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양파밭에서 시작되는 가격 전망…생산량 통계 만드는 현장 가보니
전국 500개 표본필지·1000개 표본구역 조사
81개→127g→3240g…태블릿 입력하자 생산량 즉시 산출
![이명호(왼쪽) 국가데이터처 차장이 15일 충남 서산시 고북면 가구리의 한 양파밭에서 열린 ‘2026년 양파 생산량 조사’ 시연회에 참석해 조사 절차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양파 생산량 조사는 정부의 수급조절 및 가격안정 정책 수립을 위한 국가승인통계 생산 과정의 일환이다. [사진=김용훈 기자]](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6/17/ned/20260617121104635veal.jpg)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저기부터 여기까지 조사합니다.”
15일 오전 충남 서산시 고북면 가구리의 한 양파밭. 오전 10시를 갓 넘겼지만 기온은 이미 27도까지 올랐다. 국가데이터처 조사원들은 표시된 구간의 양파를 뽑아 크기와 무게를 재고 생육 상태를 꼼꼼히 기록했다.
이날 진행된 조사는 ‘2026년 양파 생산량 조사’다. 결과는 올해 양파 생산량을 예측하는 기초자료로 활용되며, 정부의 수급 조절과 가격 안정 대책을 마련하는 데 중요한 근거가 된다.
올해는 특히 생산량 조사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에 따르면 중만생종 양파의 생산단수는 평년 대비 최대 8.8%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공급과잉 우려가 커지면서 상품 양파 1㎏의 평균 소비자 가격은 1893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6% 하락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햇양파 수출 추진, 정부 수매비축 확대, 소비촉진 캠페인 등 수급조절에 나선 상태다.
시연회가 열린 양파밭은 김종필(60) 씨 소유다. 김 씨는 이곳 4만6400㎡에서 40년째 양파 농사를 짓고 있다. 그는 “올해 날씨가 너무 일찍 더워졌고 규산 처리도 잘 안 돼 작황이 좋지 않다”며 “가격 이야기만 하면 눈물이 난다. 가격 보장이 안 되면 농민을 두 번 죽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양파 생산량 조사는 국가승인통계로 지정돼 있다. 그해 표본으로 선정된 농가는 조사에 의무적으로 협조해야 한다. 임영일 국가데이터처 농어업통계과 과장은 “올해처럼 가격이 좋지 않을 때에는 아무래도 농가의 협조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조유석(왼쪽) 국가데이터처 서산사무소 팀장과 조사원들이 15일 충남 서산시 고북면 가구리의 한 양파밭에서 생산량 조사를 위한 표본구역을 설정하고 있다. 조사원들은 전체 이랑 수를 기준으로 표본구역을 선정한 뒤 노란 깃발과 빨간 끈으로 조사 구역을 표시해 표본 채취 지점을 확정한다. [사진=김용훈 기자]](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6/17/ned/20260617121104967ndzd.jpg)
조사의 첫 단계는 표본구역을 정하는 일이다. 조사원들은 양파가 상하지 않도록 이랑 사이를 조심스럽게 걸어 밭 한가운데로 향했다. 대형 줄자를 펼쳐 거리를 재고 노란 깃발을 꽂은 뒤 네 귀퉁이를 빨간 끈으로 연결해 조사 구역을 표시했다. 전체 이랑 수를 확인해 기준이랑(P·Q)을 정하고, 표본구역 비율(0.1~0.4)을 적용해 A·B 두 개 표본구역을 선정한다.
밭주인 김 씨가 “기왕이면 좋은 데서 하지”라고 웃으며 말하자 조유석 국가데이터처 서산사무소 농어업팀장은 “좋은 곳에서 하면 오히려 부정확하다”고 답했다. 생산량 조사의 핵심은 가장 잘 자란 양파를 찾는 것이 아니라 밭 전체를 대표할 수 있는 지점을 선정하는 데 있다는 설명이다.
표본구역이 정해지자 본격적인 표본 채취가 시작됐다. 구획 안에서 꽃대가 올라온 양파는 제외하고 정상 양파의 수만 센다. 조유석 국가데이터처 서산사무소 농어업팀장은 “판매할 수 없는 제품의 개수는 세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표본 구역 안의 양파 수를 센 뒤에는 본청에서 미리 부여한 ‘난수(亂數·특정한 순서나 규칙을 가지지 않는 수)’를 적용해 양파 총 20개를 채취한다. 인위적인 의도나 개연성을 차단하기 위해 난수를 지정하는 것이다.
서산사무소 소속 조사원들은 먼저 표본구역 내 정상 포기 수를 파악한 뒤 추출간격을 계산했다. 이날 표본구역의 추출간격은 4였다. 난수표를 확인한 조사원이 “2번, 6번, 11번...”을 외치자 또 다른 조사원은 양파를 하나씩 세어가며 해당 순번의 양파만 뽑아냈다.
강한 햇볕 아래 밀짚모자와 토시를 착용했지만 조사원들의 얼굴에는 금세 땀이 흘러내렸다. 단순해 보이는 작업이지만 양파 한 개를 잘못 세면 생산량 추정치 전체가 달라질 수 있다. 이날 시연회에는 이명호 국가데이터처 차장도 직접 조사에 참여했다. 이 차장은 조사원들과 함께 쪼그려 앉아 난수에 해당하는 양파를 직접 뽑고 개수를 확인했다.
![이명호(오른쪽) 국가데이터처 차장이 15일 충남 서산시 고북면 가구리의 한 양파밭에서 표본으로 채취한 양파의 줄기와 뿌리를 각각 1㎝ 남기고 절단하고 있다. 양파 생산량 조사는 표본 양파의 중량을 측정해 생산량을 추정하는 국가승인통계로, 정부의 수급조절 및 가격안정 정책의 기초자료로 활용된다. [사진=김용훈 기자]](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6/17/ned/20260617121105265nldi.jpg)
표본구역별로 20개씩, 총 40개의 양파가 채취돼 저울이 있는 장소로 옮겨졌다. 조사원들은 양파에 묻은 흙을 털어낸 뒤 줄기와 뿌리를 각 1㎝씩 남기고 잘라냈다. 이후 중량을 측정해 태블릿에 입력했다. 전국에서는 모두 500개 표본필지를 대상으로 같은 방식의 조사가 진행된다. 표본필지마다 2개 표본구역을 조사한다.
이날 측정된 양파의 평균 중량은 개당 127g이었다. 조사원이 태블릿에 수치를 입력하자 생산량이 자동 계산됐다. 1㎡당 생산량은 3387g으로 산출됐다. 여기에 충남 지역 건조율 94.5%를 적용하자 최종 생산량은 3240g으로 계산됐다.
양파 20개의 무게가 생산량 통계가 되고, 다시 정부의 수급 정책과 물가 정책의 기초자료가 되는 순간이었다.
올해부터는 태블릿 기반 조사 시스템도 본격 도입됐다. 조 팀장은 “태블릿이 보급되기 전에는 조사표를 작성한 뒤 다시 입력하고 계산하는 절차가 필요했지만 지금은 현장에서 바로 결과를 산출할 수 있다”며 “디지털 조사체계가 자리 잡으면서 정확성과 효율성이 모두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명호 차장은 “농업통계는 단순히 생산량을 집계하는 숫자가 아니라 정부의 수급 정책과 국민 생활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기초자료”라며 “현장조사와 디지털 기술을 결합해 보다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통계를 생산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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