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격의 창고형 약국 "손님에게 친절을 바쳐라"
창고형약국 1

약사공론과 휴베이스가 함께한 '1등약국 프로젝트'가 2년여의 장대한 시즌 1을 마치고 시즌 2를 시작합니다. 이번 시즌은 더 이상 초급이 아닌, 현장을 지켜낸 약사들을 위한 연재입니다.
실제 경영의 고민이 시작되는 그 순간부터 인사·노무·매출관리·재고최적화·고객관리·약국 브랜딩 등 실질적인 경영의 뼈대를 다룰 예정입니다.
이번 시즌의 가장 큰 특징은 휴베이스 현장 회원 약사들이 직접 필진으로 참여한다는 점입니다. 화려한 이론이 아닌 실제 약국에서 벌어지는 성공과 실패, 고민과 선택의 이야기들을 공유합니다.
이제는 약국이 '조제 중심'이라는 틀을 넘어 지역사회와 소통하고, 브랜드를 갖춘 약국, 안정적인 경영 체계를 갖춘 약국으로 나아가야 할 때입니다.
"약국 경영에도 전략이 필요하다"는 믿음. 그 믿음을 함께 나눌 '1등약국 프로젝트 시즌 2', 현장의 약사들이 전하는, 진짜 경영의 이야기,

"그날 동네 약국들은 떠올렸다. 창고형 약국에게 지배당하던 공포를.. 할인 속에서 갇혀 살던 굴욕을.."
일본의 유명한 애니메이션인 [진격의 거인]을 본 적이 있는가? 직접 보진 않았더라도 수많은 패러디 덕분에, 웅장한 음악과 함께 울려 퍼지는 비장한 나레이션만큼은 한번 정도는 들어보았을 것이다.
내용은 대략 이렇다. 인류는 정체 불명의 식인 거인을 피해 '월 마리아'라는 거대한 방벽을 쌓고 그 안에서 100년 동안 평화를 누리며 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벽보다 거대한 초대형 거인이 나타나 방벽을 부수고, 평화롭던 마을은 쑥대밭이 된다. 거인들은 마을 주민들을 잡아먹고, 주인공은 어머니를 잃은 처절한 복수를 위해 군대(조사병단)에 입대하고, 인류는 반격을 시도하지만, 곧 믿기 힘든 진실과 마주한다. 함께 훈련하며 동고동락하던 내부의 동료들이 사실은 거인이었으며, 벽 안의 인류를 몰살하려는 임무를 띠고 잠입해 있었다는 사실을.
더 이상의 내용은 스포일러가 될 테니 각설하고, 요즘 약국가의 상황을 보면 [진격의 창고형 약국]이라는 말이 이보다 더 잘 어울릴 수가 없다.
대한민국의 약국들은 그동안 약사법이라는 거대한 방벽 안에서 평화를 누려왔다. 약사 한 명당 한 개의 약국만 개설할 수 있다는 법적 조항과 약국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조제약 값이 국가(건강보험공단)에서 지정해준 고정 가격이라는 점 덕분이었다.
아무리 큰 자본이 들어와도 약값을 마음대로 깎아줄 수 없으니, 대기업 자본의 무자비한 공습을 피해서 옹기종기 모여 갈등 없이 평화롭게 살 수 있었던 약사 마을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창고형 약국이라는 초대형 거인이 방벽을 부수고 침입했다.
100평이 넘는 넓은 부지에 편리하고 광활한 주차장, 많은 품목의 일반의약품을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저렴한 가격 파괴 공세를 펼친다.

하지만 동네 약국들도 그냥 당하고만 있지는 않았다. 창고형 약국에 대항하기 위해 거인에게 맞서 성 밖으로 나가는 정예부대인 '조사병단'처럼 결의를 다졌다.
더 친절하게 복약지도를 하고, 꼼꼼하게 일반약 상담을 하고, 마진을 포기하며 약 가격을 조정하여 창고형 약국과 격차를 줄이려고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더 큰 절망은 내부에서 터져 나왔다. 내부의 동료라고 믿었던 약사들이 사실은 대형 마트 내에서 새롭게 창고형 약국을 준비하고 있거나, 거대 창고형 약국의 체인을 기획하고 있다는 사실에 우리는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거인이 되어 돌아온 것이다.
이젠 누가 거인인지 알 수가 없다. 지금 우리 약사 사회는 누가 적인지, 누가 동지인지 알 수 없는, 아니 오히려 적과 동지의 구분이 무의미해진 그런 시대가 와버렸다.
이쯤 되면 동네 약국이 불쌍한 피해자 같고, 창고형 약국이 피도 눈물도 없는 악당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우리는 살아오며 이런 현상을 무수히 목격해왔다. 대형 마트가 들어서며 동네 쌀집과 구멍가게가 사라졌고, 다이소가 등장하며 동네 문방구가 자취를 감추었다.
그리고 지금은 그 대형 마트조차 더 빠르고 편리한 쿠팡과 마켓컬리 라는 플랫폼 거인 앞에서 휘청거리고 있다. 이런 흐름은 가격 경쟁력과 편의성을 앞세운 자본주의의 자연스러운 진화이자, 당장 밥줄이 걸린 동네 약사에게는 눈앞에 닥친 생존의 문제인 것이다.
[진격의 거인]에서도 후반부로 가면 거인들이 절대적인 악이 아니라, 그들 또한 역사의 피해자이거나, 또 다른 입장을 가진 인간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창고형 약국을 경영하는 약사도 사실은 천정부지로 솟은 임대료와 권리금에 제 자리를 잡지 못하고 밀려난 이 시대의 피해자일 수 있다. 혹은 유통구조를 혁신하여 대량 구매로 단가를 낮추고, 본인들의 마진을 도려내 고객에게 합리적인 가격을 제공하는 혁신적인 선구자일 수도 있다.
그동안 좁고 답답한 낡은 약국에서 약사가 주는 대로 선택권이 없이 약을 받아야 했던 고객들에게, 쾌적한 환경에서 원하는 약을 저렴하게 고를 수 있다는 점은 고객에게 있어서 분명 창고형 약국이 가진 매력적인 장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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