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수다] 하스스톤 35.6.2 "개발진 내부에 도적 수호단은 분명 실존한다"

밸런스 패치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언제나 특정 직업의 독식을 막고 다채로운 아키타입이 공존하는 건전한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있다. 하지만 블리자드가 '하스스톤' 35.6.2 패치는 본래 의도대로 작동하지 않은 모양새다.
이번 35.6.2 패치로 극단적인 '밸런스 양극화'를 초래하고 말았다. 패치 직후 최상위 전설 구간의 통계 지표는 특정 직업이 메타의 절반을 집어삼킬 정도로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해당 문제는 카운터 규제 방식의 치명적인 설계 오류에서 기인한다. 개발진은 대세 덱들을 견제하겠다는 명목하에 주문 악마사냥꾼을 비롯한 정통 템포·어그로 아키타입들에 하향 폭탄을 투하했다.
그러나 정작 메타의 정점에서 생태계를 교란하던 절대 강자는 단 한 장의 카드도 조정을 받지 않는 무혈입성의 호재를 누렸다. 억제하던 최소한의 브레이크와 상성 관계가 동시에 소멸하자, 해당 직업은 패치 반나절 만에 전설 구간 점유율의 절반 가까이를 독식하는 폭주를 시작했다.
결국 현재의 하스스톤 최상위권은 사실상 도적을 플레이하거나, 혹은 그 직업을 잡기 위한 저격덱을 꺼내 드는 이분법적인 싸움의 장으로 변모했다.
■ 타격 없던 '예고 도적' 전성시대

이번 35.6.2 패치에서 가장 큰 논란이자 메타의 절대적인 지배자로 군림한 것은 단연 '예고 도적'이다. 개발진은 패치노트를 통해 대세 카드들의 위력을 낮추겠다고 공언했으나, 정작 메타의 중심에 있던 도적은 단 한 장의 카드도 하향 조정을 받지 않는 최고의 호재를 맞이했다.
그 결과는 지표로 즉각 증명됐다. 예고 도적은 최상위권 전설 구간에서 무려 47.0%라는 경이적인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만나는 상대 덱들의 절반이 도적인 셈이다. 더욱이 승률도 매우 높다.
일반적으로 점유율이 40%를 넘어가면 미러전이 강제되어 전체 승률이 50%에 수렴해야 정상이다. 하지만 예고 도적은 이 무지막지한 픽률 속에서도 52.8%라는 고승률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미러전을 제외한 타 직업과의 매치업을 완벽하게 학살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현 메타에서 예고 도적은 초반 템포도 강력한데, 후반에는 무한 생성 능력을 바탕으로 거의 모든 덱을 밸류로 찍어누르는 완성형 덱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 크나큰 타격 입은 '주문 악사'의 몰락

도적이 웃은 반면, 메타의 중심축이었던 주문 악사는 치명상을 입었다. 핵심 밸류와 템포를 책임지던 '영원의 요새'는 시작 카드로 가지고 있을 때의 막강한 위력을 견제당하며 비용 및 메커니즘 조정을 받았다.
개발진은 카드 한 장에 과도하게 집중된 위력을 분산시키겠다고 밝혔으나, 사실상 주문 악사의 사망 선고였다. 초반 버티기와 패 순환의 핵심이 부서진 악마사냥꾼은 지표상 상위권 아키타입 배열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추며 몰락의 길을 걷게 되었다.
이러한 주문 악사의 퇴장과 더불어, 메타 내 다양한 어그로 덱들이 가해진 무더기 하향 패치는 예고 도적의 폭주에 날개를 달아주었다. 그나마 도적을 억제하던 상성이 극어그로 덱들이었는데, 도적은 내버려 두고 카운터 덱들이 대거 너프했다.
결국 주문 악사의 몰락을 포함해 도적을 견제할 최소한의 브레이크들이 동시에 소멸하면서, 패치 단 12시간 만에 도적이 최상위권 점유율을 절반 가까이 독식하는 기형적인 메타가 완성됐다.
■ 미미했던 톨비르 대적 너프, 도적 카운터 '핸드리스 냥꾼'

사냥꾼 역시 메타에서 지나치게 높은 등장 빈도를 보인다는 이유로 핵심 카드인 '톨비르 대적'이 3마나에서 4마나로 하향되는 제동이 걸렸다. 그러나 개발진의 의도와 달리 사냥꾼의 기세는 완전히 꺾이지 않았다.
핸드리스 사냥꾼은 점유율 8.8%를 확보하며 승률 53.7%로 당당히 1티어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핸드리스 사냥꾼이 이토록 강력함을 유지하는 이유는 현재 메타를 지배하는 '예고 도적'을 정면으로 카운터 칠 수 있는 몇 안 되는 저격수이기 때문이다.
핸드리스 사냥꾼은 평균 턴 수 7.3턴으로 현재 메타에서 가장 빠른 템포를 자랑한다. 도적이 무한 생성과 연계 플레이를 위해 빌드업을 하기도 전에 폭발적인 필드 압박과 명치 누적으로 게임을 끝내버리는 전략이 정확히 통하며, 도적 독주 체제의 유일한 대항마로 활약 중이다.
■ 도적 제외 대부분의 매치업에서 할만한 '메리스라 드루이드'

'메리스라 드루이드'는 승률 54.0%로 용 전사의 뒤를 이어 전체 승률 2위를 마크하며 탄탄한 체급을 과시하고 있다. 점유율도 6.9%로 안정적이다.
메리스라 드루이드의 가장 큰 특징은 극단적인 후반 지향형 고밸류 운영이다. 평균 턴 수 8.9턴, 경기 시간 9.3분으로 한 판당 호흡이 메타에서 가장 긴 편에 속한다. 단점은 상성상 후반 무한 밸류를 창출하는 예고 도적을 상대로는 다소 고전할 수 있다.
하지만 도적을 제외한 나머지 어그로 덱의 압박을 버텨낸 뒤에는 필드를 완벽히 장악한다. 도적이라는 거대한 벽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여타 매치업에서의 압도적인 승률을 바탕으로 최상위권 유저들의 안정적인 픽 중 하나로 사랑받고 있다.
■ 꾸준한 '용전사'와 난이도 높지만 포텐셜 높은 '퀘스트 마법사'
용 전사는 승률 54.4%로 전체 지표 1위를 달리고 있다. 점유율은 5.3%로 낮지만, 등반 속도는 0.79로 가장 효율적이다. 점유율 47%에 육박하는 도적들의 템포를 받아치고 역공을 가하는 카운터 덱 역할을 해내고 있다.
아울러 퀘스트 마법사는 승률 52.1%, 점유율 5.9%로 준수한 성적을 내고 있다. 마법사는 지난 패치들에서 지맥 법사 등 직업 세트 구제를 위한 버프를 받았으나 큰 재미를 보지 못했던 과거가 있다.
하지만 이번 최상위권에서는 퀘스트 중심의 운영을 통해 포텐셜을 터트리고 있다. 평균 턴 수가 8.3턴으로 운영 난이도가 높고 등반 효율은 다소 떨어지지만, 숙련자의 손에 잡혔을 때 도적 중심 메타에서도 확실한 한 방을 보여줄 수 있는 잠재력 높은 덱으로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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