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검체검사 보상 대수술...위탁관리료 폐지하고 위·수탁기관 검사료 별도 지급

이재원 기자 2026. 6. 17.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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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 수가구조 혁신안 발표...검체·영상 검사 등 과보상 검사영역 단계적 조정
검체검사 위탁관리료 폐지하고 위탁기관·수탁기관에 검사료 별도 지급
2조원 절감 재원은 지역·필수의료 수가 인상과 공공정책수가 확대에 투입
[의학신문·일간보사=이재원 기자] 보건복지부가 지역·필수의료 강화를 위한 건강보험 수가 개편의 핵심 과제로 검체검사와 CT·MRI 검사 수가 정상화에 나선다. 현재 과도하게 보상되고 있는 검사 영역의 수가를 단계적으로 조정해 확보된 재원을 필수의료 분야에 재투자하겠다는 구상이다.
유정민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장

유정민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장은 17일 상대가치 개편과 연관된 건강보험 수가구조 혁신방안 발표에서 "정부는 지역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해 의지를 갖고 과감한 투자를 하려고 한다"면서도 "보상 수준 강화는 기본적인 수가 구조의 불균형을 바로잡는 작업이 함께 병행돼야 시너지를 얻고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밝혔다.

유 과장은 수가 조정 대상에 대해 "진료비 규모가 크고 국민 의료이용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분야가 피검사 등 검체검사와 CT·MRI 검사"라며 "이 두 분야의 보상 수준을 조정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유 과장은 현재 건강보험 수가 구조가 검사 중심으로 기울어져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2023년 회계자료를 분석한 결과 검체검사와 CT·MRI를 포함한 특수영상 분야는 비용 대비 수익이 190% 수준으로 과보상된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러한 수가 구조 영향으로 공급체계가 필수의료보다 검사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비판이 지속돼 왔다"고 말했다.

실제 검사량 증가도 지적했다. 유 과장은 "건보공단 분석 결과 평균 채혈량보다 많은 혈액을 채취한 사례가 연간 211만회에 달했다"며 "CT 촬영 건수는 2020년 대비 2024년에 33% 증가했고 OECD 국가와 비교해도 우리나라의 촬영 규모는 매우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진찰료와 입원료는 대표적인 저보상 분야라고 평가했다. 그는 "외래 이용 횟수는 매우 많지만 실제 진료시간은 짧다"며 "충분한 진찰을 통한 적정 진료보다는 짧은 시간 내 다회 이용이 이뤄지는 구조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러한 수가 구조가 필수의료 인력 부족의 원인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유 과장은 "위험도와 난이도가 높고 대기 부담이 큰 필수진료 분야는 전공의 선택도 줄고 의료현장에서도 종사 유인이 낮아졌다"며 "수술·마취 등 최종 진료역량이 필요한 분야는 장기간 저보상이 지속되면서 병원들의 투자 축소로 이어졌고, 결과적으로 응급실 미수용 문제 등 오늘날의 위기를 초래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부는 행위별 수가 개편과 공공정책수가 확대, 성과 기반 보상체계 도입을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유 과장은 "행위별 수가의 불균형을 조정하고 지역·필수의료에 투자할 수 있도록 공공정책수가를 확대하며, 성과와 연계한 대안적 지불제도도 함께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또한 "과거 수가 개편은 5~7년이 걸려 현장 변화 반영이 어려웠다"며 "의료기관 회계자료를 매년 분석하는 기반을 마련했고, 앞으로는 2년 단위 상시 조정 체계로 전환해 보다 신속하게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2028년까지 전체 수가체계의 균형을 맞춘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과보상 검체검사 단계적 조정...위탁관리료 폐지 이어 검사료 위·수탁기관 분리지급

유 과장은 앞서 밝힌대로, 균형수가 형성을 목표로, 현재 과도하게 보상되고 있는 검사 영역의 수가를 단계적으로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확보된 재원을 필수의료분야에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먼저 검체검사에 대해서는 현재 약 190% 수준의 과보상이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 결과를 반영해 단계적 인하에 나선다.

유 과장은 "2028년까지 균형수가인 100~110% 수준으로 조정하는 로드맵을 마련했다"며 "우선 올해는 150%를 초과하는 검체검사 행위를 150% 수준까지 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진=보건복지부

검체검사 수가 개편은 위탁검사 제도 개편과 연계해 추진된다.

그는 "현재 위탁검사 시 검사료(100%)와 별도로 약 10%의 위탁관리료가 추가되는 구조인데, 위탁관리료를 폐지할 예정"이라며 "위탁수가와 수탁수가를 구분 지급하는 체계 개편과 연계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CT·MRI 검사 역시 단계적 수가 조정이 추진된다. 유 과장은 "현재 150%를 넘는 CT·MRI 수가는 우선 150% 수준까지 인하하는 1단계를 추진한다"며 "2단계에서는 새로운 비용 대비 수익 분석과 검사 빈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균형수가 수준으로 완전 조정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검체검사와 CT·MRI 수가 조정을 통해 연간 2조원 이상의 건강보험 재정 지출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유 과장은 "검체검사와 CT·MRI 수가 조정으로 연간 2조원 이상의 과다 지출을 막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보건복지부

다만 수가 인하가 검사 질 저하로 이어지지 않도록 질 관리 체계도 동시에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검체검사의 경우 위·수탁 구조를 개편해 보상체계를 명확히 한다. 특히 그간 위탁기관(의료기관)이 받아 수탁기관과 상호정산하던 검사료(100%)를 수탁수가와 위탁수가로 나눠, 위·수탁기관으로 별도 지급하는 것이 핵심이다. 유 과장은 "현재 검체 위탁 과정에서 검사 비용이 상호 정산되는 관행이 있는데 수탁수가와 위탁수가를 명확히 구분해 지급하는 체계로 전환하겠다"며 "보상의 명확성이 높아지면 공급체계도 보다 명확하게 정립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높은 가치와 질의 검사에 보상을 더 주는 형태로 변할 것을 예고했다. 유 과장은 "자동화 장비나 검체 유통 과정에 대한 질 관리가 필요한 검사와 환자와의 소통이 중요한 중증·고위험 검사 특성을 고려해 자체검사와 수탁검사 각각에 맞는 질 가산제도를 마련할 계획"이라며 "질이 높을수록 더 보상받는 체계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CT·MRI 검사도 품질 중심 보상체계로 전환된다. 유 과장은 "장비의 내구연한과 성능, 정도관리 인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품질관리 체계를 마련하고 있다"며 "품질이 높은 검사와 낮은 검사를 차등 보상하는 방향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구체적인 내용은 하반기 추가 논의를 거쳐 마련할 예정이며 품질관리 체계와 보상체계를 연계하는 후속 작업을 계속 진행하겠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수가를 조정하더라도 결국 환자에게 적정한 검사가 이뤄지는 것이 중요하다"며 "의료계와 협력해 적정 검사 관리를 위한 기전도 마련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복지부는 이달 말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의결을 거쳐 세부 방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유 과장은 "현재 최종 시뮬레이션과 구체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다음 주 건정심을 거쳐 6월 말 최종 확정·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고위험 분만 등 시급한 과제는 연내 최대한 신속히 개선하고, 전체 개편안은 빠르면 연말, 늦어도 내년 1월부터 시행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절감된 재정 2조원으로 필수·지역의료 투자...응급·수술·분만·신생아·소아의료지원하고 심층진찰·심층상담 보상

이를 통해 마련한 재원으로 필수의료 분야 투자가 이어진다. 지역·필수의료 강화 수가구조 혁신의 핵심 과제로 제시됐다.

유 과장은 "모자의료센터 기능 강화, 국립대병원 확충 등 제도개선과 연계해 건강보험 보상체계 역시 지역·필수의료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설계해 왔다"고 밝혔다.
사진=보건복지부

정부는 지역 의료기관이 인건비 부담이 크고 환자 규모가 적은 현실을 고려해 가산 중심의 보상체계를 도입할 방침이다. 응급·수술 등 필수의료 분야를 중심으로 비수도권과 수도권 내 의료취약지에 대해 별도 가산을 적용하는 원칙을 마련했다.

유 과장은 "지역의사제에서 제시한 지역 개념을 수가체계에도 연계해 비수도권과 수도권 내 취약지역에 대해 우대수가 원칙을 적용할 것"이라며 "수술, 응급의료 등 필수의료 영역을 중심으로 의료기관 종별 특성까지 고려해 가산체계를 설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구체적인 재정투입 규모는 검토 중이며 6월 말께 보다 상세한 내용을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구감소지역에 대한 추가 지원도 검토되고 있다. 정부는 행정안전부가 지정한 전국 84개 인구감소지역을 대상으로 입원료와 진찰료 가산 적용 방안을 논의 중이다.

또 소아와 고위험 산모·신생아 분야에 대해서는 손실보상 중심 시범사업을 성과보상 체계로 전환하고 비수도권을 중심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유 과장은 "진찰과 입원 영역은 전체 진료비 규모가 큰 분야임에도 오랜 기간 상대가치점수 조정이 이뤄지지 못했다"며 "진찰료와 입원료를 인상해 보다 질 높은 진료와 입원서비스 제공을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보건복지부

진찰료의 경우 20여 년간 사실상 동결됐던 기본 진찰료를 인상하고, 심층진찰·심층상담 보상을 확대한다. 현재 시범사업으로 운영 중인 심층진찰 제도는 본사업으로 전환하고, 향후 상담시간에 따라 차등 보상하는 체계도 검토한다.

입원료 역시 10년 이상 큰 변화가 없었던 기본 보상 수준을 상향하되, 인력 수준과 병상 운영의 질이 높은 기관일수록 더 많은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한다는 방침이다.

중증수술과 마취, 응급의료 분야에 대한 보상 강화도 추진된다. 유 과장은 "응급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응급실 자체뿐 아니라 실제 최종 치료를 담당하는 수술·처치 분야에 대한 보상이 강화돼야 한다는 현장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부는 종합병원급 이상에서 주로 시행하는 중증수술과 재건성형, 복합골절 치료 등 약 1600개 수술 수가의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전신마취와 고위험 마취 수가도 함께 조정해 최종 치료행위에 대한 보상을 높일 계획이다.

특히 동일한 중증수술이라도 야간·휴일 응급수술에는 추가 보상을 적용하는 구조를 마련해 응급수술 공백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사진=보건복지부

고위험 분만과 신생아 치료 분야도 개편 대상에 포함됐다. 유 과장은 "고위험 산모와 신생아를 개별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산전관리, 분만, 신생아 치료까지 전 과정을 연계한 지원체계를 구축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고위험 분만 가산체계를 재정비해 그동안 상대적으로 지원이 부족했던 제왕절개 분만에도 고위험도에 따른 보상이 반영될 수 있도록 개선할 계획이다.
사진=보건복지부

소아의료 분야에서는 "같은 의료행위라도 소아는 보다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원칙을 수가체계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진찰료 인상 과정에서 소아 가산의 적용 연령과 수준을 확대하고, 소아 중환자 처치 수가를 신설·강화한다. 어린이 재활치료 분야 역시 재활의료기관 이용 접근성을 높이고 보상 수준을 상향할 예정이다.

정부는 이와 함께 급성기부터 회복기, 재택의료까지 연결되는 의료전달체계 구축에도 나선다. 유 과장은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과 포괄 2차병원 지원사업에 이어 회복기 의료체계에 대한 보상체계도 마련할 계획"이라며 "급성기 병원에서의 조기 재활 개입, 회복기 재활병원 연계, 재택의료까지 이어지는 끊김 없는 재활체계를 보상체계 안에 구현하겠다"고 밝혔다.

또 "회복기 재활병원에 대해서는 단순한 조건 충족이 아니라 실제 성과와 연계한 보상체계를 도입해 전달체계가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