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 30미터' 땅속에 13시간 매몰됐다 살아 돌아왔더니‥

■ 괜찮다더니 붕괴된 공사장… 지하 30미터에 파묻히다
"'안전에는 적당히가 없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그러면 뭐하나요? 현장에서는 돈만 보고 '빨리빨리 하세요' 이렇게 하니까, 결국은 저 같은 사람이 나온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작년 4월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공사 현장 붕괴 사고로 매몰됐다 13시간 만에 구조된 김 모 씨를 지난 9일 만났습니다. 당시 '20대 굴착기 기사'로 보도됐던 그는 이제 올해로 서른 살이 됐습니다.

사고가 난 지 1년 2개월이 지났지만, 김 씨가 몸과 마음의 건강을 되찾은 건 아닙니다. 흙더미와 구조물에 깔렸던 팔과 다리 일부는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습니다. 현재 김 씨는 일주일에 한 번 집에서 40분 거리의 병원을 오가며 재활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지하 30미터 땅속에 매몰됐던 기억은 김 씨에게 트라우마와 수면 장애도 남겼습니다. 다행히 직업트라우마센터 등에서 상담 치료를 받으면서 조금씩 마음의 상처를 회복해 나가고 있지만, 사고 당시를 연상시키는 상황과 마주할 때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때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고 할 때가 있는데, 지하 주차장을 못 내려가겠는 거예요. 잘 때 무드등을 켜고 자는데, 어두우면 땅속에 있을 때처럼 숨도 못 쉬고 불안하고 잠도 못 자겠고…"
치료와 회복에 전념하는 동안 벌이가 크게 줄어들며 경제적인 형편도 어려워졌습니다. 아직 산재 장해등급 판정이 나지 않아, 사고에 따른 보상이나 합의금 등을 받지 못한 상황도 김 씨의 어깨를 무겁게 했습니다.
여러모로 여의치 않은 상황이지만 그럼에도 김 씨가 용기를 내 카메라 앞에 선 이유는 '다시는 자신과 같은 피해가 없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사고 당일, 김 씨는 본인의 근무 시간이 아니었음에도 '장비를 수리한 뒤 굴착기를 안전지대로 옮겨달라'는 현장 관리자의 지시를 거절하지 못했습니다. 언제 붕괴 사고가 일어날지 모르는 위험한 상황임에도 '작업하지 않겠다'고 거부할 수 없던 건, 혹여나 불이익을 당할까 위축됐기 때문입니다.
"높은 사람들이 '괜찮다'고 했는데 제가 겁이 나서 안 한다고 하면, 그 관리자가 다른 건설회사 관리자들한테 이야기해서 '걔는 말을 안 듣는다' 그러면 저는 일하러 갈 곳이 적어져요. '밥그릇 지켜야겠다' 생각이 들면서 작업을 하게 되더라고요. 결국 작업을 다 마치고 물을 마시러 컨테이너로 가던 통에 갑자기 붕괴가 되면서 그대로 빨려 들어간 거죠."
김 씨를 크게 다치게 하고 또 다른 50대 노동자를 숨지게 한 중대재해 사고. 국토교통부 조사 결과, 광명 신안산선 붕괴 사고는 설계 오류와 공사 시공사인 포스코이앤씨의 미흡한 안전관리가 결합한 인재(人災)였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제가 작업을 거부했는데 돌아오는 반응이 '알겠다'가 아니잖아요? 위험하면 일단 작업을 멈추고 조치하고 재개해야 하는데, 이게 (제도가) 확실하게 자리가 안 잡혀 있는 거예요."

[단독] '신안산선 붕괴 사고' 회사, 작년 최다 사망사고 발생 ('26.6.16 MBC 뉴스데스크) https://imnews.imbc.com/replay/2026/nwdesk/article/6830664_37004.html
포스코이앤씨 측은 MBC에 "재해 예방과 안전관리 강화를 위해 안전보건 조직을 재정비하고, 안전관리 인력과 예산을 확대해 왔다"며 "경영진의 현장 안전 활동 확대, 본사 지원 중심의 현장 안전점검 강화 등 안전관리 체계 강화를 지속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 불안해도, 위험해도… 있어도 못 쓰는 '작업중지권'
실제로 노동 현장에서는 작업자나 실무자가 위험한 상황이라고 느끼더라도 불이익 등을 우려해, '작업을 중지하겠다'고 밝히기 쉽지 않습니다. 자칫 노동자가 형사처벌이나 손해배상 위험에 놓일 위험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철근콘크리트 공사업체 직원(경력 15년차) :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내 일당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내가 다음에 이 현장에 못 들어오면 어떻게 하지' 같은 거죠. 만약 작업을 빨리 진행을 해야 되는 상황이라면, (작업을 중지해달라고 한) 그 사람이 그냥 퇴출되고 말겠죠."
정순복/건설업 노동자(경력 30년 이상) : "'위험 요소가 발생하면 회사에 이야기해서 작업중지권을 요청하든지 이렇게 해라' 교육은 다 시킵니다. 진짜 좀 위험해서 지적하거나 말하게 되면 결국은 '너 내일부터 일하러 오지 마' 소리가 자동으로 나옵니다."
지난 2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은 작업중지권과 관련한 노동자의 부담을 감소시키는 내용 등이 포함돼 있습니다.
기존 현행법상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할 위험이 있는 경우'로 노동자의 작업 중지 범위가 정해졌다면, 개정안은 '산업재해 발생이 우려되는 경우'까지로 그 범위를 넓혔습니다. 이와 함께,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나 우려가 있다고 근로자가 믿을 합리적인 이유가 있을 때는 작업 중지를 요구한 노동자에 대한 불이익을 줘선 안 된다고 개정안은 명시했습니다.
특히 개정안에는 안전·보건 조치를 위반해 1년간 근로자 3명이 사망할 경우 영업이익의 5% 이내의 범위에서 과징금을 부과하는 내용도 담겼습니다. 중대재해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기업의 경우, 벌금 등 기존의 형사처벌에 더해 행정제재인 과징금도 부과할 수 있게 하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 셈입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자료사진]](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6/17/imbc/20260617131012017jvlg.jpg)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 현장에서는 (현행 규제가) 맛없는 당근과 안 아픈 채찍이다, 이런 비판들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희들이 실효성을 강화하기 위해서 경제적 제재를 병과함으로써 실질적으로 기업에서도 산재를 줄이는 것이 경제적으로도 이득이 된다는 것을 이번에 만들기 위해서 과징금 제도를 도입하게 되었습니다.
■ '맛없는 당근·안 아픈 채찍' 사라질까? 공은 국회에…
MBC가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고용노동부로부터 입수한 중대재해 사고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중대재해 사망사고는 1년 전보다 22건 늘어난 455건. 2건 이상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의 숫자는 1년 사이 18곳에서 23곳으로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윤만을 위해 안전을 저버리지 않도록 제정된 중대재해처벌법 이후에도 일터에서 노동자들이 숨지는 일이 반복되고 있는 겁니다.
▶ 관련 보도
[단독] 지난해 178곳에서 사람이 떨어져 죽었다 ('26.6.16 MBC 뉴스데스크) https://imnews.imbc.com/replay/2026/nwdesk/article/6830665_37004.html
[단독] 작년 44곳에서 끼임 사고 발생‥4분의 1이 컨베이어·롤러 ('26.6.9 MBC 뉴스데스크)https://imnews.imbc.com/replay/2026/nwdesk/article/6828942_37004.html
6·3 지방선거로 멈춰있던 국회가, 향후 본회의에서 '맛없는 당근·안 아픈 채찍'을 없앨 수 있는 입법 활동에 속도를 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립니다.
홍의표 기자(euypyo@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news/2026/society/article/6830834_3691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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