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리포트]2030은 갈등과 분열의 진영논리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유찬우 기자 2026. 6. 17.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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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정권 시위' 2030에게 던지는 3가지 질문②]
'참정권 시위'엔 불공정한 현실에 대한 불안과 불만 깔려
개인과 과정 중시하는 2030, 기성 정치권 진영 논리 거부
[편집자주] 주최 측이 없다.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 모른다. 그런데 수만 명이 모인다. 누가 외쳤는지 모른다. 그런데 한목소리로 '재선거'를 요구한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자원봉사를 하고, 태극기를 그리고, 김밥과 물을 나누며 연대한다. 최초의 '무정형(無定形) 시위'는 우리 사회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가. '동행미디어 시대'는 '참정권 시위'를 통해 변화의 중심에 선 2030세대를 향해 3가지 질문을 던진다.

① 2030의 '참정권 시위'는 사회적 변화의 신호탄인가?
② 2030은 갈등과 분열의 진영 논리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③ 2030의 독자적 정치세력화는 가능할까?
지난 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 모인 많은 시민들이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항의해 재선거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날 시위에 참여한 시민 중 70~80%는 2030세대였다. /사진=유찬우 기자
"참정권 보장 요구는 하나의 트리거(방아쇠)라고 생각해요. 본질은 좁아진 기회의 문, 불안한 미래, 그리고 무너진 절차적 공정성에 있지 않을까요? '참정권 시위'의 저변에는 2030세대의 불안과 불만, 소외감이 깔려 있고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그걸 표출하게 만든 촉매였다고 봐요."

2030세대가 주도한 '참정권 시위'를 같은 세대는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동행미디어 시대'에서 인턴기자로 활동하는 20대 청년들은 한결같이 '참정권 시위'의 본질을 2030세대를 짓누르고 있는 불안과 불만에서 찾았다.

각자 놓은 상황과 처지, 생각이 다름에도 하나로 뭉칠 수 있는 건 2030세대의 '공통된 정서'다. 대학 졸업장이 더 이상 안정적 일자리와 중산층 진입을 보장하지 못하는 현실에 대한 공감이다. 그 불안과 불만이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그들을 느슨하게 뭉치도록 만들었다. 최초의 '무정형(無定形) 시위', '개인주의 네트워크 연대'는 그렇게 탄생했다.

그렇다면 2030세대는 갈등과 분열의 진영 논리에서 벗어나 건설적 대안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참정권 시위'를 주도한 2030세대에 던지는 '시대'의 두 번째 질문이다.


86세대와 너무 다른 그들… '진영보다 공정'


2030세대가 진영 논리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느슨한 연대의 최대 약점은 구심점이 없다는 것. 그만큼 특정 정치세력이나 극단적 주장, 음모론 등이 스며들기 쉬운 구조다. 실제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2주 가까이 진행되고 있는 '참정권 시위'는 시위 초반만 하더라도 특정 정파와 일정한 거리를 뒀으나, 어느새 '부정선거' 주장과 극우적 성향을 보이는 일명 '태극기부대'에 상당 부분 잠식당한 분위기다.
그러나 2030세대가 특정 정파에 '동원'될 가능성 또한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인식이다. 기성세대와는 전혀 다른 특징과 정치문법을 갖고 있어서다.
/그래픽=신재민 편집위원
장승진 국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기성세대에게 공정은 사회적 정의와 같은 추상적 가치라면, 2030세대에게 공정은 구체적 권리의 개념"이라며 "(진영과 정파를 떠나) 누군가가 부당한 불이익을 받거나 권리를 침해받았다고 생각하면 참지 못하고, 그것이 정치 참여의 밑바탕이 된다"고 말했다.

앞서 사회 변화를 주도한 86세대(80년대 학번, 60년대생)가 강한 구심력을 바탕으로 민주화라는 목표를 두고 개인의 희생을 요구했다면, 2030세대는 개개인의 권리와 이익을 바탕으로 공정한 과정을 중시하며 느슨하게 연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특정 정파가 주도해온 지금까지 '광장 정치'와의 가장 큰 차별점이다.

'동행미디어 시대' 인턴기자 이승민(28)씨는 "우리 세대도 분명 각자 정치적 성향이 있지만, 상당수는 생존 자체가 어려운 만큼 자신의 이익을 먼저 추구할 수밖에 없다"며 "나에게 이익이 된다면 정치적 성향과 무관하게 연대할 수 있다는 게 우리 세대의 보편적 생각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성장이 둔화되고 노동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생존을 위한 경쟁 압력도 높아졌지만 그에 따른 보상은 줄어든 게 2030세대의 현실"이라며 "이것이 이전 세대와 다른 사회적 인식을 갖게 만들었고, 기성세대와 다른 행태를 보일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극단적 진영 정치에 피로감 커진 2030세대


2030세대들이 공유하고 있는 그들만의 독특한 정치 사회적 경험도 진영 논리의 틀 안에 갇히지 않는 이유로 꼽힌다. 그들은 최근 10년 동안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집회, 조국 사태 시위,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집회, 이번 '참정권 시위'까지 다양한 '광장 정치'를 경험했다. 특히 보수정권 때는 두 차례 탄핵 집회로 최고 권력자를 무너뜨렸고, 진보정권 때는 '부모 찬스'나 '참정권 침해' 등에 맞서 공정의 깃발을 들었다. 좌우 진영을 넘나들며 자신만의 목소리를 내온 독특한 경험을 공유하고 있는 셈이다.

장승진 국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030세대는) 굉장히 특별한 이슈라고 할 수 있는 대통령 탄핵을 두 차례 경험하며 정치 참여가 어렵지 않다는 인식을 갖게 된 것 같다"며 "특히 정치적 목소리를 내는 것에 대해 별다른 부담을 느끼지 않는 세대"라고 분석했다.

민주화 투쟁 당시 86세대가 군부독재의 강경 진압 속에서 공포를 경험했다면, 2030세대는 광장에서 오히려 유희를 경험했다. '참정권 시위'에 알파카를 데려 나오고, 집회에 참석한 청소년들을 위해 즉석에서 과외를 진행하는 등 이전 집회에선 찾아보기 힘들 광경이 펼쳐지는 것은 그들에게 시위는 또 다른 놀이이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동행미디어 시대'의 20대 청년 인턴기자들이 서울 종로구 시대 회의실에서 '참정권 시위, 어떻게 볼 것인가'를 두고 토론을 벌이고 있다. /사진=유찬우 기자
두 차례 대통령 탄핵 이후 더욱 양극화된 진영 정치가 오히려 2030세대를 탈(脫)진영화를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동행미디어 시대' 인턴기자 김나은(24)씨는 "우리 세대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거의 모든 정보를 얻는데, 두 차례 탄핵 사태 이후 소셜미디어에선 모든 이슈가 이념 문제나 진영 문제로 번지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며 "이런 정치 양극화에 대해 많은 친구들이 엄청나게 피로감을 호소한다"고 말했다. 기성 정치권과 특정 정파가 사회적 이슈를 정치적으로 활용하려 하면 할수록 2030세대의 거부감과 반작용도 커진다는 의미다.

기성 정치권이 짜놓은 진영의 틀에 갇히기를 거부하는 2030세대. 그렇다면 그들은 자신들의 힘으로 독자적 정치세력화를 이뤄낼 수 있을까? <3회에서 계속>

유찬우 기자 coldmilk99@sida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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