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공정… 우리가 '부유세 논의' 시작해야 하는 두가지 이유
부유세 논쟁적 경제학 2편
임금근로자 취업자 연속 감소
고용 없는 AI발 성장 피해 커
부동산-주식 아우르는 부유세
자본과세 약화한 한국서
누진적 과세 복원에 도움
지배구조 개편, 잠재성장률에 도움
우리는 '부유세 논쟁적 경제학' 1편에서 세계 각국에서 부유세 논란이 치열하게 진행되는 이유와 배경을 알아봤다. 부유세 시행국인 노르웨이에서는 폐지론이 힘을 받고, 미국·영국·프랑스 등은 부유세를 도입하자는 여론이 높은 상황도 살펴봤다. 2편에서는 왜 한국이 지금 부유세 도입을 검토해야 하는지 알아봤다.
☞ 마켓톡톡_부유세 논쟁적 경제학
1편 부유세는 왜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을까
2편 혁신, 공정…'부유세 논의' 시작해야 하는 이유
![한국은 세계에서 산업용 로봇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나라다. 지난해 서울에서 열린 스마트테크 코리아 행사에서 관람객이 로봇팔을 지켜보고 있다.[사진 | 뉴시스]](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6/17/thescoop1/20260617123237049djsk.jpg)
이에 따라 자본 과세를 약화하고, 부동산 과세는 강화해 자본을 부동산에서 주식시장으로 유인하려는 정책을 썼다. 이 과정에서 매물을 유도해 과열된 서울 집값을 일시적으로 잡는 부가 효과도 얻었다. 하지만 보유세 정상화에 주저하는 사이 서울 아파트 가격이 외곽 위주로 다시 오르면서, 부동산 가격 하향 안정화 효과는 다시 한번 도전받고 있다.
이런 와중에 세계적인 인공지능(AI)발 반도체 수요 증가로 우리 증시는 활황을 이어갔다. 반도체 회사들은 제품 가격을 인상해 수출액을 늘렸고, 역대급 초과이윤도 달성했다. 정부 내에서 법인세 초과 세수를 분배하는 방안이 잠시 논의됐지만, 결국 분배보다는 "성장 잠재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투자"하는 것으로 결론 났다.
전쟁으로 인한 유가 상승, 반도체 가격 상승에서 비롯된 성장은 생산자물가에 부담을 주는 방식으로 오랫동안 물가상승률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행도 여러 차례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 AI 혁신과 부작용=문제는 우리 앞에 놓인 현실이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의 분배를 필요로 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그 시기 또한 당겨질 것으로 보인다. 생성형 인공지능(AI) 개발업체 앤트로픽과 같은 앞선 기업조차 AI가 인간의 개입 없이 스스로 성능을 향상하는 수준에 조만간 도달할 것으로 보이자, 개발 속도를 늦추자고 제안했다. AI 발전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진다면, 생산성 폭증과 함께 고용 없는 성장의 시대 또한 예상보다 더 빨리 온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2024년 세계 최초로 로봇이 산업 노동력의 10% 이상을 차지한 나라다(월드 로보틱스). 지난해에도 근로자 1만명당 우리나라 산업용 로봇 보유 대수는 1102대로 압도적인 세계 1위였다.
![[사진 | 뉴시스]](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6/17/thescoop1/20260617123238328jnct.jpg)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도 나타났다.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와 배당소득 최고세율 인하 등 자본 과세를 약화하면서까지 국가 차원에서 돈을 증시로 이동시켰고, 코스피지수가 8500을 넘었지만, 이 돈이 오히려 부동산 시장으로 다시 들어오고 있다.
부동산 규제지역 내 모든 주택과 비규제지역 6억원 이상 주택 매매 계약 시 지방자치단체에 제출해야 하는 자금조달계획서를 분석해 보니, 15억원 이상 주택 매매에 활용된 주식·채권 매각대금의 비중은 올해 들어서 평년의 두배 이상 증가했다(김종양 국민의힘 의원실). 주식·채권 매각대금이 고가 주택 매매에 활용된 비중은 상당 기간 4%대 중반에 그쳤지만, 올해 1월 갑자기 9.3%로 급증했다. 올해 내내 9%대를 기록하던 이 비중은 4월에는 무려 13.2%를 기록했다.
■ 부유세 두 관점=두가지 측면에서 부유세는 우리나라에 로봇세나 AI세가 도입되기 전 징검다리 역할을 수행하기에 적합해 보인다. 첫째, 부유세는 부동산과 주식, 금이나 미술품과 같은 동산 모두에 공통으로 과세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수단이다.
부유세 시행국들은 주택 과세에는 우리처럼 시장 가격보다 낮은 공시 가격을 적용하지만, 주식 가치 산정은 실거래 가격을 기준으로 한다. 설령 증시에서 부동산으로, 부동산에서 증시로 자산이 이동하더라도 전체를 아울러 부유세를 부과하면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
우리나라는 과거 군사독재정권에서 성장한 재벌 지배주주들이 핵심 지분을 대를 이어 자손에게 물려주면서 회사 덩치를 키우고, 수많은 산업을 독과점화한 부작용을 겪은 나라다. 그 결과 재벌은 스스로 무너지지 않는 한 외부의 도전으로 지배주주 지위를 잃는 일이 극히 드물어졌다.
지배 지분 자체가 산업 간, 기업 간 장벽이 된 셈이다. 혁신의 가능성이 낮아질수록 총요소생산성은 매우 느리게 증가하고, 이는 잠재성장률을 끌어내리는 주요 요인이 된다. 부유세는 우리 사회 혁신의 가능성을 높여줄 수 있다.
둘째, 부유세는 훼손된 우리나라 누진세 체제를 조금이라도 복구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소득이 많을수록 더 높은 세율을 적용받는 게 공정한 누진적 세제다. 올해부터 배당소득의 최고세율을 49.5%에서 30%로 크게 낮추면서 우리의 누진 세제는 상처를 입었다.
![[사진 | 뉴시스]](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6/17/thescoop1/20260617123239611hzwy.jpg)
지난해 우리나라 소득 상위 20%가 전체 부의 47.2%를 차지한 것에 비교하면, 배당소득은 모든 종류의 소득 중에서 가장 부자에게 부를 집중시켜 주는 종류의 소득이다. 글로벌 초부자 3000여명에게 2% 세율로 부유세를 걷자고 주장해 온 경제학자 가브리엘 주크만은 2024년 논문에서 "글로벌 초부자들의 실효세율은 약 20%로 저소득층보다도 낮은데, 부유세 2%를 부과하면 가난할수록 더 높은 세율을 적용받는 역진성이 상쇄되고, 3%를 부과하면 약간의 누진성이 확보된다"고 주장했다.
한정연 더스쿠프 칼럼니스트
jeongyeon.han@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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