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교육' 속 교권보호국 실제로? "시스템은 존재, 신뢰 회복 우선"

넷플릭스 오리지널 '참교육'이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인기를 모으는 가운데, 극 중 등장하는 교육부 특별조직 '교권보호국'을 실제로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하지만 교육계에서는 이미 존재하는 제도를 개정, 보완해야 한다는 반박도 있다.
16일 방송된 KBS 1TV '시사기획 창'에서는 제주도 중학교 교사 사망 사건을 집중 조명하며 민원대응팀과 교권보호위원회를 소개했다. 그러면서 이들이 '참교육' 속 교권보호국과 비슷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지만, 존재조차 모르는 교사들이 있었을 정도로 유명무실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참교육'에 등장하는 교권보호국은 교권 침해와 학부모의 악성 민원, 학교폭력 등으로 몸살을 앓는 학교에 감독관을 파견해 문제를 해결하는 특수 조직이다. '참교육' 흥행 후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 민주연구원은 앞서 12일 정책브리핑을 통해 '교육활동보호국 신설 방안'을 공개했고, 안민석 경기도교육감 당선인은 이튿날 교육청 내 교권보호국 설치에 대한 공개 토론을 제안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제주도 중학교에서 사망한 교사는 결석과 교내 흡연 문제로 지도를 받던 학생을 포기하지 않았지만, 학생 가족의 지속적인 민원으로 괴로워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교사는 병가를 요청했지만, 학교에서는 "민원을 먼저 해결하라"고 했고 결국 세상을 떠났다. 이 과정에서 민원대응팀이 제대로 구동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민원대응팀은 2023년 서이초등학교의 20대 신입 교사가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숨진 후, 교사 30여명이 거리에 나가 "교사의 생존권을 보장하라"는 외침 끝에 개정된 '교권보호 5법'을 통해 만들어졌다.
민원대응팀은 교사 개인이 학부모 민원을 직접 감당하지 않도록 교장·교감 등 학교 관리자가 중심이 돼 민원을 맡는 학교 안 대응 조직이다. 교육부는 올해 1월 기준 전국 학교의 99.9%가 대응팀을 갖췄다고 밝혔다. 하지만 제작진 조사 결과 교사 10명 중 3명이 민원대응팀의 존재조차 몰랐다고 답했다.
또한 민원대응팀이 민원을 직접 처리한 비중은 줄고, 담당교사에게 민원이 다시 넘어간 사례가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제작진이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받은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자료를 전수 분석한 결과, 2024년부터 2025년까지 전국 초·중·고교 민원대응팀에 접수된 민원은 모두 13만4876건으로 집계됐다.
지역별 민원 접수 건수를 보면 부산이 7만7008건으로 가장 많았는데, 경남과 강원은 제출되지 않았다. 시도교육청마다 무엇을 민원으로 볼지, 어떤 건을 민원대응팀 접수 건수로 볼지 기준이 달랐기 때문인 것으로 확인됐다.
처리방식 역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민원대응팀이 민원을 다시 담당교사에게 이관한 건수는 같은 기간 4317건에서 6794건으로 2477건 늘었다.
홍성현 KBS 데이터분석가는 "전국에 민원대응팀이 구성됐고 민원이 늘어나는 추세인데, 민원대응팀이 직접 대응한 비중은 줄고 담당교사에게 넘어간 비중은 늘었다"며 "민원대응팀만으로 감당할 수 있는 데 한계가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민원대응팀을 구성하는 것도 교사였다. 2025년 기준 자료가 있는 지역의 민원대응팀 구성 인원은 모두 5만5434명이었다. 이 가운데 일반교사는 1만7814명으로 32.1%를 차지해 교장, 교감, 행정실장, 교육공무직 등 구성원 가운데 가장 비중이 높았다.
홍 분석가는 "교육부 차원에서 통합된 민원 분류 체계를 만들고, 전국 학교가 동일한 기준에 따라 민원을 분류하고 집계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교육청 산하 기구인 교권보호위원회 역시 교사들이 민원에 시달리다가 도움을 요청하는 곳이지만, 이곳에서 교권침해 피해를 인정받아도 아동학대 고소가 이어지고, 사법 판단이 나올 때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에서 교사들은 우울증, 공황장애 등 정신질환 후유증에 시달릴 수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참교육' 공개 직후 "현실은 드라마보다 더 참혹하다"는 논평을 내놓으며 "이 드라마가 놓친 본질은 교사에게 필요한 것은 '주먹'이 아닌 '법적 보호장치'라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교권국 신설이 아닌 △교육활동 관련 소송 국가책임제 △악성 민원에 대한 교육감 맞고소 의무제 △중대 교권 침해 사안의 학생부 기재 △모호한 정서학대 조항 명확화를 위한 아동복지법 개정 △아동학대 관련 사안의 경찰 무혐의 시 검찰 불송치 △악성 민원 대응 체계를 완전히 기관화·전전문화하여 교육(지원)청으로 이관 △학부모의 교육 책임을 강화하는 법적 근거 마련 등 "실질적 교권 보호 강화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교육부 역시 "교권국 신설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이미 시행 중이거나 시행 예정인 법들이 현장에 안착돼 교원들의 변화를 체감하는 게 중요하다는 견해다.
교육의봄 등 11개 교육 시민단체는 16일 '교육 공동체 신뢰 회복 국민운동'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학생들에게 의미 있는 교육과 성장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학부모, 교원 사회의 신뢰가 회복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참교육' 드라마에서처럼 근절되지 않는 학교 폭력, 학생들과 교원들의 사망, 교육 현장의 일상화된 소송, 교육적 대화와 공동체적 해결보다 법률과 소송·징계 절차가 우선되는 학교 교육의 사법화가 깊이 자리 잡고 교육 주체들의 신뢰가 무너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엄청난 세금을 들여 지탱해온 학교 교육이 교육 파괴적 결과를 만든다는 것은 국가적 낭비"라고 전했다.
이어 "먼저 소중한 교육 가치, 교육 공동체를 회복하려는 주체들의 실천과 삶이 선행돼야 하며 제도와 법률이 도입돼 이 흐름을 지켜내고 확산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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