 챙겨야 할 자료도 늘어난다. 거래내역, 취득가액, 수수료, 입출금 기록, 해외 거래소 계좌 현황, 개인 지갑 이동 내역을 함께 보관해야 한다. 여러 거래소와 지갑을 넘나들며 거래했다면 취득가액 산정이 까다로워진다. 과세 시행 전 보유분은 시행 전일 시가와 실제 취득가액을 견줘 더 큰 금액을 취득가액으로 잡는 만큼, 자료 정리가 더 무겁게 다가온다.
가상자산사업자의 거래자료 제출 의무도 맞물린다. 2027년 이후 거래분부터 신고가 수리된 가상자산사업자는 거래명세서와 거래집계표를 국세청에 내야 한다. 국내 거래소 자료, 해외금융계좌 신고 자료, 블록체인상 지갑 이동 기록이 한자리에서 맞물리는 환경이 깔리고 있다.
▲ "신고와 과세, 따로 봐야"
세무업계 관계자는 "가상자산 투자자는 올해부터 해외금융계좌 신고와 내년 과세를 갈라서 관리해야 한다"며 "해외 거래소 잔액이 지난해 월말 기준으로 한 번이라도 5억원을 넘었다면 수익 여부와 무관하게 신고 대상인지부터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과세가 내년으로 미뤄졌다는 이유로 올해 해외계좌 신고까지 미뤄도 된다고 판단하면 제재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가상자산 세금 관리는 국내 거래소 매매내역 확인만으로 끝나지 않는다"며 "해외 거래소 계좌, 스테이블코인 보유액, 개인 지갑 이동 경로, 거래소 간 입출금 기록까지 함께 정리해야 한다"고 짚었다. 이어 "특히 비수탁형 지갑을 쓴 투자자는 어느 거래소에서 어떤 지갑으로 보냈고, 다시 어디로 옮겼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세무 전문가들은 신고 대상 여부를 스스로 가늠하기 어렵다면 자료 정리부터 하라고 조언한다. △거래소별 월말 잔액 △가상자산별 보유 수량 △입출금 내역 △지갑주소별 이동 경로 △취득가액 자료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국세청의 가상자산 관리가 거래소 계좌에서 블록체인 지갑 흐름까지 뻗어나가고 있다"며 "투자자도 세금 자료를 거래 단위가 아니라 자금 이동 단위로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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