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77·9999…접대받고 차량 골드번호 빼돌린 공무원들
총 350대 시스템 인위적 조작
중징계 등 10명 신분상 조치
금품수수 여부 등 수사의뢰도
區, 허술한 관리·감독 도마위

'7777', '9999', '1004' 같은 '골드번호' 번호판을 차량 등록대행업체에 인위적으로 몰아준 광주 서구 공무원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차량번호를 무작위로 배정해야 하는 시스템을 악용해 선호 번호를 미리 확보해두는 방식으로 드러나 서구의 허술한 관리·감독도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서구는 17일 교통행정과 공무원들이 자동차 등록번호 배정 과정에서 시스템을 임의로 조작한 사실이 확인돼 중징계 3명, 경징계 3명, 행정처분 4명 등 총 10명을 신분상 조치했다고 밝혔다.
또 관련자들을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방침이다.
서구는 지난 2월부터 지난달까지 교통행정과 직원 총 16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였다. 최근 3년간 자동차 번호 등록 관련 시스템 이력과 업무 처리 내역을 살폈다. 분석 건수만 25만건에 달한다.
이들은 총 350대 차량에 특정 번호를 '직접 입력'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상 차량은 주로 외제차와 고급 승용차였다. 법인 차량도 포함됐다. 서구는 공직자 차량도 일부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통상 차량번호는 무작위로 추출된 10개 번호 중 하나를 민원인이 선택하는 방식으로 부여된다. 원하는 번호를 마음대로 고를 수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들은 번호 등록과 무관한 일반 민원인 차량에 이른바 '골드번호'를 먼저 등록한 뒤 직권으로 취소하거나 경정 등록하는 방식으로 번호를 확보했다. 골드번호는 같은 숫자가 반복되거나 상징성이 있는 번호를 말한다. 7777, 9999, 1004 등이 대표적이다. 이후 확보한 번호를 등록대행업체에 넘겼다.
조사 과정에서는 일부 직원이 등록대행업체 관계자로부터 저녁 식사 접대를 받은 사실도 확인됐다. 식사 접대를 받은 인원은 공무직을 포함해 5명이다. 다만 감사 과정에서는 계좌 추적 권한이 없어 금품 수수 여부까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번호등록 과정을 인위적으로 조작해 원하는 번호를 얻는 것은 자동차관리법 위반이다. 청탁을 받은 공무원은 이른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으로 처벌 받을 수 있다.
이번 일은 국민신문고 민원을 통해 드러났다. 특정 차량번호가 부정하게 배정된 것 같다는 의혹이 접수됐고, 서구는 자체 검토 결과 사안이 심각하다고 판단해 정식 조사에 착수했다.
서구 공직기강도 도마에 올랐다. 위법 행위가 장기간 이어졌는데도 내부에서 적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반 시민에게 무작위로 배정돼야 할 번호가 특정 차량으로 넘어간 셈이어서 형평성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서구는 자동차 등록 업무가 담당자 선에서 처리되는 구조여서 조기 발견에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결재 절차 없이 담당자가 직접 처리하는 업무 특성상 실시간 통제가 쉽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만 관리 책임을 물어 담당 팀장에게는 훈계 처분을 내릴 방침이다.
서구 관계자는 "이달 중 관련자 10명에 대해 광주시 인사위원회에 징계 의결을 요구하고, 관할인 서부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며 "시스템 취약점 보완과 재발 방지 대책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임지섭 기자 ljs@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